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건강… 국가 도움은 한계 있어 개인 스스로 준비해야 돼”
“노후자금·건강… 국가 도움은 한계 있어 개인 스스로 준비해야 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04.11 16:11
  • 호수 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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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 미래 대응 전략’연구한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기초연금 도입 처음 주장, 4대보험 통합도 주도적 역할
100세시대는 희망적으로 봐야, 노인 선입견 바꿔야 해


유엔은 2009년에 발표한 세계인구 고령화 리포트에서 인간의 평균수명이 100세에 근접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현 인류의 조상을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로 부르는 것에 비유해 100세 장수가 보편화되는 시대의 인류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100세시대를 테마로 연구한 학자 가운데 단연 김용하(53)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가 돋보인다.
그는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개발연구원 주임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국무총리실 사회보장심의위원회 위원,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연금학회와 한국사회보험연구소에 참여해 두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해오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그에게 사회 복지정책을 자문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또, 기초연금 도입을 처음 주장했으며, 제각각으로 부과되던 4대 보험료 부과기준과 징수를 하나로 통합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초, 마포구 한강변에 있는 한국사회보험연구소를 찾았다.

-한국사회보험연구소는 무얼 하는 곳인가.
“노년이 되면 노동으로 근로소득을 얻는 건 힘들고 결국은 연금소득을 확보해야 해요. 고령화시대는 바로 연금시대입니다. 이미 유럽 등 외국은 연금시대에 들어가 있지만 우리는 아직 잘 모르고 있어요. 그걸 위해 연구를 좀 해보자고 해서 교수, 전문가, 연금 관련 단체와 기관이 모여 세미나, 토론회, 학술지 발간 등의 일을 합니다. 회원은 300~400명 됩니다.”

-3년 전 한국의 100세시대를 대비하는 연구를 했다고.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으로 있을 때였어요. 이명박 정부에서 100세시대를 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 정부출연기관 차원에서 연구를 하게 됐지요.”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
“우선 고령사회라면 불안감, 위기감을 조성하지만 100세시대는 사람 중심으로 봤을 때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야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릅니다. 경제적인 측면, 제도적인 측면, 사회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느냐를 논의하자는 거였지요. 보건사회연구원이니까 건강과 소득 분배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하면서 그걸 받쳐주는 복지제도, 사회보장제도, 재정건전성을 같이 검토했어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이른바 3고(苦)로 알려진 노후의 소득, 건강, 고독 문제가 심각해요. 개인 스스로 준비하는 게 필요합니다. 국가가 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개인의 건강이나 노후의 소득 관리를 각자가 기본적으로 하면서 국가가 지원하는 형태가 돼야 해요. 건강을 예로 들면 옛날에 60세 정도 살았을 때는 술, 담배하면서 자기 몸을 마구 써도 대부분의 기관이 그 나이까지는 갔어요. 그렇지만 100세까지 가려면 아껴야 해요. 운동도 심하게 하지 말고, 적게 먹고, 조심해서 사는 행동 패턴이 필요합니다.”

-결론은 어떻게 나왔나.
“10여명이 이 프로젝트에 매달렸어요. 결론은 대비를 하자는 거지요. 재정안정화를 위한 대책으로 보험료 인상 얘기가 나왔어요. 그렇지만 경제가 어려우니까 그것도 힘들다,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물가상승률에 따른 연금의 실질가치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어요. 물가는 4%대로 올라가는 반면 연금은 2%대 이하로 오른다면 지금은 괜찮지만 그게 20년, 30년 후에는 실제로 연금으로 살기가 어려워지지요. 건강도 그래요. 건강생명표라는 게 있어요. 표에 따르면 우리는 평생 사는 동안 10년간 병을 앓는다는 거지요. 100세시대를 현재의 생활 습관으로 가면 아픈 기간도 늘어나는 겁니다. 치료중심에서 예방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김 교수가 몸담았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1년 당시, ‘100세 시대의 미래상과 대응전략’을 연구하면서 30~69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평균 수명 100세시대에 따른 국민인식을 조사했다. 응답자의 43.4%는 90~100세까지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고 답했다. 축복이라는 답변은 28.7%에 그쳤다.

-왜 부정적인 면이 더 많았을까.
“우리 인류가 그런 시대를 맞은 적도 없고 노인 비율이 이렇게 많은 적이 인류 역사상 없어요. 사회 전반적으로 오래 사는 노인이 많은 그런 시대는 처음입니다. 사람들이 현재 노인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 미래의 노인을 생각하게 되지요. 현재의 노인이 힘들게 사는데 여기에다 더 오래 살면 더 암울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100세시대를 어떻게 보나.
“고령사회는 비관적으로 봐야 할 게 아니라 꿈과 희망으로 보아야 해요. 그런데 이런 말이 어색하게 들리는 건 우리 의식이 아직은 인생 60세 사회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노인이라는 호칭부터 바뀌어야 해요. 노인은 모두 의존적인 인간, 낡은 인간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어요. 서구에서는 시니어라는 말로, 우리나라에서도 어르신이라는 호칭으로 바꾼 건 그런 이유에서지요.”

