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전문의 이종구 박사
심장 전문의 이종구 박사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11.08 10:16
  • 호수 3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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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싱겁게 먹으면 오히려 사망률 높아져요”

살찐 노인이 마른 노인보다 오래 살아… 체중 빠지면 ‘적신호’
취미는 음악… 매달 두 번 오페라 강의하고 클래식 책도 펴내


톱스타 김지미와 결혼·이혼으로 한때 매스컴에 오르내렸던 심장 전문의 이종구(82) 박사가 한 포럼의 소식지에 건강에 관한 흥미로운 글을 썼다. 너무 싱겁게 먹어도 오히려 사망률이 높고, 비타민은 암·심장병 예방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 상식을 뒤집는 이야기이다. 지난 10월 말, 정확한 내용을 듣기 위해 서울 강남구 학동사거리에 있는 ‘이종구 심장클리닉’을 찾았다.

-이곳에서 병원을 오래 했는가.
“서울아산병원 심장센터 소장을 하다 97년에 은퇴하고 나왔어요. 요 근처 건물에서 몇 년 있다 이 건물로 온 지는 12년 됐네요.”

-관리하는 환자가 많겠다.
“내가 보는 환자의 75%가 노인들로 심장병·신부전증·고혈압 환자들이 대부분이에요. 20년 전 아산병원에서 치료한 환자도 많이 오고요.”

-20년간 낫지 않았다는 말인가.
“죽지 않고 오래 사니까 이렇게 오는 거지요. 지금은 약이 좋아 심장병 환자도 오래 살아요. 대학병원에서는 심장병이라면 수술하자고 하지만 협심증 같은 심장병의 95%가 수술하지 않고 약물로 치료해도 오래 살아요.”

-수술은 안 하는가.
“여기서는 수술은 안하고 필요한 이는 대학병원에 보내요.”

-너무 싱겁게 먹으면 오히려 건강에 안 좋다고.
“많은 의학정보가 잘못 됐어요. 그 중 하나가 소금인데 ‘5그램 이하로 먹어라’고 하지만 의학적 근거가 없는 말이에요. 소금을 적게 먹으면 사망률 또는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을 예방한다는 신빙성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어요. 과거에는 식단을 보고 소금섭취량을 추측한 반면에 요즘은 소변에서 소금량을 추출합니다. 소금은 몸에서 만들어지지도 않고 남지도 않거든요. 2011년 캐나다의 유습 교수팀이 연구결과를 발표했어요. 심장병 또는 고혈압이 있는 60~70대의 노인들을 대상자로 24시간 소변에서 배출되는 소금량을 측정하여 5년간 관찰한 결과 소금을 10~15그램 배출한 사람에게서 사망률이 가장 낮았고, 소금을 5그램 이하 섭취한 군과 18그램 섭취한 군에서 사망률이 증가했어요. 굳이 너무 싱겁게 먹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요.”

이종구 박사에 따르면 신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은 필요 이상의 소금을 섭취하면 나트리움(Na)을 소변으로 배설한다. 나트리움이 부족하면 이의 배출을 막기 위해 안지오텐신이라는 호르몬을 생산하는데 이 호르몬은 혈압을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동맥경화증을 촉진시키는 해로운 호르몬이다. 이런 이유로 지나친 저염식이 동맥경화증과 심장병에 해로울 수 있다고 한다.

-비타민도 암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고.
“비타민이 심장병·고혈압·암 등을 예방한다는 근거가 하나도 없어요. 하버드대학의 연구팀은 1997~2007년 50세 이상의 남성 의사 1만4000명을 대상으로 비타민E(400 단위 격일)와 비타민 C(1일 500mg)를 복용하게 했어요. 그 결과 비타민 E와 C는 심근경색증·중풍과 사망률을 감소시키지 못했고, 비타민 E를 복용한 남자군에서 뇌졸중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중년 이상의 남자가 심혈관 질환과 암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굳이 비타민 C·E·베타카로틴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결론지었어요. 결론적으로 각종 비타민과 항산화제로 심장병 또는 암을 예방한다는 기대는 할 수 없고, 과다한 섭취는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알아두어야 해요.”
이종구 박사는 노인의 체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인들이 요즘 말라야 오래 사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에요. 65세 이상 되면 체중이 제일 많이 나가는 이가 사망률이 제일 낮아요. 그래서 노인환자들에게 살 뺄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살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합니다. 입맛 떨어지고, 식사 제대로 못하고, 체중 빠지면 그게 위험 신호에요.”

-과다 체중은 안 좋지 않은가.
“미국의 뚱뚱한 사람 정도면 안 좋지만 한국인은 그런 사람이 거의 없잖아요. 비엠아이(BMI)라고 체질량지수가 있어요. 체중을 미터로 환산한 신장으로 두 번 나누어 구한 값이지요. 예를 들어 몸무게가 80kg고 키가 170㎝면 80을 1.7로 두 번 나누는 겁니다. 비만학회는 18.5~22가 정상이고 25이상은 비만으로 분류하지만 30까지는 괜찮다고 할 수 있어요. 한국의 노인 중 30 넘는 이는 100명 중 한 사람도 안 돼요. 18.5가 정상이라지만 22 이하인 사람이 사망률이 더 높아요.”

-장수하려면.
“우리나라 노인 3분의 1이 고혈압을 갖고 있어요. 최고혈압이 140㎜hg이면 약을 먹어야 해요. 콜레스테롤을 조절하고 당뇨를 예방해야 해요. 그런 걸 갖고 있다면 치료를 잘 해라… 이겁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술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가고 이런 게 다 안 좋은 겁니다. 노인은 잘 먹어야 해요. 영양식하고 고기도 좀 먹어야 합니다.”

