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정년연장·고령자고용촉진법 ‘햇빛’
(31) 정년연장·고령자고용촉진법 ‘햇빛’
  • 박재간
  • 승인 2013.09.13 11:32
  • 호수 3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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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인복지 반세기

노인빈곤문제 해결 시급한 과제 역설
대통령에 ‘국가가 노인 일자리 마련’ 건의


1983년 6월 13일 정오 12시, 노인단체 대표 등 37명은 청와대에서 베푼 대통령초청 오찬회에 참석했다. 보건사회부 김정례 장관의 안내로 대한노인회 이호 회장을 비롯해 노인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이 날의 오찬회동에서는 주로 노인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메인테이블에는 전두환 대통령내외, 김정례 보건사회부 장관, 대한노인회 이호 회장, 하두철, 원흥균 등 두 부회장, 그리고 필자가 자리를 같이했다.
이호 회장은 경로우대증 제도의 발족과 경로헌장의 제정, 그리고 노인들에게 시내버스와 지하철 무료승차를 허용한 대통령의 용단에 모두들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필자는 노인문제의 원인은 빈곤이라고 지적하며, 경로효친의 사회규범만으로는 노인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그 대안으로 이제는 서구사회 여러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제도의 발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1973년 국민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발족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국민연금제도를 지금 발족시킨다 해도 가입자가 연금을 수급하는 것은 2000년대에 진입하면서부터다. 그때쯤 되면 우리나라도 노인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을 것을 예상해서 그 대비책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미 노령에 도달한 분들은 생활보호법 등 공적부조와 관련된 법을 보강해서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건의했다. 행정부 내에 노인문제를 전담하는 부서의 설치도 시급을 요하는 과제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보건사회부나 시도 등 행정관청에는 노인복지 전담부서가 없어 노인문제는 사회과에서 담당하던 때였다.
전두환 대통령은 우리는 가급적 경로효친의 미풍양속을 살려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사회가 많이 변하고 있으니 그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등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데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연금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지금은 발족시킬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꼭 필요한 제도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준비가 되는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 후 국민연금제도는 우여곡절 끝에 1987년 발족했다.
1989년 5월 8일, 노인단체의 임원진 일동은 보건복지부 문태준 장관의 주선으로 청와대에서 노태우 대통령내외와 오찬을 같이하며 노인문제와 관련된 현안문제에 대해 피차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있었다. 이날 회동은 대한노인회 중앙회 임원 15명과 한국노년학회 회장단, 전국노인단체협의회 회장단 등 31명으로 구성됐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노인빈곤문제의 해결이 시급한 과제임을 역설하며, 그 해결책으로는 기초노령연금제도의 실시, 요양시설의 대폭적인 증설 등의 조치를 취해주실 것을 건의했다. 또한 일할 능력도 있고 일하지 못하면 당장 생계의 위협을 받아야 하는 노인들에게는 국가가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고령자고용촉진법의 제정 등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대한노인회의 이병하 회장은 경로당 유지관리비를 국가가 보조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백창현 부회장은 경로우대증 제도의 실시현황에 대해, 김용성 회장은 요양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미흡하다고 언급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경로효친사상의 감퇴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민간차원에서 경로사상 앙양을 위한 범국민운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인간수명이 연장되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정년연령을 연장하는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문태준 장관은 한국노인문제연구소에서 제안한 노인복지법 전면개정안은 현재 검토 중인데 이는 금년 내로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얻은 성과는 그 후 연말 노인복지법 전면개정이라는 형태로 나타났고, 정년연령 상향조정 문제는 노 대통령의 하명으로 공무원들의 정년연령을 1년 또는 2년씩 연장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이 모임에서 논의됐던 고령자고용촉진법은 그 후 많은 논의를 거쳐 1991년 12월에야 비로소 햇빛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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