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책]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볼만한 책]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11.22 10:35
  • 호수 3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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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천하의 정치적·사상적·사회적 패권을 놓고 다투었던 사람들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문헌으로서 정치권력을 차지하려는 자들을 위한 기술적 지침서와 같은 책이며, 반면 ‘장자’는 권력을 차지하지 못한 지식인들을 위해 세상과의 불화를 해소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문헌이 이렇게 이질적임에도 ‘노자’와 ‘장자’는 ‘노장’이라는 말로 한데 묶여 실제와는 동떨어진 고정관념을 낳았다. 이러한 고정관념에 일조한 주제들 중 대표적인 것이 ‘무위無爲’라는 것, ‘노자’가 페미니즘의 시각을 보여준다는 것, ‘장자’가 기술 문명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이해에 따르면 무위는 노장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간주될 만큼 노장의 독보적인 개념도 아니고 탈속적·반문명적인 삶과 연관되는 개념도 아니다. 또 ‘노자’와 페미니즘, ‘장자’와 기술 문명 비판을 연결 짓는 것은 문맥을 간과한 채 원문을 선별적으로 인용하거나 잘못 이해한 것으로, 전통과 탈근대적인 것을 잘못 연결한 결과이다.
저자는 ‘노자’와 ‘장자’를 이렇게 읽어내는 것에서 나아가, 오늘날 우리가 노장을 어떻게 삶에 유의미한 것으로 지속시킬 수 있을지를 모색한다. 그리하여 노장을 도가나 도교라는 이름의 철학이나 종교로 받아들이지 말고, ‘장자’의 ‘유遊’(노님) 개념에 입각해 ‘도술(道術)’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이자고 제안한다.
여기서 도술이란 신비한 초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부정하거나 삶에 종속되지 않고 삶을 누리는 기술, 정치와 문명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누리는 기술을 말하며, 이러한 시각은 철학과 종교의 이분법, 이론과 실천의 괴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결국 이 책은‘노자’와 ‘장자’에서 삶의 기술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셈이다.

김시천/1만8000원/책세상/02-3273-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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