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로 돌아온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
앵커로 돌아온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12.13 17:25
  • 호수 3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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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눌한 말투에 시청자 집중… 내 이미지이기도 해요”

국회의원 16년, 방송기자 24년 경력 바탕, 자신감으로 방송 해
노인법 개정안·경로당 양곡보조 등 노인복지 입법화에 1등 공신

 

앵커 이윤성(70)이 돌아왔다. 종편 MBN 주말 ‘뉴스 8’ 진행자(토·일 오후 7시 40분)로서다. 국회부의장 역임 등 16년의 여의도 생활을 끝내고 카메라 앞에 선 이 앵커는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머리숱도 그대로이고 어눌한 말투도 여전하다. 그의 뉴스 진행을 보고 있노라면 20년 전 KBS ‘보도본부 24시’를 보는 듯하다. 변한 건 그의 진행 솜씨이다. 여유와 자신감이 드러난다. 지난 12월 초 서울 필동에 있는 MBN에서 그를 만나 방송 복귀 소감을 물었다.

-오랜만이라 떨리지 않았나.
“KBS 앵커 그만두고 17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처음 마이크를 잡았을 때는 조금 어색했지만 금방 익숙해져 카메라가 몇 대 서 있는지 그 숫자를 셀 수 있게 됐어요.”

-여전히 말이 끊기고 느린 편이다.
“말은 빨리하면 안 됩니다. 말은 강약이 있어요. 어눌하게 하는 게 내 이미지입니다. 보는 이들이 ‘나하고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집중을 합니다. 말을 빨리 하는 건 아나운서의 몫이고요.”

-국회의원과 앵커는 다를 텐데.
“국회의원이 하는 일도 항상 질문하고 답변하는 일이에요. 행사에서 축사도 많이 하고, 당의 큰일에 사회도 보고 해서 이쪽 일과 다르지는 않아요. 단절이 아니라 비슷한 역할의 연장이라 어색한 게 오래 가지 않았어요.”

-진행 솜씨가 노련해진 듯하다.
“KBS에 입사해 사회부 기자, 데스크(부장)를 지내면서 사회를 보는 시각이 생겼고, 정치부 차장하면서 여의도 의회를 감시·감독했어요. 국회의원을 16년 했으니 보는 눈이 넓어지고 내용적으로 해석의 폭도 넓어졌어요. 그래서 자신만만해요. 뭐든지 자신만만해야 잘 하는 겁니다. 방송은 자신감이에요.”

인천 출신의 이윤성 앵커는 한국외국어대를 나와 바로 KBS에 입사해 서른 후반부터 ‘보도본부24시’ ‘9시 뉴스’를 진행했다. 당시 MBC의 엄기영, SBS의 맹형규 등과 함께 트로이카로 불렸다. 이 앵커는 “셋이 일 끝나고 곧잘 만나 술도 마시고 잘 어울렸다. 각자 양주를 2병씩 비울 정도로 술고래였고 담배도 많이 피웠다”면서 “요즘은 방송사를 대표하는 주인공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앵커로서 유일한 4선 경력에다 현역이란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국회를 나와 보니 어떤가.
“바둑판이나 장기판에서 훈수가 더 정확하다고 하잖아요. 밖에서 보니까 안에서는 안보이던 게 보입니다. 이쪽저쪽이 다 보이는 겁니다. 내가 처음엔 국민을 위한 봉사, 국익을 위해서 정치를 하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와서 보니까 내가 많이 부족했구나 그걸 느낍니다. 1996년 4월에 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 16, 17, 18대까지 16년을 국회의원을 했지만 여전히 아마추어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다시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자기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에요. 조직이 있어야 해요.”
이윤성 앵커는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 때 한나라당으로부터 지역구(인천 남동 갑) 공천을 받지 못했다. 친박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라고. 당시 인천에는 5선을 바라보는 후보가 이 앵커 외에 이경재·황우여(현 한나라당 대표) 등이 있었다. 한나라당은 황우여만 밀어주었다. 이 앵커의 무소속 출마로 인해 표가 분산돼 한나라당 후보가 떨어지고 민주당 박남춘 후보가 당선됐다. 이 앵커는 “해당 행위를 한 셈이지만 결국 5선 도전 후보를 무시한 당의 잘못이 컸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대선 불복 정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국회가 답답하다. 국회의장 같은 원로급은 도대체 뭘 하나.
“국회의장의 권한은 막강합니다. 의원들의 생활·복지 등 모든 것을 책임지는 자리니까요. 그렇지만 의정이란 건 여야의 정당 정치입니다. 민주주의가 그래서 불편한 거지요. 옛날처럼 불러다가 통과시키면 될 텐데 이제는 그게 안 통하는 겁니다. 국회에 5선·6선 그리고 ‘신의 경지’라는 7선도 있지만 소용없어요.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각자가 따로 해요. 말을 안 들어요.”

-국회 파행의 원인은.
“정당들이 약점을 가지고 있어요. 여야 당 대표가 당파에 휘둘려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그래요. 황우여 대표는 중립이라 조직이 없어요. 그러니 청와대 눈치보고 친박계에 끌려다니지요. 김한길 대표는 노무현파와 옛날 민주당파, 진보당 기세에 눌려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겁니다. 지도부가 한계점에 와 있어요.”

