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꽃을 선물해볼까
미술관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꽃을 선물해볼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11.15 10:53
  • 호수 3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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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의 취재수첩

시대를 불문하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누구에게나 아름답고 기분 좋은 장소로 기억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한겨레신문 사장을 지낸 고희범 등이 공동대표로 있는 평화박물관이 그렇다. 서울 견지동에 있는 이 박물관은 최근 5년간 억대의 불법기부금을 받아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곳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비방하는 부적절한 그림을 전시한 곳이다. 박 대통령이 수술대에 누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닮은 아기를 출산하는 장면을 담고 있는 그 그림말이다. 이 박물관은 2008년부터 지난해 말 사이 해마다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원까지 모두 1억2000만원을 회원이 아닌 불특정 다수로부터 모금한 혐의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상 1000만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하는 단체는 지방자치단체(평화박물관은 서울시)에 사전등록 해야 한다. 평화박물관은 이를 어긴 혐의다. 박물관은 유익한 곳이라는 고정 관념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미술관에 대한 좋은 감정이 한 미술관의 ‘작은 횡포’로 불쾌감으로 남은 적이 있다. 서울 부암동에 있는 사설미술관에 가족과 함께 들른 적이 있다. 이 미술관은 상설전시장과 함께 한옥을 전시하고 있다. 당시 입장료는 1만2000원. 전시 작품의 질에 비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이유를 물었다. 입장료에는 한옥 관람 값까지 포함됐다고 한다. 대원군의 별서로 쓰였던 한옥의 일부를 해체해 가져다 조립해놓았다고 한다. 한옥과 주변경관이 볼 만하다는 게 미술관 측의 해명이다. 도처에 리모델링한 한옥을 비롯해 한옥 스테이 등 한옥은 볼만큼 봤기 때문에 전시작만 보겠다고 하자 입장료에 포함됐기 때문에 부분 관람은 불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씁쓸한 기분으로 그 미술관을 나섰던 기억이 난다.
서울 강북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강남보다는 많은 편이다. 그 중 사설인 경우는 입장료가 6000~1만6000원 대이다. 한 달 200만원 이하의 임금 근로자(우리나라 근로자의 반 이상 차지)로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그런데 1만원 이하의 초대형 미술관이 생겨나 반갑기 그지없다. 지난 13일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경복궁 건너편 옛 기무사 터에 세운 현대미술관은 모양이 서로 다른 건물 3채가 서 있다. 조선 국왕의 친인척 사무를 담당했던 전통 한옥인 종친부, 일본군 수도육군병원으로 지어져 1979년 10·26 당시 고 박정희 대통령의 시신을 확인했던 국군서울지구병원 그리고 아이보리색 테라코타와 유리 커튼월의 현대식 감각의 건물 등 서로 다른 시간과 역사를 품은 건물들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전시 내용도 세계적이다. 5개 특별전, 국내외 작가 70여명을 만날 수 있다. 서울관에서 가장 큰 설치 작품 서도호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은 벌써 입소문을 타 많은 이들이 보고 싶어 한다. 청색 폴리에스터 천으로 만든 실물 크기 한옥과 양옥 두 채를 섞어 공중에 매달아 놓았다.
대만 미술가 리밍웨이는 전시장에 갈라진 아스팔트 같은 구조물을 설치하고 그 안에 생화 여러 송이를 꽂아놓은 작품 ‘움직이는 정원’을 내놓았다. 벽엔 ‘꽃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라고 씌어 있다. 관객이 꽃을 가져감으로써 작품이 완성된다고 한다. 내년 2월 28일까지 매일 새로운 꽃 100송이씩을 공급할 예정이다. 예술은 받고자하는 이들에게 열려 있고, 받고 나면 다소 책임이 생기며, 주고받는 이들 사이의 기억을 공유하는 그 무엇이란 점에서 이 전시는 의미가 있다. 현대예술도 감상하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꽃도 선사할 겸 조만간 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들러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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