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처럼 환한 달,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
마음처럼 환한 달,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4.01.10 10:21
  • 호수 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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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 개인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달과 꽃, 연인을 키워드로 하는 화가 이영철의 ‘사랑 그리움이 끝나던 날’. 사진=갤러리고도 제공

혜민 스님 베스트셀러 삽화로 알려져 ‘친근’
동화처럼 마음 따뜻해지는 그림 30여점 공개


어떤 그림은 백 마디 말보다 더 크고 따스한 위로가 된다. 화가 이영철<사진>의 그림도 그렇다. 환하고 둥근 보름달, 꽃이 흐드러지게 핀 들판과 그 위를 걷는 연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일찍이 사라진 줄 알았던 동심(童心)이 떠오르는 듯하다. 이영철을 두고 ‘삶 속의 동화를 그리는 작가’라고 표현한 혹자의 말이 어렵지 않게 와 닿는다.
이영철의 그림은 친근하다.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그의 그림은, 2012~2013년 2년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인기를 끈 에세이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수록됐기 때문이다. 사랑과 관계 등 인생에 관해 따스하게 풀어놓은 혜민 스님의 잠언만큼 그의 그림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평온을 주며 사랑 받았다.
그런 그가 서울 종로구 갤러리고도에서 개인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책 표지에 실린 ‘이만큼 너를 사랑해’를 비롯해 책에 수록된 ‘꽃밥’ ‘가을동화’ ‘사랑일기’ 등을 포함한 근작 회화 30여 점이 공개된다.
▲ 이영철의 ‘꽃밥-두번째 기도’.
이영철은 개인전을 여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묘하고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열여섯 차례 개인전을 열었지만, 혜민스님의 도움으로 서울에서는 처음 여는 전시인 만큼 만감이 교차한다는 것. 특히 공익법인 ‘아름다운 동행’과 함께 해 수익금의 일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 수 있어 더욱 감회가 새롭고 기쁘다.
이영철의 그림에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바로 달과 꽃, 연인이다. 이씨는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 빛이라는 ‘사랑’을 받음으로써 환하게 빛납니다. 또, 달은 원래 둥글지만 시기에 따라 초승달도 반달도 되면서 형태가 변해요. 그렇지만, 실제 모양은 변함없이 둥글 듯이 우리의 마음도 원래는 달처럼 둥글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달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사람도 달처럼 타인의 사랑을 받아야 빛나는 존재이며, 삶이 힘들지라도 우리의 마음은 둥글고 환하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그림 속 꽃은 시들지 않아 더 큰 의미가 있다.
“제 에세이 ‘그린 꽃은 시들지 않는다’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꽃 그림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 가미된 모든 것은 영원합니다. 마음속이든 캔버스 위든 마음으로 꽃을 피우면 시들지 않는 것이죠.”
그는 꽃 그림처럼 우리의 순수하고 선한 마음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다만, 사람들이 잊고 있을 뿐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그림을 좋아하는 것도 달이나 꽃을 통해 자신의 마음 속 순수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연인 역시 첫사랑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한다. 계산 없이 모든 것을 내줄 수 있을 것 같은, 온 들판에 꽃을 가득 피워 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다. 헌데 그의 그림 속 인물은 유독 작게 그려진다. 왜일까.
“그림에 동양적 자연관이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풀이나 구름, 들과 동등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간이 최고가 아니라, 자연과 어울려야만 살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생각을 표현했어요.”
또, 하늘 등의 배경을 비교적 단순하고 어둡게 표현한 것은 꽃과 달을 더욱 섬세하고 환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람들은 무엇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이것을 어떻게 하면 더욱 돋보이게 할까’에 대해서만 고민한다. 그러나 꽃과 달을 더 밝게 그리지 않더라도, 배경을 어둡게 하는 일종의 ‘배려’를 통해 대비를 극대화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혼자서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 누군가와 배려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삶은 더 아름답게 빛날 수 있다는 것.
이영철은, 자신의 꿈은 화가로서의 명성이나 부를 얻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고.
“사실은 그림을 그리면서 저 자신이 제일 많이 치유됐어요. 텅 빈 캔버스 위에 달과 꽃, 행복해하는 연인이 나타나면 행복해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 그림도 그린다기보단 목격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그림으로 큰 힘을 얻었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도 많단다. 한 여성은 이메일을 통해 “첫째 아이를 유산하고 괴로울 때 그림을 보며 마음이 치유됐다”며 “다시 아이를 갖고 건강하게 출산해 전시회에 데리고 오겠다”고 쓰기도 했다.
빛나는 마음으로 그린 그의 작품은 1월 2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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