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인 절반이 변비… 물·섬유질 많이 섭취를
여성노인 절반이 변비… 물·섬유질 많이 섭취를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04.04 17:05
  • 호수 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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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췌장암 증상일 수 있어… 내시경 검사 받아야

변의 못 느끼는 이완성 변비 심하면 장 폐쇄 위험


83세 최 어르신은 변비 때문에 화장실 가는 일이 고통이다. 좋다는 음식을 다 먹어보다가 장에 이상이 생겼나 대장 내시경도 해 보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나왔다. 며칠 전엔 용변 중에 변이 직장에 걸려 도저히 나오지 않아 급히 병원에 달려가 의사의 처치를 받아야 했다.
우리나라 변비 환자 2명 중 1명은 9살 이하 아동이거나 70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변비로 병원진료를 받은 61만8586명 가운데 아동과 고령층이 과반수에 이르렀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조용석 교수는 “아동은 급성변비가 흔하지만 노인은 신경계 질환이나 대사성 질환 등이 원인이 되는 이차성 변비를 겪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횟수 적어도 쾌변하면 변비 아냐
일주일에 배변 횟수가 3번 미만인 경우, 대변이 심하게 딱딱한 경우, 배변 후에도 변이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변이 나오다 항문에서 막히는 경우 등을 통상 변비로 본다. 하지만 변비 여부를 횟수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 변을 며칠에 한번 보더라도 잔변감이 없는 쾌변을 하면 변비가 아닌 그 사람의 체질로 봐야 한다. 소아와 아동은 대소변을 가리거나 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때 같은 환경변화와 모유에서 분유, 이유식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변비가 잘 생긴다. 그에 비해 노인은 노화에 따른 전반적인 신체기능 저하가 큰 원인이다. 나이가 들어 활동량이 줄고 식욕이 떨어지면 장의 활동도 약해진다. 체력 저하로 변이 직장까지 내려와 있어도 배변시에 충분히 힘을 줄 수 없어 변을 내보내지 못하게 된다. 또 대장질환, 치질이 있거나 치매같은 정신질환, 고혈압 당뇨같은 만성질환에 따른 이차성 질환의 형태로 변비가 오는 경우도 많다. 만성질환으로 약을 오랜 기간 복용하다 보면 장 운동에 영향을 주고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변비가 생긴다. 이런 이유로 국내 60세가 넘은 여성 2명 중 1명, 남성 3명 중 1명이 변비를 겪는다.

고혈압 환자 무리하면 뇌졸중
특정원인이 되는 질환이 있거나 약제 사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변비가 생기면 이차성 변비다. 이차성 변비의 원인으로는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고칼슘혈증 등의 대사성 질환과 파킨슨병, 척수 병변 등의 중추신경계질환이 있다. 운동부족, 장거리 여행 등 생활변화도 원인이 되며, 항경련제 항히스타민제 마약성진통제 칼슘차단제 이뇨제 알루미늄을 함유한 제산제 등을 복용한 경우나 치매 등 정신질환이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 부족해 생기는데, 이때 위장운동이 느려져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변비가 생긴다.
이밖에 원인이 불분명한 변비는 원발성으로 본다. 단순히 대장 통과시간이 지연된다거나 과민성장증후군 등 대장 운동이나 항문직장 기능 이상이 있다면 원발성이다.
고혈압 환자는 변비에 걸리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수면중보다 혈압이 상승하는 아침시간에 화장실에서 과도하게 힘을 주다 보면 갑자기 혈압이 상승해 뇌졸중,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

암 검사 놓치지 말아야
노인의 변비를 단순히 노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대장암이 원인이 되어 변비가 왔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항병원 김혜정 외과 전문의는 “변비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장암도 하나의 원인”이라며 “최근 1~2년 안에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반드시 내시경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췌장암으로 변비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췌장암의 대표적인 증상이 복통, 황달, 체중감소 등인데 암이 발생한 부위와 종양의 크기에 따라 증상에도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전신권태와 식욕부진, 구토, 설사, 변비 등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반듯하게 누우면 통증이 심해지고,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를 할 때 아픔이 덜해진다면 췌장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약 복용보다 습관개선이 먼저
노인 변비는 대부분 이완성 변비와 직장형 변비다. 이완성 변비는 대장 신경이 둔해져 변이 대장에 가득 찼는데도 변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변의는 있지만 항문 근육이 약해져 변을 잘 배출할 수 없는 상태가 직장형 변비다. 변이 배출되지 못하고 대장 내에 머물러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 세포 감각이 둔해져 변의를 느끼지 못하는 이완성 변비가 생긴다.
섬유질 섭취 부족이 주된 원인인 이완성 변비의 경우 평소 동통이 없어 방치하기 쉽기 때문에 심하면 장 폐쇄를 일으킬 수 있다.
대항병원 변비클리닉 관계자는 “대장질환과 항문질환 악화, 정신질환 약물 섭취 등이 겹쳐 노령에 변비가 증가하면서 다른 합병증으로 결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특발성 거대 결장과 장관이 꼬이는 S자 장염이 올 수도 있다”며 변비의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변비도 계절을 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가을에 변비 환자가 급증한다. 추석 연휴에 과식을 하게 마련인데, 평소 운동량이 부족했던 사람이 갑자기 과식을 하면 장이 정상적인 작용을 하지 못해 변비로 이어지기 쉽게 된다. 2월에는 일수가 다른 달보다 하루이틀 적어 연중 진료인원이 가장 적다.
오대 경희 한의원 문성훈 원장은 “변비가 생기면 무조건 약물 복용보다 적절한 운동과 식습관 개선, 배변습관 개선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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