-세비가 너무 많다는 지적은.
“세비가 연 1억4000만원 정도 되지만 거기에 수당이나 식대·연구비 등을 다 합쳐서 그래요. 국회의원이 당원들하고 식사하고 밥값 내는 거 금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국회의원이 그거 안 산다면 말이 안돼요. 국회의원이 모임이 얼마나 많습니까. 1억 가지고도 모자라요. 집에는 최소한의 살림만 하는 정도이고 세비 다 씁니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교하면 우리가 많은 것도 아니에요. 미국의 경우 연 6억~10억을 주고 그 속에서 마음대로 쓰라고 합니다. 보좌관 10명을 쓰던 20명을 쓰던 말이지요. 일본도 우리보다는 많아요.”

-보좌관이 10명이나 필요한가.
“비례대표는 몰라도 지역구 의원은 더 많아야 해요. 직제가 다 있어요. 보좌관을 9급·8급·7급·6급 1명, 5급과 4급 각 2명을 둔다고 돼 있어요. 내 경우 알바 포함해 20명까지 쓴 적도 있어요. 지역구와 서울 양쪽을 다 챙겨야 하니까요. 정말 열심히 의정활동하려면 시간이 부족해요. 본회의에서 질문 하나 하려면 연구해야 합니다. 보좌관들은 뭐라 그럴까, 취재기자인 셈이에요. 출입처는 상임위이고요.”

-스웨덴은 보좌관도 같이 쓴다는데.
“나도 핀란드·노르웨이 다 가봤어요. 거긴 안정된 나라여서 우리나라하고 비교할 수가 없어요. 그 나라들은 복지국가라서 돈 관리만 잘 하면 되는 나라에요. 정치라는 게 별로 필요 없는 나라입니다.”

-노인 관련 입법 활동은.
“국회에 있을 때 노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기억이 나요. 대중교통지원금이나 대한노인회 지원금 같은 걸 확대·증액하기 위한 노인법 개정안 발의에 나도 들어갔지요. 지금 대한노인회가 받고 있는 혜택의 공신 중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경로당에 분기별로 국고에서 보조하는 양곡, 그런 거 다 우리가 했어요.”

-노인 지하철무임승차에 대한 생각은.
“국회의원 그만두자 주민센터에서 나에게 연락을 해왔어요. 무임승차권 가지고 가라고요. 최근에 서울지하철공사에서 그거 가지고 4000억 적자 났다면서 노인 나이를 올리려고 하는데 그거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그거 허수에요. 노인들이 탄다고 전기가 부족해지나요, 차량이 더 달리나요. 그냥 젓가락 하나 더 올려놓는 겁니다. 노인 탓하지 말고 공기업 운영이나 잘 하라고 하세요. 한국의 산업화 역군들이 바로 노인들입니다. 그건 예우 차원에서 하는 거예요. 절대 반대이고, 절대 이루어질 수도 없어요. 하지만 한 가지 노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있어요. 출퇴근 시간에는 좀 삼가달라는 겁니다. 노인이 타면 그만큼 젊은이들이 못타니까요. 그만큼 돈 내는 이가 타지 못한다는 말이니까요.”
-부인과 함께 봉사활동도 한다고.
“지역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교회에서 무료로 점심을 대접하고 있어요. 정부 보조가 아니라 교회와 후원자들 스스로 합니다. 옛날에는 끼니를 잇지 못하는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누구든지 걸을 수 있으면 오라고 해요. 이런 곳을 찾아오면 건강해져요. 건강이 국력이에요. 스웨덴은 요일마다 운동하러 나오라고 하고 그걸 어기면 패널티를 줍니다. 건강유지를 게을리 하면 의료보험료가 올라가고 그게 나라에 손해를 끼친다는 거지요.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 앵커는 대한노인회가 로비스트가 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우리나라의 노인은 나라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와 희생만 한 세대이면서도 노후가 제대로 보장돼 있지 않아 국가가 이를 연구하고 법으로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법화를 위해 노인단체가 로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의도 국회사무실을 크게 만든 게 보조관들 편하게 하라고 한 게 아니에요. 민원인들이 더 많이 찾아오라고 늘린 겁니다. 신분증만 소지하면 어디든 들어가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전화를 해서 ‘나 언제 가겠으니 만나 달라’고 하세요. 시간이 없다면 ‘보좌관이라도 만나게 해달라’고 하세요. 앉아서 어른을 몰라본다고 하지 말고 쫓아다니며 요구해야 합니다.”

이윤성 앵커는 ‘매일 시청률 조사 때문에 이 일도 사람 죽이는 일’이라면서도 방송사가 외부인에게 메인뉴스를 맡긴 건 큰 배려라며 고마워했다. 그는 가천대학 석좌교수로 한 달에 한 번 강의(방송의 실제)도 나간다. ‘사회에 재능 봉사한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일하겠다’면서 원로 코미디언 송해(88)씨의 경우를 소개했다.
“송해 선생이 맡고 있는 전국노래자랑, 대한민국 최고의 MC 자리로 노리는 MC들이 줄을 섰다고 해요. 남들이 노리면 그 사람은 오래 합니다. 송해 선생 오래 할 겁니다. 바로 그거에요. 은퇴가 어디 있나요. 은퇴라는 과정은 있겠지요. 나에겐 일이 바로 건강이자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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