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공사의 ‘잔머리 굴리기’
지하철공사의 ‘잔머리 굴리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11.22 10:51
  • 호수 3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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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의 취재수첩

지하철공사가 또 잔머리를 굴린다. 최근 서울메트로 등 전국 6개 지하철공사는 누적적자 14조6000억원의 원인이 노인무임승차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무임승차대상 연령을 70세로 올리고 65~70세는 요금 50%를 내자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들은 툭하면 노인을 핑계 삼는다. 적자 원인이 자신들의 방만 부실 경영 때문인 걸 세상이 다 아는데도 말이다.
서울시가 올해 6, 7월 실시한 서울메트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매년 2000억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방만한 경영을 해왔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2년 동안 총 2만7703명의 직원에게 306억5500만원의 연차보상금을 정부기준보다 과다지급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유급휴가의 법정한도는 25일. 하지만 서울메트로는 취업규칙 등을 이용해 꼼수를 부렸다. 사장이 허가할 경우 법정기준을 초과해 유급휴가를 주도록 한 것이다. 서울메트로 직원들은 연차휴가를 쓰는 대신 최대 12일 동안 ‘보건휴가’를 사용했다. 실제로는 25일 이상의 유급휴가를 다녀오고도 쓰지 않은 연차휴가 보상금은 꼬박꼬박 챙겼다.
서울메트로는 시설 개·보수에도 불필요하게 비용을 낭비했다. 예컨대 서울시청역사 환경개선공사의 경우 8개월째 공사가 지연되면서 공사비가 2억6200만원이 더 들어가고, 시민들은 출퇴근 때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는 설계업체가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설계를 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다. 서울메트로가 제대로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는 또 퇴직금누진제를 통해 2002~ 2012년 퇴직자 2248명에게 258억5800만원의 퇴직금을 과다하게 지급했다. 앞으로 과다 지급해야 할 퇴직금도 1374억4400만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퇴직금누진제를 적용해 퇴직급여 및 퇴직급여충당금을 주는 바람에 재정수지 악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폐지를 요구했다. 국가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원흉인 공기업 중에서도 퇴직금누진제를 시행하는 곳은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 등 서울시 산하기관 5곳이 유일하다.
이처럼 지하철공사의 근본적인 적자 이유가 허투루 예산을 쓰고 부실한 경영 때문인데도 이들은 적자의 원인을 노인들에게 돌리는 파렴치한 짓을 하는 것이다.
대낮에 지하철을 타보면 유난히 많은 노인 승객들을 보게 된다. 지하철공사 적자 실태를 정확히 모르는 일반인들은 보고 느낀 대로 ‘과연 노인무임승차가 적자 원인이겠구나’고 생각할 수 있다. 노인들은 억울하게 앉은 자리에서 적자의 주범으로 오인 받아 시민들의 곱지 않은 눈총을 받는 셈이다.
지하철공사는 왜 부조리한 경영을 개선하지 못한 채 엉뚱한 이에게 누명을 씌우는 걸까. 노조 가 책임을 비껴갈 수 없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퇴직금누진제와 특별휴가 부문에 대해 “메트로 측도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만 노사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노조는 뭘 하는 곳인가. 칼자루를 쥔 사측에 대항하기 위해 힘없는 직원들이 단결, 법에 의지해 최소한의 권리를 찾자고 만든 단체가 아닌가. 지하철 노조의 경우는 오히려 회사를 망치며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압력단체로 변질돼 가고 있다.
서울메트로 등 지하철공사 노조는 하루빨리 뼈를 깎는 반성과 각성을 통해 부조리한 규칙을 철폐하고 정상적으로 철도를 운영, 적자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기들의 탐욕과 무능으로 인한 적자를 힘없는 노인에게 전가하는 기만행위를 당장 그만둘 것이며, 앞으로도 얄팍하게 잔머리 굴리는 행위를 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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