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노인들의 합창 들으러 전 세계서
우리나라 찾아오는 그 날을 꿈꿔요”
“90 노인들의 합창 들으러 전 세계서
우리나라 찾아오는 그 날을 꿈꿔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10.25 10:29
  • 호수 3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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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춘천 가톨릭신협 청춘합창단
▲ 춘천가톨릭신협 청춘합창단이 10월, 부산국제합창제 참가 직후 기념촬영했다. 앞줄 가운데 진분홍 저고리 입은 젊은 여성이 반주자 이지수씨, 그 오른편이 지휘자 송경애씨. 맨 뒷줄 왼쪽에서 5번째가 임홍지 단장, 셋째 줄 맨 오른쪽이 총무 고혜숙씨이다.

창단 2년 만에 국내외 큰 대회 석권… 연습만이 비결
단원 52명 55~78세, 평균 연령 67세, 교사 출신 많아


청춘합창단은 전국 대도시마다 있다. 화제가 됐던 TV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도 그 중 하나다. 춘천 가톨릭신협 청춘합창단(단장 임홍지)은 남다르다. 창단 2년이 채 안된 시점에 ‘합창의 그랜드 슬램’(큰 대회 연속 3연패)을 달성했다. △제30회 태백전국합창경연대회 스페셜부 대상(2012.8) △국립합창단 주최 전국골든에이지합창경연대회 대상(2013.10) △제9회 국제부산합창제 시니어부문 금상(2013.10) 등 국내외 굵직한 대회 3곳을 석권했다. 놀라운 성적이다. 국제부산합창제의 경우 한국 영국 일본 러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홍콩 대만 피지 등 12개국 46개 팀이 경합을 벌였다. 청춘합창단 측은 “올해 대회는 경험을 쌓을 겸 나가보고 내년 우승을 바라보았던 건데 첫 출전에 바로 은상, 동상 없는 금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가톨릭신협 청춘합창단 지휘자 송경애(63·춘천시 우도동)씨에게 우승 비결을 묻자 “비결이요? 연습밖에 없어요. 연습할 때 단원들에게 자신들을 ‘팥쥐’, 나를 ‘팥쥐엄마’라고 편하게 생각하라고 해요”라고 답했다.
안산시립합창단 지휘자는 “노인은 대개 빠른 곡, 높은 곡, 율동이 따르는 합창과 어려운 리듬의 곡을 소화하지 못하지만 춘천 합창단은 덜 노화된 목소리로 이 같은 단점들을 잘 극복해냈다”고 평했다.
한 단원은 ‘골든에이지…대회’ 수상 직후 “지휘자 선생님이 우리를 쥐 잡듯 잡더니 결국엔 우승을 했네요”라고 우스개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 말을 전해들은 송씨는 “얼마나 내가 몰아부쳤는지 이해가 간다”며 웃었다. 송씨는 춘천에서 대학을 나와 35년 간 음악교사 생활을 한 ‘춘천토박이’다.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했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이란 시집을 펴내기도 했다. 남편 권영찬(66)씨도 이 합창단의 일원이다.
청춘합창단은 활기차고 즐겁게 사는 노년생활을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11년 11월 창단됐다. 전신은 춘천의 한 복지센터 합창단이었다. 사정상 합창단이 없어지면서 원래 있던 단원 20여명이 송경애씨를 주축으로 새롭게 결성한 것이다. ‘춘천 가톨릭신협’이 앞에 붙은 건 가톨릭신협이 춘천시민들을 통해 얻은 이익금을 시민들에게 환원하는 일환으로 합창단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단원 52명(남 19, 여 33)의 나이는 55~79세로 평균 연령이 68세이다. 부부가 3쌍이고, 싱글이 20%이다. 남자 단원의 전직은 교사·공직자·사업가 등이고, 여성 단원들은 교사가 압도적이다. 모두 춘천에 거주하며, 강원도에서 농사짓는 이가 한 명 있다. 이들 가운데 80%는 성가대 등에서 노래를 불렀던 이력이 있다. 그렇지만 합창이 뭔지도 몰랐던 이도 끼어 있다. 일주일에 두 차례(월·수요일), 춘천 죽림동 가톨릭신협 건물 4층에 모여 2시간씩 노래 연습을 한다. 연습은 녹록치 않다. 수없는 반복이다. 같은 노래를 100번 이상 부르기도 한다.
청춘합창단 총무로 봉사하는 고혜숙(67)씨는 “처음엔 문화센터 노래교실 정도로 만만하게 생각하고 들어왔다가 된통 혼나고 있다”며 “살림과 노래 중 1번은 노래”라며 웃었다.
초등교사 30년 경력의 고씨는 송씨와 선후배 사이. 노래를 못 부른다고 처음엔 사양했으나 후배가 적극 밀어주어 노래를 부르게 됐다고. 대회를 앞두고는 연습량이 1시간 더 늘어난다. 연습이 생업에 지장을 주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만 두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이다. 본인이 아플 때도 있고 배우자가 아픈 경우도 있다. 그래서 송씨는 항상 부부가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원들은 노래를 부른 이후 젊었을 적 맛보지 못한 생의 또 다른 기쁨을 누린다고 입을 모은다. 중등교사 출신의 장길자(68)씨는 “만약 노래를 하지 않았다면 우울증에 걸렸을지 모른다는 말을 우리끼리 한다”며 “우리가 언제 우아하게 드레스 입고 국립극장 무대에 서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공연을 통해 사회에 재능기부를 하기도 한다. 2012년 춘천소년원 위로공연 등 6회의 나눔 공연을 했다. 고씨는 “우리가 노래를 부르자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졸기도 했어요. 아들 뻘 되는 이들이 우리 노래를 경청하는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기도 했어요”라고 기억했다.
송경애씨는 “인구 30만도 안 되는 작은 도시에서 우리가 노래로서 전국에 이름을 알리게 된 사실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75세가 넘으면 합창단에서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단원에게 말합니다. 앞으로 90이 돼서도 노래를 부르자고요. 전 세계 사람들이 90 노인의 합창을 들으러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그 날을 꿈꾸며 노래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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