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대한민국’ 알리는 일에 사비 수억 들여
‘세계 최고 대한민국’ 알리는 일에 사비 수억 들여
  • 글·사진=오현주 기자
  • 승인 2013.11.22 10:44
  • 호수 3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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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차피득 한국필름 회장

구두닦이… 500만원으로 ‘한국필름’ 창업
초판 3천부, 2년 만에 50만부 발행 무료 배포

 

▲ 차피득 회장이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국필름’ 회장실에서 ‘미꾸라지 진짜 용 된 나라 대한민국’을 보이며 무료 배포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라 자랑 하는 일에 자기 돈 들이는 뜻 있는 ‘애국 노인’이 종종 있다. 그렇지만 수십억대의 돈을 쓰며 수년째 이 일을 계속해오는 이는 흔치 않다. 한국필름 차피득(82) 회장은 지난 2년여 동안 한국의 놀라운 경제 성장과 문화 발전을 국내외에 알리는 일에 사비 2억원을 들여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미꾸라지 진짜 용 된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소책자를 만들어 개인과 단체·공공기관 등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에 초판 3000부를 찍은 후 2013년 10월 현재까지 20판 50만부를 찍었다. 영문판 2만5000부도 인쇄했다.
책의 내용은 세계 경제·산업·문화 분야에서 한국 최초, 한국 1위를 기록한 사실들을 담았다. ‘선진국도 부러워하는 한국의 건강보험’ ‘일등 조선’ ‘K-POP’ ‘세계가 두려워하는 삼성’ 등등 제목을 보면 우리가 신문에서 얼핏 보았던 내용들이다.
“2011년 무렵에 깜짝 깜짝 놀라는 내용의 기사들이 신문에 많이 보이더라고요. 한국이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든가, 일본을 제쳤다든가 하는 기사들이 말이지요.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힘겨운 산업화 과정을 겪은 나로서는 믿기조차 힘든 뉴스였어요. 이걸 스크랩하면서 나 혼자 보기는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아무 내용이나 싣지 않았다. 몇 가지 기준을 두었다. 첫째, 자기(차 회장)같이 독서력이 없는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짧게 줄였다. 둘째, 한국 최초일지라도 규모가 1조원이 넘어야 할 것. 셋째, 자신도 장로이지만 교회 냄새가 나면 안 되고, 정치적인 이슈는 배제했다. 차 회장은 “미국이 링컨·헨리 포드·록펠러 같은 역사적인 인물을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가르치듯이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 두 사람 정도를 넣었다”고 했다.
처음엔 이런 내용을 A4 10장 정도에 담아 호치키스로 박아 친지들에게 돌렸다. 이를 받아본 이들은 “놀랍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은데 또 있느냐”며 추가로 달라고 해왔다. 일일이 복사를 하다 보니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시간과 수고가 많이 들었다. 옆에서 지켜본 차 회장의 아들이 차라리 책자로 만드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해 예쁜 소책자로 나오게 됐다.
말이 3000부이지 쌓아놓고 보니 어떻게 소진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지하철역에서 뿌려볼까도 생각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친지들과 함께 책을 들고 탑골공원을 찾아가 노인들에게 전해주었다. 한 달에 100부씩 뿌렸다. 잠깐 사이에 초판이 다 나갔다. 서서히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국방부에서 정훈장교 강연 교재로 쓰겠다며 요청이 왔고, 이천의 관광대학에서 부교재로 쓰겠다며 수 백부를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교회 목사가 설교 자료에 쓰고 교인들에게 나눠주겠다며 부탁해오기도 했다. 심지어 미국에서 영문판 책자를 보내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오기도 했다.
“한국을 잘 모르는 미국인들은 한국인이라고 하면 ‘사우스(남한)냐, 노스(북한)냐’고 물으면서 3대 세습을 한 후진국 사람 취급을 한다는 거예요. 미국 교포의 그런 요청을 받고 영문판을 낸 겁니다.”
차 회장은 ‘미꾸라지…’ 유명세를 타고 강연도 몇 차례 했고, 모르던 이들과 훈훈한 인연을 맺기도 했다. 차 회장은 “최근 노인대학에서 150여명을 모아놓고 강연을 했을 때 박수를 받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미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하고 7차례나 박수를 받았다고 하는데 나한테는 4차례밖에 해주지 않더라”며 웃었다. 박정희 정권에서 국회부의장을 지낸 장경순(90)씨가 이 책을 어딘가에서 구해 읽고는 ‘훌륭한 일을 한다’며 차 회장에게 감사장도 보내고, 직접 성경말씀을 붓글씨로 적어 족자로 만들어 보내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평안북도 선천 출신의 차 회장은 19세에 6·25를 겪었다. 구두닦이·미군부대 하우스보이 등 허드렛일을 하다 1965년 종자돈 500만원으로 한국필름을 창업했다. 주 생산품은 인쇄필름. 영화필름·카메라필름과는 다른 산업용 필름이다. 이 필름은 차 회장의 기업 일생과 흥망을 함께 했다. 사업 초기 우리나라에 옵셋 인쇄기가 들어오면서 소비가 일기 시작했다가 2000년대 들어 디지털에 밀리면서 사양산업의 하나가 됐다. 다각도로 사업 변경을 꾀하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터치필름을 개발하면서 일본기업과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최근 회사를 아들에게 넘겨주고 경영에선 손을 떼고 회장으로 남았다.
사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인천시 남구 로터리에 당시 은행에서 불하 받은 땅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을 한 적이 있는데 건축업자가 공사를 엉터리로 하는 바람에 하자보수 해 주느라 있는 돈 다 날리고 8년 동안 허송세월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차 회장은 ‘미꾸라지…’에다 역전의 드라마틱한 인생관을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어릴 적 고생이 너무 심해 이 지구상에 그 많은 나라 중에서 하필이면 한국이란 가난한 나라에 어쩌다 태어나 이 고생을 하게 됐을까 한탄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82세가 된 지금은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어쩌다 그 많은 나라 중에 억세게 재수 좋게 한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 그렇게 못살던 나라에서 일약 선진국으로 둔갑하는 신나는 발전과정을 내 당대에 체험하는 행운을 누리게 됐을까.”
차 회장은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선진국의 식민지로 있다가 신생국가가 된 나라는 85개국이다. 그 중에서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래서 제목을 ‘미꾸라지 진짜 용 된 나라 대한민국’이라고 이름을 지었다”며 “앞으로 꿈은 100만부 달성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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