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조정래 ‘정글만리’ VS 하루키 ‘색채가 없는…’
[책]조정래 ‘정글만리’ VS 하루키 ‘색채가 없는…’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08.30 11:15
  • 호수 3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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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1위 놓고 한일전 ‘후끈’
▲ 베스트셀러 1위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소설 ‘정글만리’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노익장을 과시하는 작가 조정래와 일본 대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벌이는 한일전의 열기가 뜨겁다.

6주간 1위 차지한 하루키 꺾고 조정래 ‘우뚝’
실용성과 문학성, 각기 다른 매력 선봬
하루키 초기작 연계 마케팅으로 경합 계속될 듯


어느덧 여름의 끝자락이다. 맹렬하던 무더위의 기세도 한 풀 꺾이고, 아침저녁 공기는 제법 선선해졌다. 그러나 출판시장의 열기는 여전히 한여름처럼 뜨겁다. 조정래의 ‘정글만리’,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하 ‘색채가 없는…’) 두 편의 소설이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출판인회의의 집계에 따르면, 8월 넷째 주에는 ‘정글만리’가, 7월 초 출간돼 1위를 공고히 지켜온 ‘색채가 없는…’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색채가 없는…’은 ‘정글만리’에 밀리기 전까지 6주간 정상에 머물렀다. 일본의 대표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2009년 출간한 소설 ‘1Q84’가 19주간 1위를 차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하루키의 독주를 6주만에 끝낸 71세의 노작가 조정래의 저력이 이변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처럼 대중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두 편의 소설은 주로 누가 읽고 있을까. 교보문고에 따르면, 중국을 무대로 한국‧중국‧일본‧미국‧프랑스 등 다섯 나라 비즈니스맨들이 벌이는 경제전쟁을 그려낸 ‘정글만리’는 주로 40대 남성들이 읽고 있다. 경제활동의 주축이며, 주로 실용서를 구매하는 이들은 20~30대에 조정래 작가의 대표작 ‘태백산맥’ ‘아리랑’을 읽은 세대다.
반면, ‘색채가 없는…’은 70%에 해당하는 독자가 20~30대에 포진돼 있으며, 남성보단 여성에게 인기가 높다. 주인공이 스무 살 때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절교를 통보한 친구들을 찾아 떠나는 내용의 이 책은 감성을 자극, 젊은 여성들이 주로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두 소설의 어떤 매력이 독자들의 지갑을 연 것일까. 전문가들은 ‘정글만리’의 경우, 책이 출간하기 전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올해 3월 25일부터 7월 10일까지 무료 연재했던 것이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네이버에 연재된 3개월 동안 무려 100만명이 읽고, 1만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인기를 끌었는데, 이러한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오프라인까지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을 배경으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비즈니스맨들의 역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입사원 때 중국으로 발령받은 전대광을 중심으로, 그와 돈독한 ‘꽌시’(關係)를 맺음으로써 성공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세관원 샹신원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불운의 사고로 수억 원의 배상금을 물게 된 성형외과 의사 서하원도, 베이징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전대광의 조카 송재형도 모두 전대광의 권유로 중국 땅에 발을 들이게 된다. 특히 송재형은 중국의 수재들이 모인다는 베이징대에서조차 마오쩌뚱을 신격화하고, 당에 대한 맹목적 믿음 키우고 있는 상황을 목도하며 혼란을 느낀다.
한편, 상하이에 진출한 신생회사 골드그룹을 이끄는 미모의 여회장 왕링링에게 비즈니스맨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베일에 가려진 골드그룹은 거대 건설 사업을 벌이고, 이에 필요한 철강의 수주 건을 획득하기 위해 일본, 한국, 독일 등의 철강 업체가 힘을 겨루기 시작한다.
1990년대 초반 중국을 방문한 뒤, 건재한 중국사회의 모습에 이를 무대로 소설을 써야겠다고 다짐한 작가는 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 20여 년간 고민했다고 한다. 이같은 사전조사를 통해, 소설은 중국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비즈니스맨들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듯 사실감이 넘친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급속한 개발이 빚어낸 환경오염, 인명경시 세태, 생계를 위해 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한 저소득 농민공의 처절한 삶 등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화려한 자본주의 사회 이면의 문제를 고발하고 있다. 또, 한국, 중국, 일본의 비즈니스맨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과거사와 이로 인해 형성되는 미묘한 감정까지 포착해낸다.
초판 부수 20만부, 출간 전 선주문 18만부를 기록하며, 예약판매 기간부터 각 서점의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는 등 강력한 화제를 모은 ‘색채가 없는…’은 한 남자가 자신이 가장 상처를 받았던, 그래서 지우고 싶었던 과거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명성에 힘입어 출간 전부터 화제가 됐다. 심지어 국내에 소설이 출간된 첫 날에는 그의 책을 사기 위해 교보문고 광화문점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줄을 서는 등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철도회사에서 역을 설계하는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는 여자친구 사라에게 스무 살 때 벌어진 일에 대해 털어놓는다. 가장 친한, 완벽한 공동체를 이뤘던 네 명의 친구들에게 이유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절교 통보를 받게 됐던 것. 그는 이 일로 인해 죽음을 생각할 만큼 힘든 20대 초반을 보냈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이야기를 들은 사라는 그에게 ‘잃어버린 것’을 찾는 순례를 제안하고,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는 그는 자신을 외면했던 옛 친구 네 명을 찾아 고향인 나고야와 핀란드로 떠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당시 친구들이 자신을 매몰차게 내칠 수밖에 없었던 충격적인 비밀을, 퍼즐을 맞추듯 하나씩 알게 된다.
하루키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를 내친 친구들이 가진 상처를 조용히 응시한다. 비교적 간결한 스토리지만, 교차하는 시간과 미스테리적 요소로 인해 높은 흡입력을 갖는다는 평가다.
이처럼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소설의 팽팽한 대결구도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1권이 1위인 데다, 2권과 3권도 각각 5‧7위에 올라있는 ‘정글만리’의 강세가 점쳐지는 추세다. 그러나 ‘색채가 없는…’을 펴낸 민음사도 9월 초부터 하루키 초기 대표작인 ‘노르웨이 숲’을 재출간하면서 신작과 연계한 마케팅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한‧일 양국 작가의 대결은 가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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