[유은영 기자의 뉴스브리핑] 연명의료 중단 특별법 제정 추진
[유은영 기자의 뉴스브리핑] 연명의료 중단 특별법 제정 추진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3.08.02 10:13
  • 호수 3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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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의사결정 없이도 가족 모두가 합의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된다.
대통령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위원장 김성덕 중앙대의료원장)는 7월 31일 ‘연명의료의 환자결정권 제도화 권고안’을 최종 확정하고 정부에 특별법 제정을 권고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연명의료 대상이 되는 환자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를 해도 급속히 악화하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다.
연명의료로 용어가 바뀐 것은 기존 연명치료라는 용어가 이를 중단하는 것이 비윤리적인 행위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위원회의 판단에서다.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치료 방식은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등 전문적인 의학지식과 기술, 장비가 필요한 특수연명에 한정한다.
환자가 이성적 판단이 가능할 때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해 제출한 경우에는 환자 본인이 명확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의식이 없는 환자는 가족 두 명 이상이 환자가 평소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동일하게 진술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이때는 해당분야 전문의와 담당의가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 간접 인정하는 경우다.
환자의 의사를 명확히 알 수 없고 추정할 수도 없다면 법정 대리인이나 후견인, 성년후견인 등, 그리고 가족 모두가 합의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이때 가족은 배우자와 직계가족(부모, 자식)에 한하며 두 명의 의사가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합리적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가족도 없고 대리인도 없으면 병원윤리위원회가 결정권한을 가진다. 다만 환자의 명시적 의사표시가 없는 상태에서 행해지는 대리결정과 의사추정은 입법화 과정에서 부작용을 방지할 최선의 노력을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 등 홍보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과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에 따른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환자가 자기 의사를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의료의향서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은 탓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사전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표준화해 의료진이 환자에게 이를 적극 알리도록 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위원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토대로 법 제정안을 마련, 올 하반기 안에 국회에 넘길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김 할머니 사건이 연명의료 중단의 첫 사례로 불리고 있다. 김 할머니는 2008년 2월 폐암 여부를 확인하러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조직검사를 받다가 과다출혈로 인한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됐다.
가족들은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병원 측에 요청했으나 병원 측은 이를 거부했고, 유족은 이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을 거쳐 2009년 대법원은 ‘존엄사’에 대한 최종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이른 후에 환자가 의사표시를 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특히 환자가 사망단계에 이를 것을 대비해 미리 의료인에게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힌 경우에도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김 할머니 사건의 대법원 판결은 이번 연명의료 중단 특별법 기초안의 토대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2009년 6월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는 제거됐고 그 후 201일만인 이듬해 1월 별세했다. 의식불명 후 692일 만이다.
당시 서울서부지검은 김 할머니 유족이 고소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의사 2명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고인의 부검결과와 대한의사협회 감정서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였으며 일반인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 검토를 거쳐 기소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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