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서비스 중복지원 많다
사회복지서비스 중복지원 많다
  • 관리자
  • 승인 2007.03.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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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 지원 몰려 사각지대 발생, 시설간 정보공유 시급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강모(77)씨는 최근 냉장고를 가득 채웠던 김치를 음식쓰레기로 내버렸다.

 

지난해 말 복지관, 사회단체 등이 ‘김장담그기’ 행사를 통해 한 가족이 겨우내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은 양의 김치를 전달했지만 쉬어서 먹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근에 사는 독거노인 이모(72)씨는 김치를 전혀 지원받지 못한데다 직접 담그거나 구입할 여력이 되지 않아 겨우내 무짠지와 멸치볶음 반찬으로 식사를 했다.


은평구 응암동 김모(81)씨는 인근 사회복지관과 교회 두 곳으로부터 매일 도시락배달 서비스를 받는데다 노인복지관의 밑반찬 지원을 함께 받고 있어 끼니 걱정이 없다. 하지만 김씨 주변에 식사를 거르는 어르신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처럼 사회복지서비스가 일부에 중복 지원되면서 저소득층 내에서도 양극화가 발생, 또 다른 복지 사각지대가 출현하고 있다.

 

일선 사회복지 실무자들은 복지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에 대한 정보 공유 시스템을 마련해 한정된 복지자원을 골고루 배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구청 등 자치단체는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강북구, 은평구, 동작구, 송파구 복지시설의 ‘2005년도 사업실적 보고서’ 및 조사원 현지실사를 통해 분석, 최근 발표한 ‘복지시설간 서비스 중복실태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어르신들에 대한 복지서비스 중복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조사지역의 106개 복지시설 실무자 49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역사회 내 복지시설 간 서비스 중복에 대해 ‘매우 많다’는 응답이 8.5%, ‘대체로 많다’는 응답이 56.7%나 돼 전체의 65.2%가 서비스 중복의 심각성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서울시가 2004년 시 전역을 대상으로 가정봉사원 파견사업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에서도 서비스 건수를 기준, 전체 9377건 가운데 14.7%에 해당하는 1380건이 일부 어르신들에게 중복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수혜자에 대한 기초 데이터가 마련되지 않은 점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부재를 서비스 중복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일선 자치단체는 서비스 중복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 내용을 파악하려면 직접 상담하는 수밖에 없다”며 “어르신이 다른 기관에서 지원되는 서비스 내용을 밝히지 않을 경우 지역 내 모든 복지시설에 일일이 문의해야 중복지원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사회복지사는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넘겨받은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지원대상을 선정하다보니 비슷한 처지에 있거나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인 어르신들은 항상 제외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5년부터 ‘지역복지협의체’를 의무적으로 구성해 재가복지 실무자 등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어르신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실무협의를 하도록 규정됐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회복지 실무자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송파구 재가복지 실무자 연합회’(이하 송재연)는 지난해 12월 지역사회 어르신들에 대한 복지서비스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누리보듬’ 시스템 제작지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제안, 최근 개발에 들어갔다.


송재연은 “누리보듬이 개발되면 지역 사회복지기관과 실무자들이 급식, 목욕, 도시락배달 등 지역 내 어르신 개개인이 받고 있는 복지서비스 내용을 상세히 공유해 중복지원을 예방하고, 도움이 꼭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경혜 선임연구위원은 “복지시설간 자료 양식을 통일, 네트워크를 통해 시설별 서비스 대상자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자치단체장과 민간부문이 지역복지협의체를 구성해 서비스가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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