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애프터 하프타임(After Halftime)
[금요칼럼] 애프터 하프타임(After Halftime)
  • 신은경
  • 승인 2013.09.27 11:40
  • 호수 3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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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인생’ 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인생도 축구 경기처럼 전반전과 후반전이 있어서, 어떤 사람은 전반 인생을 승리로 이끌어간 후 하프타임을 맞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지는 경기로 전반전을 아쉽게 끝내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 경기에 나선 모든 선수들의 마음 속에는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하겠다는 공통적인 생각이 있다. 그래서 중간 쉬는 시간에 물도 마시고 땀도 닦으며 전략을 짜기도 하는 것이다.
하프타임. 인생에도 하프타임이 있다. 인생의 하프타임에서는 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나만을 위해, 그리고 나의 가족만을 위해 살았던 전반인생과 달리 하프타임 이후의 후반전 인생은 남을 위해서 나의 가진 것을 맘껏 바치고 헌신하는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방송에서 만난 키르키즈스탄의 선교사 내외 이야기는 후반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멋지게 보여주고 있었다.
양한출 선교사님. 50대 후반, 선교사로 떠나기엔 적지 않은 나이에 평신도였던 양 선생님은 아내 김하자 전도사님과 함께 무작정 키르키즈스탄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일찍이 선교사로 일하고 있었던 처남은 고국에 들를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인생 이모작 때는 선교사로 나가는 게 얼마나 보람 있고 훌륭한 일인지 모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렇지만 그것은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선교사란 그 일을 위해 따로 태어난 특별한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 같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은 혼기가 꽉 찬 자녀가 셋이나 있었다. 그 아이들 짝도 찾아야하고 결혼 준비도 다 해 주어야 하는 막중한 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던 것이다.
모두의 염려와 걱정과 달리 두 분은 그곳의 고려인 2세들을 위해 7년째 정성스런 사역을 펼치고 있다. 날마다 생활이 어려운 고려인 2세들을 찾아다니며 위로한다. 이발도 해드리고 노인대학을 운영하며 한국말로 노래도 가르치고 복음도 전해드린다. 류바라는 이름의 할머니는 자신의 할아버지로부터 들었던 고향 한국땅을 밟아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그 분 뿐만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은 <살아서 모국방문, 죽어서 천국행>을 노래처럼 구호처럼 되뇌이며 살고 있었다. 그들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양 선교사님 내외는 오늘도 쉬임없이 일하고 있는 것이다.
손자손녀 재롱을 보며 편안하게 노년을 보내는 것 또한 복된 일이다. 치매 예방을 위해 운동을 하고 몸에 좋은 것으로 가려먹고 사는 것도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후반전 인생을 남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준 양 선교사님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느라 발이 쉴 틈이 없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느라 내 먹을 것을 아껴 함께 나누는 일은 더욱 복된 일이라 생각된다.
혼기에 처한 세 자녀를 남겨두고 떠난 선교사의 길이었지만, 양 선교사님의 자녀들은 각자가 알아서 좋은 짝을 만나고 부모님이 결혼식에 맞추어 방문하기만 하면 될 정도로 자신들이 다 알아서 준비를 해 놓더라는 것이다.
고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양 선교사 내외는 보고픈 마음에 아들에게 전화를 건다. 며느리와 아들이 교대로 정이 가득한 안부를 묻는다.
“그래 조만간 만나자….” 하며 전화를 끊은 사모님은 혼잣말처럼 조그맣게 말씀하셨다.
“조만간, 언제?”
기약은 없지만, 그리움만 가득하지만, 두 사람의 후반전 인생은 승리의 종소리를 위해 멋지게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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