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실도 일반병상으로… 환자 입원비 줄인다
2인실도 일반병상으로… 환자 입원비 줄인다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3.10.18 11:25
  • 호수 39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급병실 제도개선 토론회
▲ 4대 중증질환 보장 확대를 위한 3대 비급여 개선과제 중 상급병실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보건복지부 국민의료행복기획단은 최근 상급병실 개선 토론회를 열고 2~3인실의 일반병상 전환 등 본인부담비 감소방안을 담은 개선안을 공개했다.

환자 “원치 않는 상급병실 이용 불합리 개선” 환영
의사 “의료 질 떨어지고 대형병원 쏠림 가속” 우려
노동계 “단순한 개선 성에 안 차, 전액 국가가 내라”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실 비중을 75%까지 늘리고 2인실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은 최근 3대 비급여 제도 개선안 논의를 순차적으로 하기로 하고, 그 첫 번째로 ‘상급병실 제도 개선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의 선결과제인 상급병실료·선택진료비·간병비 등 3대 비급여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튼 것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이 세 가지 비급여 항목이 바뀌지 않는 한 중증질환자의 병원비 부담액은 줄지 않는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입원환자 1만여명과 1461개 병원급 이상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환자가 상급병상비와 선택진료비로 부담한 차액 규모가 2조3000억원을 넘었다.

일반병상 비중 50→75% 확대
암 같은 중증질환은 대부분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만큼 치료비보다 병실비가 더 많이 나온다.
환자들은 병실료 부담이 적은 일반병실을 선호하지만 상급병상에 평균 3일을 입원한 후 원하는 일반병실로 옮겨갈 수 있다.
국내 5대 대형병원의 경우 병실의 41%가 5인실 이하의 상급병상일 정도로 일반병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급종합병원(중증질환을 다루는 병원)도 일반병상 비율이 66.7% 수준으로 ‘빅5’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환자가 바라는 일반병실 비중은 82%로 현재 실태와 차이가 크다.
상급종합병원은 6인실에 하루 입원할 경우 본인부담이 1만원이지만 2인실은 평균 12만원을 더 내야 한다. 사흘간 입원한다면 36만원을 더 내는 셈이다.
정부가 이런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일반병실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환자들이 원치 않는 상급병상(5인실 이하)을 이용하는 것은 병원에 일반병상(6인실 이상)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상급병실 제도개선 공개 토론회’를 열고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 마련한 일반병상 확대 대책을 제시했다.

2~3인실은 본인부담료 정해야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 제시한 일반병상 확대방안은 두 가지다. 먼저 비싼 1~2인실 병실이 몰려 있는 대형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일반병실 비중을 현행 50%에서 75%로 올리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전국 모든 병원의 일반 병실기준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일반 병원급은 현행 6인실에서 4인실까지, 큰 종합병원은 2~3인실까지 일반 병실로 하자는 방안이다.
첫 번째 방안은 상급병실이 집중돼 있는 대형종합병원에 한해 개선안을 마련한 것이지만, 이 경우 대형병원 이용부담이 적어진 환자들의 쏠림현상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두 번째 안은 2~3인실까지 ‘본인부담 상한제’ 명목의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의미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단점이 있다. 환자 부담 수준은 병실에 따라 20~40%까지 차등 설계될 전망이다.
이같은 단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획단은 2~3인실 등 인원 수가 적은 병실일수록 본인 부담비율을 더 높이는 보완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퇴원 결정에도 장기 입원하는 환자의 병실료를 더 높이거나 지역병원 이용환자가 인센티브를 받도록 하는 대책을 제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하나의 안을 선택하거나 절충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환자는 병실비 부담이 줄어들어 반갑지만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병원의 반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개선안과 함께 기획단은 비어 있는 병상 현황 공개와 입원 대기 순번 제도 같은 병실 배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병원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선택진료비와 간병비 개선 토론회를 순차적으로 열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연말까지 3대 비급여 제도개선 최종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환자단체, 재정 없어 실현 못할까 불안
이번 개선안은 시민단체의 주장이 상당부분 받아들여진 것이다. 시민단체는 환자가 원하지 않는 상급병실료는 받지 못하게 하고 치료상 상급병실을 써야 하는 경우 구체적으로 조건을 명시해 보험적용할 것을 주장해 왔다. 기획단이 내놓은 2~3인실의 본인부담 상한제 적용도 불가피하게 상급병실 이용시 본인부담을 30%로 한정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일단 병원비 부담이 줄어드는 환자 측은 개선안을 환영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2~3인실까지 일반병상으로 보험적용하는 안은 찬성한다”며 기본 입장을 밝혔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도 “다른 병원에 못 가는 중증 환자들은 원치 않는데도 상급병실을 이용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선안을 반겼다.
그러나 이행 가능성에 대해서 안기종 대표는 “실현만 된다면야 환자 부담이 엄청나게 줄어드니 반가운 대책이다”면서도 “혹시 재정이 없다고 실현되지 않는 게 아닌가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노동계는 정부안이 다소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은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은 단순히 문제가 있어서 개선하는 차원이 아니라 박 대통령 공약 이행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일반병실 비중은 80%는 돼야 하고 환자가 원치 않는데 상급병실에 가는 경우는 부담을 주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중증질환자의 진료비를 전액 국가가 보장하는 것으로 개선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악화” 병원단체 반발
수익감소를 피할 수 없는 병원계는 반발했다.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부회장은 “보장성 강화에 필요한 재정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모두 외면하고 있다”며 “의료의 질은 어떻게 할 거냐”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오히려 박 부회장은 “원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현행 일반병실 입원료부터 제대로 수가를 주고나서 상급병실 축소를 논하는 것이 순서”라며 “2~3인실을 일반병실로 만들면 6인실 입원환자와 또다른 형평성 시비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급병실료와 함께 선택진료까지 보험을 적용하면 국민들이 내는 국민건강보험료가 5~8%에서 6~7%로 인상돼야 가능하다는 것이 박 부회장의 주장이다. 더구나 1안과 2안 어느 쪽이든 대형종합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입원 대기시간이 더욱 길어지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상급병실료를 나라에서 보조해 준다는데 누가 일반병실 들어가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역시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을 우려했다. 서 이사는 “소인실의 일반병상 전환은 환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처사”라며 “의료전달체계를 왜곡시켜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병원협회 조한호 경영이사도 의료 수가(의료행위에 매겨지는 가격)부터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이사는 “일반병실이 있는데도 수익을 내려고 상급병실로 유도하는 일부 병원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것은 기본 입원료가 원가의 50~70%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 경영상 어쩔 수 없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병상 현황 공개도 같이 가야
상급병실료를 사회문제와 연결시켜 보는 시선도 있었다.
고려대 보건대학원 윤석준 교수는 “병원 청소부만 알아도 더 빨리 입원할 수 있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공정하지 않은 ‘룰’이 사회에 만연돼 있는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병상배정 현황을 공개하라는 의미로, 윤 교수는 병실별 예상 대기시간을 실시간 공개하는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3대 비급여 정책만 개선해도 현재 63%인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을 OECD 수준인 80%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정부는 2018년 보험 보장률을 78.5%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보공단 보고서는 현재 국민 수입의 5.89%인 보험료를 최소 6.11%까지는 올려야 필요한 재정을 조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보건복지부 비급여개선팀 권병기 팀장은 “기획단이 안을 냈지만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연말 재원 조달계획 등 세부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