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뱁새와 황새
[기고] 뱁새와 황새
  • 석도익 문인협회 홍천지부
  • 승인 2013.08.09 11:22
  • 호수 38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침에 출근을 하려는데 텔레비전에서 경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에 궁금해 엉거주춤 서서 시청했다. 외모에 꽤나 신경 쓴 주부가 자기네 가정생활은 검소하고 알뜰하게 산다는 것을 은근히 광고하며 하는 말이 며칠 전 속옷이나 한 벌 사려고 크게 마음먹고 시내 백화점에 나갔다가 그냥 돌아 왔다는 것이다.
자기가 생각하기는 속옷이 한 30만원이면 되겠거니 하고 갔었는데 그 돈으로는 어림도 없어 값만 물어 보고는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왔다며, 이래 가지고 어떻게 우리 같은 서민이 살아가겠느냐며 야당의 국회의원 후보자 연설보다 더 뜨거운 열변을 토하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속옷이 30만원을 가지고도 못 사는 것일까. 혹시 내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가. 방송에서는 어떤 의도로 그러한 프로를 방영한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돈으로 남대문이나 동대문시장에 간다면 가족 모두의 속옷을 사고도 남을 만하다고 생각되는데, 그렇게 알뜰하다고 자화자찬하는 주부는 자기 분수도 모르고 마냥 황새의 우아한 모습만 따르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뱁새나 다름없을 것이다. 하긴 요즈음의 세태가 모두가 멋지고 우아하고 다리가 긴 황새이고 싶어 하니 어쩌랴, 깊게 든 병인 것을….
열심히 일한 자기의 수입에 견주어 살림을 꾸려 산다면 그렇게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지 아니한가.생활의 만족도와 풍요로움을 지표화한 통계인 행복지수 1위가 중남미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이고, 다음이 베트남, 그리고 콜롬비아라고 한다. 한국은 63위란다. 지금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20위에서 60위로 오히려 과거보다 추락했다고 한다.
잘살고 못사는 것이 행복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황새를 앞질러 따라가려고 하는 뱁새의 행각은 세계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자살률하고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속담에 ‘뱁새가 황새를 따라 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한 것은 어떤 열등의식이나 자학과 포기의 뜻이 아닌 우리의 삶에 더 중요한 가르침의 뜻이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