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임무는 아닌 걸 아니라고 하는 문제제기라 생각”
“제 임무는 아닌 걸 아니라고 하는 문제제기라 생각”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05.16 11:45
  • 호수 42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

건보맨·이슈맨·소신의 끝장맨 별명… 블로그 광팬 30만명
보험료 지급·심사창구 일원화 소신…“현장 얘기 들어야”
“건강보험도 세월호 되지 않도록 문제는 즉시 고쳐야 해”

 

지난 4월 초, 15년을 끌었던 개인담배소송에서 흡연자 측이 패소한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 제조사 KT&G등을 상대로 53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소송은 승패를 떠나 그 자체로서 국민들의 금연유도 효과가 크다. 소송을 진두지휘하는 이는 김종대(67) 이사장. 김 이사장은 “방대한 빅 테이터를 바탕으로 흡연과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어 100% 승소가 가능하다”며 소송 결과를 낙관했다.
김 이사장은 36년 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제도를 구축하는 과정에 큰 기여를 했을 뿐만 아니라 보험료 부과 시스템을 직접 설계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에서 건강보험에 대해 그만큼 실무에 밝은 이가 드물다. 오죽하면 별명이 ‘건보맨’일까. 건강보험공단은 현재 직원 1만2500명, 전국 178개 지사와 54개 출장소를 둔 대한민국 최대의 공기관이다. 지난 5월 초, 서울 염리동에 위치한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실에서 김 이사장을 만나 건강보험의 현안과 담배소송의 배경을 들었다.

-15년 전 복지부 기획관리실장 시절 직권면직 되신 걸로 안다.
“1999년 추진한 의료보험 통합을 반대한 것이 문제가 됐어요. 안 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된다고 할 수 없잖아요. 지금은 건보 지역가입자 소득파악이 92.2% 되고 있지만 그 때는 20%도 안 됐어요. 그런데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매기겠다고 하니 어떻게 찬성을 해요. 이듬해 건강보험 조직은 통합됐고 제가 우려했던 대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났어요.”

-건보 재정이 파탄날 걸 알고 반대한 건가.
“2000년 8월 건보 통합과 동시에 의약분업을 시행했어요. 의약분업으로 건보재정이 8000억원이 절약될 것이라고 했지만, 제가 건강보험을 만들면서 체험한 바를 보면 오히려 그 반대가 나오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제 예측대로 보험료가 더 나갔다는 게 증명이 됐어요. 1997년 말 3조7850억원의 적립금이 의약분업 시행 1년만에 바닥이 났으니…. 앞으로 그런 일이 또 없다는 보장이 없어요. 보험료 누수를 막고 보험료 부과 체계를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해요.”

-과거 반대했던 소득기준 부과를 지금 추진하는 이유는.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가 전체 건보재정의 85%고 국고지원은 15%밖에 안 돼요. 이렇게 국민이 건보재정을 책임지는데 보험료를 형평성 있게 부과해야 원망이 없어요. 직장인은 봉급에서 5.99%를 떼는데 지역 가입자는 월세·전세가 얼마냐, 자동차가 있느냐, 심지어 성별, 나이도 따져서 소득이 없는 사람한테도 보험료를 매겨요. 10여년 전엔 소득파악이 안 됐으니까 소득기준으로 보험료를 매기는 게 어려웠지만 지금은 90%가 소득파악이 되는데 어려울 게 없어요. 형평성에도 맞고요.”

-보험료 민원이 많은가.
“작년 한 해 들어온 민원 7160만건 중 80%가 지역 가입자들의 보험료 민원이에요. 주로 ‘나는 소득이 없는데 왜 보험료를 내라고 하느냐’는 민원이지요. 가령 2만원이면 낼 수 있는 사람한테 5만원을 내라 하니, 못 내서 6개월 이상 체납된 건보료가 2조3천억원이 넘어요. 보험료 안 냈다고 병원 치료를 못 받게 할 수도 없어 체납자 진료비로 들어가는 돈이 3조8천억원, 그래서 총 6조원이 비는 거예요. 소득기준으로 보험료를 내게 하면 보험료를 못 내는 사람이 줄어들지 않겠어요? 작년에 복지부에 건의해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 꾸려졌는데 진행이 더뎌서 속도를 좀 내자고 얘기했어요.”

-세월호 참사를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냉철하게 자기반성 차원에서 역사를 되짚어본 결과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일제치하 36년을 겪기 전 1910년 한일합방이 있었고, 그 이전에 청일전쟁, 노일전쟁 길목이 됐어요. 또 그 이전 1592년 임진왜란이 있었고, 임진왜란 직후 병자호란 때는 우리 임금이 청나라 왕에게 무릎꿇고 항복하는 치욕을 겪었어요. 문제를 한번 발견하면 즉시 고쳐야 하는데 안 고치고 내버려 두니까 결국은 식민지가 된 거지요. 서해 페리호 사건도 금방 잊어버려서 세월호 참사가 난 거라고 생각해요.