이종구 박사는 하루 50~60명의 환자를 본다. 토요일 오전에도 진료한다. 82세로서 건강의 비결이 궁금했다.
“담배를 안 피우고, 과음 안하고, 적당히 운동하고, 맘 편히 살려고 해요. 욕심 부리지 않고 될 수 있으면 양보하고. 나도 30년 동안 혈압약을 먹고 있어요.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혈압약이 20가지가 돼요. 새로 나오는 약마다 내 스스로에게 실험을 해요. 잘 듣나, 부작용이 없는가 하고요. 요즘은 베타차단제 등 3가지 종류의 약을 먹어요.”

-혈압은 운동해도 낫지 않는가.
“고혈압은 완치가 안돼요. 타고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나이 들면 악화돼요. 살찐 이가 살을 빼면 조금 내려갈 뿐 완치되는 건 아니에요.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하면 10㎜hg 정도는 내려가요. 예를 들어 최고혈압이 180에서 170으로 내려가도 약은 먹어야 합니다. 음식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혈압 약 안 먹어도 된다는 건 잘못된 겁니다.”

이종구 박사는 1957년 서울대 의대를 나온 후 캐나다 온타리오대학 및 맥길대학에서 내과와 심장내과 수련의 과정을 마쳤다. 캐나다의 내과·심장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스웨덴 카로린스카대학 연구원을 역임했다. 1965 ~1989년 캐나다의 에드먼턴 앨버타대학에서 내과교수를 지냈다. 로열 알렉산드리아병원 순환기내과 과장 및 북 앨버타 주 심장재활원 원장을 역임했다. 1989년 귀국 후 서울아산병원 심장센터 소장, 울산의과대학 교수, 대한순환기학회회장을 역임했다. 일본 후쿠오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앨버타대학 명예교수, 서울 삼성의료원 심장센터 외래교수로 있다. 연구논문을 유명 외국 의학지에 82편, 국내 의학지에 41편 발표했으며, 외국에서 심장병 저서 2권을 출간했다.

-어떻게 의사가 됐나.
“내 선친이 의사였어요. 옛날에 경성제국대학 나와서 의사가 되셨지요. 옆에서 보기에 항상 존경할만한 분이었어요. 의사란 직업이 대우 받고 괜찮은 직업 같았어요. 아버지도 원하셔서 된 거지요.”

-의사란 직업은.
“의사가 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노인 환자들이 나이가 들수록 인지기능과 기억력·이해력이 떨어지고 관절도 나빠지고 그래요. 그런 환자들이 대학병원 가면 천대 받아요. 환자들이 많으니까 대화를 안 해주고 그러지요. 난 묻는 거 대답해주고, 나에게 묻지 않더라도 안부도 묻고, 친구처럼 가족 얘기도 하고 그래요. 내가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만족감도 들고, 지루하지 않고, 피곤한 줄도 몰라요.”

-오페라 강연도 한다고.
“예술의 전당 후원회장을 6년 하면서 회원들 데리고 유럽에 음악투어를 다녔어요. 그러다보니까 음악 공부도 하게 됐고, ‘내 인생의 클래식’이라는 책도 썼어요. 지금은 오페라에 대한 책을 쓰고 있어요. 책을 쓰려니 공부를 많이 해야겠더라고요. 오페라 강연 한 지는 1년 정도 됐네요. 매달 첫째·셋째 목요일, ‘뮤직바움’이라는 클래식 음악 동호인 모임에 나갑니다. 오페라가 유럽의 역사와 전설, 성서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대부분이에요. 오페라 DVD를 틀어놓고 그런 것들을 해설해줍니다. 모임에는 박성범 전 국회의원 부부, 학교 친구 금진호 전 상공부장관도 나옵니다.”

-100세 시대를 대비한다면.
“나이 먹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야 해요. 나는 노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40~50대 때 가졌던 생각이 하나도 안 변했어요. 물론 육체적으로는 못 따라가지만 정신적으로는 하나도 안 변했어요. 취미 생활도 나보다 젊은이들과 어울려 합니다. 남녀 가리지 않고 젊은이들과 함께 여행도 가고, 대화하고 그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종구 박사는 노인 환자들 가운데 딱한 이들이 많다고 한다. 자식들에게 재산 다 물려주고 자식들은 사업한답시고 부도난 경우 또, 자식들에게 돈 다 주고 병원비마저 타 쓰는 노인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고. 이 박사는 “외국은 그렇지 않아요. 자기가 다 쓰고 남은 게 있으면 자식에게 물려줍니다. 내가 그래요. ‘다 쓰고 가라’고요. 남은 거 있으면 기부하고 그 다음에 자식에게 물려주라고요. 대학까지 보내고 결혼시켰으면 됐다고 해요”라고 말했다.

이종구 박사는 10여년전 28세 연하의 사업가 황선미(54)씨와 재혼했다. 황씨는 일본에서 식품자재를 수입해와 한국의 고급 일식집에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요즘 방사선 문제로 ‘사업이 고단하다’고 한다. 이 박사에게 ‘황혼 재혼’ 생활은 어떤가 물었다. 이 박사는 “집사람이 자꾸 아프다니까 나는 아프다는 소리도 못해요. 집에선 내가 더 젊다고 생각해요”라며 “우리는 각자 일이 있어 아침에 집을 나가면 밤 9~10시에 들어와요. 일요일에도 각자 취미생활을 따로 하니까 얼굴 마주 대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요. 그래도 혼자 사는 것보다는 낫지요”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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