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안전한 항구 벗어나 멋진 항해 떠나야
[금요칼럼] 안전한 항구 벗어나 멋진 항해 떠나야
  • 최경호 안산시청 지역경제과장
  • 승인 2013.08.09 11:20
  • 호수 3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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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안산 중앙역 앞 거리를 걷고 있을 때였다. “최 과장!” 하는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니 최선기 전 동장님께서 예전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날 부르고 계셨다.
1990년 필자가 안산시의 한 동사무소에 근무했을 때 상사(上司)로 계셨던 최 동장님께서는 “이번에 춘천에 가는 거야?”라고 물으셨다.
“예” 대답을 하고는 “그럼 동장님도 도전을 하시나요?” 하고 여쭈었다. 동장님은 “응” 하고는 싱긋 웃으셨다.
성품이 완고하셨지만 소년처럼 수줍음이 있으셨던 동장님께서는 2010년 춘천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접수를 하셨던 거다.
오늘날에는 동사무소 윗층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댄스스포츠가 취미 활동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20여년 전에는 공직자가 댄스스포츠를 배운다면 색안경을 끼고 보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직원들을 자택으로 불러서 스텝과 기본 매너들을 알려 주셨던 최선기 동장님.
20여 년이라는 세월의 무게에 서리가 내린 흰 머리카락, 굽은 허리, 깊이 팬 주름살. 누가 보더라도 달리기를 할 성 싶지 않은 연세였는데도 그 분께서는 공직에서 퇴임하신 후 십수 년이 지난 70세가 넘어서 달리기를 시작하셨고, 초보 러너들의 꿈인 42.195㎞에 도전한다고 말씀하셨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신 후 며칠 지나 필자 사무실을 찾아오신 최 동장님께서는 안주머니에서 매 ㎞마다 손녀가 써 준 기록을 앞에 꺼내 놓았다.
“20㎞에서 근육에 경련이 일어 25㎞까지 걸어서 1시간이 더 걸렸어!” 라며 웃으셨다.
6시간 56분 14초. 기록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강릉이 고향인 당신께서는 후년쯤에는 걸어서 국토횡단을 해 볼 생각이라 했다. 그분과 점심을 같이 하는 내내 예전 모습 그대로, 아니 예전보다 훨씬 젊은 노년을 보내고 계시는 인생의 선배님 모습이 그렇게 존경스럽고 흐뭇할 수가 없었다.
무엇이 그 분을 이토록 젊게 하였을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꿈’ 이었던 것 같다. 꿈이 없는 자는 죽은 자와 같다는 말이 있다. 최 동장님은 꿈이 있었기 때문에 늙지 않았던 것이다.
갈수록 노년시대가 길어지고 있다고 한다. 인생 100세 시대라고도 한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며 모두가 ‘9988’을 외치며 건배사를 한다. 시쳇말로 팔팔하게 살려면 건강해야 하고 건강하려면 꿈이 있어야 한다.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꿈이 있으면 늙지 않기 때문이다.
수 년 내에 공직에서 퇴직하여 노년시대의 길로 접어들게 될 필자에게 <톰 소여의 모험> 저자인 마크 트웨인의 말이 오늘 아침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앞으로 20년 후에 당신은 저지른 일보다는 저지르지 않은 일에 더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밧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를 벗어나 항해를 떠나라.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고 탐험하고, 꿈꾸며, 발견하라.”
지금쯤 어디선가 국토횡단에 도전하고 계실지도 모르는 최 동장님의 소년 같은 미소가 문뜩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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