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
“이젠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4.01.03 10:37
  • 호수 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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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바꾼 시간 여행, 리처드 커티스 영화 ‘어바웃 타임’

한 달 새 270만 관객 동원… 조용한 흥행
시간과 인생에 관한 성찰, 유쾌하게 담아


종종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치명적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함일 때도, 무척이나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한 번 느끼기 위함일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은 바람일 뿐, 누구도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다. 때문에 우리는 일찍이 상상하기를 멈추고, 일상으로 돌아와 오늘을 살아낸다.
그러나 여기, 옷장 안처럼 좁고 컴컴한 공간에서 주먹을 꽉 쥐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청년이 있다. 올 겨울 2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조용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팀(돔놀 글리슨 분)의 이야기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화목한 유년 시절을 보낸 팀은 스물한 살이 되던 해 아버지로부터 엄청난 비밀을 듣게 된다. 이 가문의 남자들은 스물한 살이 되면 자신이 원하는 기억 속 특정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
팀은 특별한 능력을 활용해 메리(레이첼 맥아담스 분)의 마음을 얻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사랑스러운 아이의 아버지가 돼 살아가던 어느 날,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뜻밖의 비보를 듣게 된다. 언제나 큰 그늘이 돼 줬던 아버지였다. 팀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수시로 과거로 돌아가 그리운 아버지와 재회한다. 그러나 이조차 지속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와의 영원한 이별을 준비한다.
팀은 아버지를 보내고 그의 마지막 당부를 실천한다. 하루를 두 번씩 살아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매일의 일과에 치여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깨달음은 가벼운 장난으로 상심한 동료를 웃게 만들고, 가게 점원에게 미소를 보내는 등 사소하지만 값진 변화가 된다.
‘우리 모두 인생의 여행을 한다.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순간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라는 영화 속 내레이션처럼 팀은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도 될 만큼, 후회 없고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 간다.
이처럼 영화는 시간을 소재로 우리 삶에 대해 제법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이 어렵거나 무겁지 않아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기에 좋다.
특히 남녀 주인공뿐만 아니라 아버지(빌 나이 분), 극작가 해리(톰 홀랜더 분) 등 유쾌한 조연 캐릭터들이 극의 생기를 더해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띈다. 팀과 아버지의 마지막 만남처럼 슬픈 장면에서조차 눈물과 함께 웃음이 배어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바웃 타임’은 영국 영화제작사 워킹타이틀과 연출자 리처드 커티스의 호흡이 여전히 한국에서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워킹타이틀과 커티스가 함께 만든 ‘노팅힐’(1999), ‘러브 액츄얼리’(2003) 등의 영화는 늘 국내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낳았기 때문. 이번 작품 또한 300만 관객 돌파를 바라보며, 두 이름의 신뢰감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어느덧 2014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팀처럼 지나간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다행히 오늘을, 올 한 해를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는 기회는 있다. 영화를 통해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시간보다 마음이 바빠 놓친 것들을 돌이켜 보고,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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