-노인에 대한 선입견도 문제다.
“노인은 소비 주체, 청장년은 생산 주체라는 구분도 바뀌어야 합니다. 노인이 청장년보다 덜 생산적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생산을 전혀 못하는 세대는 아니지요. 열심히 일하는 어르신도 많고 직접적으로 돈을 벌지는 않지만 손자를 돌보거나 가사를 돕는 등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가가치를 이미 만들고 있잖아요.”

-선진국은 100세시대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나.
“그들은 이미 20~30년 전에 고민하고 준비를 했기 때문에 노인복지를 확실하게 해놓았어요. 외국의 노인들은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어요. 상당수의 국가에서 전체 노인에게 기초연금 100만원씩을 줍니다. 다만 근로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 후퇴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어요. 반면에 우리는 노인사회복지구현에 도달하기도 전에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급격한 고령화로 갈팡질팡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의 노후복지는 어떤가.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 북구의 나라들은 완벽하고, 영국·미국은 복지를 덜 하는 나라이고, 스위스·독일·프랑스는 사회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요. 우리는 독일·프랑스와 유사하지만 재정 안정화 구조는 영·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관계로 재정 압박을 받아요. 우리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가 빨리 진행돼 문제가 심각합니다.”

-오늘의 노인은 정말 노후대책이 안 돼 있다.
“어르신들이 준비가 안 된 건 자식들에게 다 물려주고 교육 등 자식을 위해 다써버려서 그런 겁니다. 이분들은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해요. 그래서 기초연금(20만원)도 드리는 겁니다.”

-과연 그 돈이 도움이 될는지.
“대부분 어르신들 절반은 자녀하고 사니까 그 돈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시골에 사는 분들은 관리비가 들어가지 않아요, 약값 등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세대에게는 큰돈이 아니겠지만 어르신들에게는 매달 현금이 통장에 월급처럼 들어오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상당히 오래전에 기초연금의 도입을 주장했다고.
“1997년 기초연금에 대하여 대부분의 국민들이 잘 모를 때 기초연금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어요. 국민연금을 균등부분과 소득비례부분으로 나누어 국가가 일반재정으로 해서 어르신들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지요. 그 당시에는 제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다행인 것은 일부 어르신에게만 지급하는 노령수당제가 만들어졌고 그게 경로연금으로 바뀌었다가 기초노령연금이 됐고 이번에 기초연금으로 바뀌는 겁니다.”

-기초연금 수령액과 관련해 국민연금 가입자가 불리해진다는데.
“예를 들어 국민연금 40만원을 받는다면 그 중 20만원은 자기가 낸 보험금에 이자 붙여서 받는 거고 20만원은 미래 세대가 지원해주는 겁니다. 돈 있는 분은 20만원 보험료 내고 미래 지원 20만원 합쳐서 40만원 받는 겁니다. 그러나 돈 없는 분은 보험료를 못 냈기 때문에 미래세대가 지원해주는 20만원을 못 받는 셈입니다. 돈 없는 분에게 국가가 지원하는 20만원을 주자는 게 바로 기초연금의 취지입니다. 그러니까 국민연금 100만원 받는 이가 기초연금을 또 달라는 건 말이 안돼요. 다만 국민연금 받아도 금액이 과소한 사람은 기초연금을 지급해야지요. 따라서 국민연금이 어느 정도 되는 분들은 국민연금 급여액에 따라서 기초연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연금 고갈 문제가 나온다.
“2060년에 고갈된다고 합니다만 필요이상으로 걱정할 필요 없어요. 우리는 그나마 미래 세대를 위해 국민연금을 반이라도 저금해놓았지만 외국은 아예 적립조차 해놓은 게 없어요. 건강보험처럼 보험료 걷어서 주고 있어요. 그래도 아무 문제없이 잘 굴러가고 있어요.”

-4대보험 통합도 처음 꺼냈다는데.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이 따로 놀았어요. 보험료 부과 기준액이 다 달랐고, 같은 사업체인데도 건강보험 사업장과 고용보험 사업장 번호가 제각각이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 사회보험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보험료 부과 기준도, 사업자번호도 같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해결할 문제가 남아있어요. 지역 관리소를 통합해야 합니다.

-어떻게 복지를 연구하게 됐나.
“대학 졸업하고 바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으로 갔어요. 이 분야에 전념하겠다는 뜻보다는 연구원으로서 공부를 하다 사회보장을 알게 됐고 ‘이거 중요하구나’ 느껴 연구를 계속해 연금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땄어요. 같이 이 분야를 연구하던 분들이 중간에 다른 길로 갔고 저는 남아서 우리나라 사회보장이 어떻게 발전하는가를 계속 관찰하게 됐지요.”

김용하 교수는 100세시대의 노후 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해줄 수 있는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전에는 가족 울타리가 든든한 병풍이 됐지만 이제는 가족 울타리가 느슨하게 혹은 사라지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자녀에 종속된 전통적인 노인의 삶은 기대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개인들은 스스로 길어진 노년생활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국민연금 같은 공적 연금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혹은 금융자산을 확보해 여유 있는 생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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