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간 ‘욕망하는 여자’- 여자도 성욕이 있다
미국 신간 ‘욕망하는 여자’- 여자도 성욕이 있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01.03 10:45
  • 호수 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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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한 남편보다 이웃남자에게 끌리는 여자의 성
질 내 혈류측정기 실험 통해 여성의 ‘내숭’ 밝혀


‘남자는 동물에 가까워 쉽게 성욕이 일지만 여자는 친밀감이 생겨야 섹스 감정이 생긴다’ ‘여자는 성욕이 없고 보수적이다’ ‘일부일처제는 사랑의 목표를 정해줄 뿐만 아니라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를 정해준다’….
남녀 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인식이 모두 허구 또는 강제된 억측이라고 반박하는 책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과학저술가이자 ‘뉴욕타임스매거진’ 전속작가인 대니얼 버그너는 저서 ‘욕망하는 여자’(메디치 미디어)에서 실제로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아니 오히려 더 강한 성욕을 갖고 있으며, 수시로 성충동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여자도 낯선 남자와의 섹스 판타지를 꿈꾸며, 안정된 일부일처제에서 다정한 남편에게 성욕을 느낄 수 없고 오히려 옆집 남자에게 욕망을 갖는다는 것이다.
책은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실험은 캐나다 토론토의 작고 어두침침한 실험실에서 이루어졌다. 광센서가 달린 혈류측정기를 여성의 질 내부에 삽입한 후 여성 피험자들에게 성적인 영상을 보여주고 혈류량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피험자들은 안락의자에 몸을 반쯤 눕히고 커다란 구식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포르노 영상을 감상한다. 첫 번째 장면은 알몸의 미소년이 해변을 걷는다. 힘없이 늘어진 성기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두 번째 장면은 한 여자가 욕조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있다. 또 다른 여자가 욕조에 앉은 여자의 다리 사이에 머리를 파묻고 격렬하게 머리를 위아래로 흔드는 장면이다. 마지막 장면은 유인원의 한 종인 보노보 한쌍이 풀이 무성한 들판에서 교미를 하고 있다.
피험자들은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상관없이 보노보들의 교미를 포함한 모든 영상에 즉각 흥분했다. 성욕이 촉진되었고, 혈류는 급증했으며, 모세혈관들은 쉴 새 없이 고동쳤다. 보노보의 교미가 인간의 포르노 장면만큼 혈류량을 증가시키지는 않았지만 한가지 장면만큼은 예외였다. 모든 여성 피험자들은 해변을 걷고 있는 미소년에게보다는 보노보의 교미에 더 흥분했던 것이다. 남자는 포르노 사진만 봐도 성욕을 느끼고, 여성은 포르노 사진을 더럽다고 경멸하고 대신 친밀감과 상상력을 통해 흥분한다는 그동안의 성지식과 완전히 동떨어진 실험 결과였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테리 피셔는 이와 관련해 강요된 왜곡과 강제적인 구속에 무게를 두었다. 피셔는 “어떤 사람이 성욕을 드러내도 괜찮다는 것은 사회가 부여한 하나의 자유를 의미하며, 그러한 자유는 여성보다는 남성의 것이다”고 결론지었다.
즉, 남성은 자유롭게 성욕을 드러내도 사회가 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반면 여성이 성욕을 드러내면 사회는 도덕과 윤리를 내세워 부도덕한 행동으로 몰아갔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여성들 역시 이런 사회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성욕이 있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성과학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인 미국의 시버스는 성에 대한 여성의 ‘내숭과 위선’에 관해 의문을 품고 여성 피험자들의 질 내에 혈류측정기를 집어넣었다. 포르노 영상이 아닌 녹음테이프를 이용했다. 육체적으로 상대를 유혹하는 내용들로 남성의 성기가 발기하고, 여성의 유두가 단단하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묘사했다. 모든 결과를 분석한 결과, 여성은 겉으로 무관심한 척 했지만 몸은 뜨거웠다. 한 남자가 여자 친구와의 섹스를 묘사한 장면을 들려줄 때 질 내 혈류량이 높았지만 이 남자가 낯선 여자와의 섹스에 관해 설명할 때 혈류량이 두 배나 높게 치솟았다. 또 한 여성이 친밀한 남자친구와의 섹스에 대한 묘사에서는 흥분이 가라앉았고 질 박동은 거의 일직선에 가까울 정도로 얌전했다. 그러나 낯선 남자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무려 8배나 박동이 강해졌다.
남자들은 하루에 수십 차례 성을 상상하는 반면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는 그간의 통념도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 책은 여성도 남성과 같이 하루에 12번 이상 상상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내는 남편과의 부부관계 시 다른 남성과의 관계를 상상하고 더 흥분하며 오르가슴에 더 잘 오른다고 밝혔다. 노스 텍사스 대학의 성과학자 제니 비보나는 연구와 자료를 통해 “상당한 여성이 강간 판타지 즉, 성행위를 강제하기 위한 물리적 폭력, 폭력적 위협 또는 수면이나 중독 상태와 같은 저항 불능상태 등을 포함한 여성의 판타지에 의해 흥분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여성은 자상하고 바람도 피지 않고 돈을 잘 벌어오고 집안일도 잘 도와주는 남편에게서 성욕을 느끼지 못하고 차라리 낯선 남자에게서 성욕을 느낀다는 말도 나왔다. 한 섹스 치료사가 들려주는 사례이다. 치료를 받던 부인이 “남편이 집안일을 거들어줄 만큼 다정해진다면 침대에서도 남편을 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치료사는 실제로 그 여자 환자의 남편에게 일을 시켰다. 남편은 접시를 닦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안을 청소했다. 하지만 섹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여자 환자는 평소 호감을 가졌던 이웃 남자와의 갑작스런 잠자리를 더 간절히 원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여성은 남성의 단순한 삽입과 피스톤에 의한 오르가슴보다는 클리토리스 자극에 의해 더 빨리 오르가슴에 오른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클리토리스와 소음순의 존재를 몰랐던 프로이드는 “오르가슴의 근원을 클리토리스라고 믿는 여성들은 성적 미숙함에 갇혀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방해를 받고 있으며 반면 진정으로 성애를 즐기는 여성은 대개 질 삽입을 통해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했다. 이에 대해 페미니스트 작가 수저 라이든은 “남성은 언제나 여성의 성 취향을 가능한 한 남성 편의적으로 정의한다. 여성의 쾌락이 질을 통해 획득된다면 여성들은 전적으로 발기한 남성의 페니스만 의존한다는 의미이고, 남성의 쾌락 추구에 동참해야만 여성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질로 성욕의 표준을 삼는 정의는 달리 말하면 성적·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치적으로 여성을 종속시키려는 것과 같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클리토리스 극찬과 더불어 “여성은 머지않아 자신의 해방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고, 자신만의 성 취향을 뚜렷이 밝히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여러 가지 실험과 그 결과를 통해 지금까지의 성에 대한 통념은 남성의 입장에서 편리하게 만들어진 편견일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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