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중국 땅 넘나드는 방공식별구역을 그려보자
우리도 중국 땅 넘나드는 방공식별구역을 그려보자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11.29 14:27
  • 호수 3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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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의 취재수첩

요즘 중국과 일본이 부럽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그들의 ‘무대뽀’가 부럽다는 말이다. 중국은 11월 23일, 아이들이 땅 따먹기 하듯 자국에 유리한 방공식별구역을 새로 그려놓고 보란 듯이 전투기 수십 대를 영공에 띄웠다. 일본도 이에 질세라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에 태평양의 오가사와라 제도까지 포함하는 걸 검토 중이다. 방공식별구역이란 영공과는 다른 개념으로 국가안보 목적상 군용항공기의 식별을 위해 특정국가가 설정한 임의의 영공선이다. 국제법적으로 영공 관할권을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구역을 비행하는 항공기에 대해 무력대응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댜오위다오)를 놓고 벌이는 이 영토분쟁에 우리가 공연히 피해를 보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중국이 그어놓은 구역에 우리나라의 이어도가 들어가 있고,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마라도가 들어가 있다. 이어도는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이미 들어가 있다. 우리 항공기가 이어도를 지날 때는 일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어도는 분명히 우리 땅이고, 그곳에 우리 해양과학기지가 있고, 일주일에 두 차례씩 초계비행을 하고 있는데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나. 1951년 미군은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그릴 때 북한 영공에만 신경 쓰느라 미처 이어도를 포함하지 못했다. 일본은 1969년 이어도를 자기 구역에 그려넣었던 것이다. 여당은 뒤늦게 ‘왜 이어도가 우리 땅인데 남에게 허락을 맡아야 하느냐’며 이어도를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넣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러니 일본의 아베 총리 입에서 ‘한국은 어리석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오늘날 동북아 정세는 구한말 시대와 다를 바 없다. 청나라·러시아·일본제국이 조선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움질을 해대던 당시의 형국 그대로이다.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내부적으로 똘똘 뭉쳐 헌법을 고쳐가면서까지 집단적자위권을 발동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 여야는 1년 전 치른 대선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양보 없는 자존심 대결을 펼치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이런 정치권에 가세해 일부 종교인들까지 망발이다. 정의구현사제단의 박창신 신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당연하다는 발언을 해댄 것이다. 도대체 정의구현사제단은 제 정신인가. 이어도를 지키려면 제주 해군기지가 필수적이다. 이어도에서 충돌이 생겼을 때 해군은 제주에서 이어도까지 8시간(경제속도인 시속 22km 기준)만에 도착해 작전에 돌입할 수 있다. 이는 중국과 일본에서 가는 시간보다 훨씬 빠르다. 그런데 부산에서 출항했을 때는 23시간이 걸려 이들 두 나라보다 더 오래 걸린다. 결정적인 순간에 제주 해군기지는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도 정의구현사제단의 문규현 신부는 매일 오전 제주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공사를 저지하는 ‘거리미사’를 펼치고, 그 옆에서 수녀들은 공사반대구호를 외치며 춤까지 춰댄다. 속이 뒤집혀질 일이다.
지금은 모두가 하나가 돼 두 눈 부릅뜨고 외세에 굴하지 말고 나라를 지켜나가야 할 때이다. 정치인은 당장 소모전을 그치고, 내년 예산안 처리를 비롯해 일자리 창출·노인복지 등 민생 살리는 데에 전념해라. 박창신 신부 류는 ‘정치와 종교 분리’의 헌법 정신을 준수하고,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는 교황의 말씀에 순종해 가톨릭 원래의 순수한 미사를 집전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리석은 한국’이라는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우리도 ‘무대뽀’로 다른 나라 영공을 지나가는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그려 보자. 제발, 단 한 번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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