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과 미술관서 다시 만나는 이중섭
서점과 미술관서 다시 만나는 이중섭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11.22 10:37
  • 호수 3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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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작품·편지 엮은 책 베스트셀러
▲ 이중섭의 작품 ‘황소’. 자신의 폭발적인 내면을 표현한 이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각종 전시서도 가장 인기 많은 작품

 

▲ 책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의 표지.

‘화공 대향은 실로 귀여운 남덕을 어떤 방법으로 사랑해야만 남덕의 아름다운 마음에 대향의 애정이 가득히 넘칠는지 지금도 열심히 생각하고 있다오. 나의 품 안에 포옥 안기는 자그마하고 귀여운 단 한 사람인 나의 아내여, 안심하고 나를 믿고 기다려주오. 우리 부부보다 강하고, 참으로 건강한 부부는 달리 또 없을 게요.’
‘한국 근대 미술의 선구자’ ‘천재 화가’ 등 온갖 화려한 수식어가 이름 앞에 붙지만, 생전에는 지독한 가난 속에서 가족과 이별하는 등 불운한 삶을 살았던 ‘대향’(大鄕) 이중섭이 아내에게 보냈던 편지의 일부다. 아내를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대목이다.
가을부터 최근까지 이중섭과 관련된 책과 다양한 전시 등이 선보이면서 그의 삶과 작품 세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0월 종영한 SBS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 소품으로 쓰이며 다시 한 번 인기를 끌고 있는 책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은 2000년 출판사 다빈치가 출간한 책의 두 번째 개정판이다. 최근 다시 판매가 늘며 교보문고 기준 베스트셀러 10위 권 초반에서 중반을 지키는 등 선전 중이다.
이 책에는 유화·수채화·은종이 그림 등 이중섭의 대표작 90여 점과 더불어 일본에 있던 아내 이남덕(마사코) 여사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이남덕이 이중섭에게 보낸 편지, 이중섭이 결혼 전 이남덕에게 띄운 그림엽서 등이 수록돼 있다.
이중섭이 직접 쓴 글을 고(故) 박재삼 시인이 우리말로 번역, 당시의 궁핍한 생활상과 가족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그리움, 예술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 여성과 결혼을 하고, 한국 전쟁 기간에 부산과 제주도를 오가며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 가난한 생활을 한 그의 글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대목이 많다.
이처럼 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교보문고는 광화문점 삼환재에서 특별전 ‘이중섭, 그대에게 가는 길’을 열고 있다. 올해 12월 3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특별전에는 이중섭의 글과 그림이 재구성돼 전시되고 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에서도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 ‘소’ 등이 전시 중이다.
특히 많은 관람객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 ‘황소’를 꼽았다. 얼마 전 관람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무려 102명이 이처럼 대답한 것. 게다가 98표를 얻은 작품 역시 이중섭의 작품 ‘소’로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이중섭미술관의 관람객도 크게 늘었다. 11월 17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은 14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방문객 11만2000여명과 비교해 30% 가량 늘었다. 이 중 98%는 도외 관람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귀포시와 미술관 측은 “이중섭거리를 연계해 작가의 산책길과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 도심 속 미술관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설명해 앞으로도 이중섭미술관을 찾는 관광객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이중섭의 삶은 고단했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겨울을 따뜻한 감성으로 채우며 행복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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