-인재를 막을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각자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면 이런 일은 안 생겨요. 또 전문가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현재 행정은 과거와 달라서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에요. 해당분야 지식과 체험 위에 리더쉽을 갖춘 사람이 전문가죠. 그런 전문가 말을 경청하지 않으니 현장과 정책이 소통이 안 돼 탁상공론만 나오는 겁니다. 정책이 현장에 통하지 않으면 피해는 국민이 입어요. 건보에 대해서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나는 임무를 다하고 있는가, 문제를 적시에 수정 보완하고 있는가, 혁신해 나가고 있는가….”

-경영철학이‘현장이 답이다’이던데.
“건보공단 직원 1만3천명은 밥 먹고 건보 일만 한 사람들인데 관리감독하고 규정을 만드는 건 복지부가 해요.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앉아서 얘기하면 비전문가는 현장의 목소리를 못 알아들으니 현장에 맞지 않는 엉뚱한 정책이 나와요. 이럴 땐 현장 전문가한테 맡겨주면 속 편해요. 자리가 2년마다 바뀌니 전문가가 나오기도 힘들지만 이제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오랜 세월 건강보험 업무를 하면서 느낀 것은 책임지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싫은 소리 해서 상부에 밉보일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보험료 심사와 지급을 한 곳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신다.
“병원에 돈 주는 곳도 건보공단이고, 국민한테서 보험료 걷는 곳도 이곳인데 보험료 심사는 다른 데(건강보험심사평가원)서 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 교포가 우리나라에 와서 직장에 하루라도 근무하면 직장 가입자로 진료받을 수 있어요. 병원서 진료비 청구 들어오면 15일 내에 주게 돼 있는데 심사결과는 4~5개월 후에 나와요. 그 때 보면 중국 교포가 진료만 받고 중국으로 가 버렸어요. 이렇게 샌 돈이 작년만 3838억원이에요. 확인 안한 것까지 치면 몇 배가 될지도 몰라요. 심사업무가 이곳으로 오든지 아니면 같이 하든지 그래야 돼요. 건보재정이 새는 근본적인 원인을 차단하자는 거예요. 다른 기관에서도 심각성은 깨닫고 있다고 하더군요.”

-잇따른 문제제기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데.
“제 임기 중에 문제제기라도 해 놔야 다음 후임에서라도 고칠 게 아닙니까. 주위에선 상부 기관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만류하지만 날 못 살게 만들어도 관계없어요. 문제를 방치해 더 큰 사고로 이어지게 놔둘 수 없으니까.”

‘아닌 건 아니다’라는 소신의 ‘끝장’을 보여주는 김 이사장은 바로 이 소신 때문에 15년 전 공직생활에서 물러났다. 호사가들은 그의 계속된 이슈 생산을 보고 정치계 입문 등 다른 목적을 위해서라고도 하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그의 얘기에 불필요한 오해로 들릴 뿐이다.

-담배소송을 내셨는데 결과는 어떻게 예측하는가.
“100% 승소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공단은 5천만명의 10년치 이상의 질병 기록을 갖고 있는데, 이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흡연이 폐암과 후두암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어요. 흡연하다 걸린 질병 치료에 1조7천억원의 보험료가 나갑니다. 흡연자도 담배 한 갑당 354원씩 건강증진부담금을 내는데 정작 담배회사는 한 푼도 안 내요. 그래서 지난 4월 20년 이상을 하루 한갑씩 흡연하고, 흡연 기간이 30년 이상인 환자의 공단부담 진료비 537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어요. 2003년 세계보건기구가 192개국의 만장일치하에 담배규제기본협약을 의결했어요. 우리나라도 2005년 비준국이 됐고 세계의 흐름이 담배를 퇴출하자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데 담배소송 결과가 나오는 5~10년쯤 뒤에는 더할 거예요. 판결도 세상의 흐름에 맞춰 나오게 돼 있으니 무조건 승소한다고 봅니다.”

건보공단 이사장이 되자마자 잇따른 문제제기로 이슈의 중심이 되고 있는 김 이사장은 어쩌면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일지도 모른다. 자리보전하느라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사람들이 표준모델처럼 돼 버려 제 목소리를 끝까지 내는 사람이 비정상인으로 취급받는 사회분위기가 그를 이슈의 중심에 서게 했는지도 모른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 지 오래라고들 한다. 바로 이때가 원칙과 소신에 철저한 공직자를 적재적소에 등용해야 할 때가 아닐는지. 새벽 3시면 일어나 산책을 하고 주말이면 100평 땅에 농사를 짓는 소박한 공단맨이지만 영혼과 정신만큼은 국무총리급이란 느낌이 인터뷰 내내 사로잡았다. ‘김종대의 건강보험공부방’ 블로그가 30만명의 광팬을 확보한 이유도 그의 일관된 제 목소리 내기에서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일 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wst 2014-05-19 23:40:03
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님께서는 "건보맨"이 딱이라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이눈치 저눈치 보지 않고 그동안 익히고 쌓아온 경험을 건강보험제도 발전을 위해서 걱정하시고, 능력을 소신껏 펼치시는 진정한 "건보맨"이신것 같습니다~~ 국민의 평생건강을 책임져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그 열정에 늘 감동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