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구 순천시지회장 “불모지에 빌딩 세우듯 노인회에 전력… 보람 느껴”
강갑구 순천시지회장 “불모지에 빌딩 세우듯 노인회에 전력… 보람 느껴”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4.05.16 14:32
  • 호수 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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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갑구 순천시지회장이 천연염색, 장류 사업 등 경로당에서 진행 중인 공동체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철도청 퇴임 5년 전부터 노인복지 공부, 봉사하기로 결심
읍면동 분회 조직 정비… 경로당 장류 사업 법인화 성공도
“향후 641개 전체 경로당에 노노케어 봉사자 배치할 계획”


좋은 지도자를 만난다는 건 그 조직의 구성원들에겐 축복이다. 배는 침몰하는데 승객의 생명을 구하지는 않고 자기 목숨만 부지하기 위해 서둘러 도망친 세월호 선장의 사례는 우리에게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준다.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노인의 건강과 복지, 교육, 안전 등 업무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노인복지에 대한 중시는 이미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전국 각 지역에서 대한노인회 지회를 이끄는 지회장들의 노고가 없다면 복지혜택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노인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열정과 전문지식으로 경로당, 분회 등 조직을 정비하고 노노케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귀감이 되고 있는 강갑구 전남 순천시지회장(75)을 만나봤다.
순천시는 전남 동부권의 중심도시로 인구는 약 28만명이다. 물 맑은 동천이 도심을 가로지르고 순천만 갯벌은 국내 최초로 람사협약에 등록된 세계 5대 연안습지로 유명하다. 특히 2013년에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려 500만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찾아오기도 했다.
순천시 장천 공원 안에 있는 순천시지회는 건물이 오래되고 협소한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잘 정돈돼 보였고 회장실 안에 가꿔진 화초와 단풍분재는 주인의 부지런하고 올곧은 성품을 말해주고 있었다.

-지회장 7년차에 접어들었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행복하고 만족한다. 노인회 일을 하기로 한 것은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얼마나 바쁘게 사는지 늙을 시간이 없을 정도다.”
강 회장은 철도청 공무원으로 순천역장과 순천철도청 관리국장(부이사관)을 역임하는 등 30여년간 봉직했다.
그의 인생의 전환점은 정년퇴임을 5년 앞둔 어느 날이었다. 그는 은퇴 후 30년의 인생계획을 세우고 노년기를 노인사회에 봉사하는 데 헌신하기로 방향을 정한다. 59세에 순천대 경영행정대학원에서 노인복지정책을 연구하고 관련 논문을 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강 회장은 2006년 순천시지회 부지회장으로 노인회에서 공식적인 일을 시작했다. 그가 처음부터 번듯한 직함을 받은 게 아니다. 만 65세가 되자마자 지회에 찾아가 ‘노인대학에서 무보수로 봉사하겠다’고 말한 뒤 6개월간 운전으로, 행정 지원으로 열심히 섬기기만 했다. 강 회장은 현재 ‘성공적인 노화’ 등 노인교육 교재를 직접 만들어 강의하고 있다. 순천시 관내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요청이 오면 특강에 나선다.

-재임 기간 지회가 어떻게 바뀌었다고 보나.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불모지에 빌딩을 세웠다고 생각한다. 2008년 4월 회장 임기를 시작할 때 우리 지회 관할 24개 분회에는 분회장이 없는 곳도 있고 총무가 없는 곳도 있었다. 회의하러 오라하면 분회에서 가장 큰 경로당 회장이 한 명 오면 그게 다였다. 분회가 총회를 개최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읍·면·동장을 입회 시키고 분회 총회를 열어 회장· 부회장·총무를 세우니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분회 운영비도 필요 예산의 50% 수준에 불과한 걸 가지고 써야 했다. 최소한의 활동비를 확보하기 위해 순천시에서 3000만원을 지원받아 24개 분회에 나눠줬다. 그때부터 노인회 틀이 잡혔다. 이젠 경로당 회비도 100% 걷히고 있다.”

-지난해 노노케어(노인이 노인을 돌봄)가 매우 활발히 전개됐는데.
“정부 노인일자리가 처음 생겼을 당시 부지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노노케어를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이 심 중앙회장이 노노케어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보고 내 마음과 똑같아 무척이나 반가웠다. 작년 시범지회로 선정된 후 곧바로 시작하질 않고 수혜자와 봉사자(돌보미) 선정에 신중을 기했다. 봉사자 1인당 수혜자 2명씩 돌보는 원칙을 정하고 선정하는데 한 달이 걸렸다. 수혜자와 봉사자 전체를 모아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잘 이뤄지도록 지원했다. 처음엔 수혜자들이 맹숭맹숭했지만 몇 달 뒤엔 봉사자를 만나면 ‘아이고, 딸 왔구나’ 하고 반기게 됐다. 우울증도 치료되고 자살자도 주는 등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순천시에서는 노노케어 실시 후 전년보다 자살자가 16명에서 13명으로, 실종도 15명에서 11명으로 줄었다. 올해 전남 발전연구원 모임에서도 그는 “노노케어에 예산을 최우선적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는 100명의 경로당 노노케어 일자리를 확보했다. 강 회장은 앞으로 641개 전체 경로당에 1명씩의 노노케어 봉사자를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노인일자리가 많이 부족한데.
“경로당의 자생력을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경로당 자체로 공동체 사업을 시작했다. 2009년부터 청려장(장수지팡이) 사업, 천연염색제품 생산판매, 식당 운영, 재래식 메주 및 엿기름 사업 등을 전개했고, 메주·장류 사업(삼산동 고지경로당)은 3년만에 법인으로 독립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순천시 노인복지 업무가 달라지는지.
“올해 1월 1일부터 노인의 위상에 맞게 노인장애인과가 신설됐다. 예전엔 노인회 업무가 외청기관인 시 보건소에 속해 있었다. 그걸 본청 여성가족과 업무로 이관시킨 뒤 다시 시청에 건의해 노인과 장애인을 전담하는 과를 만들게 한 것이다. 이처럼 시에서는 협조를 잘해 준다. 지난해 노노케어 사업에서도 시에서 30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해 중앙회 지원액(5000만원)에 이중근 명예회장의 1000만원을 합해 9000만원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다.”

-백세시대(노년시대신문의 새 이름)를 거의 전 경로당에 보급했는데.
“노인들은 컴퓨터에 익숙지 않아 정보를 습득하기 어렵다. 장기요양보험이 실시된지 오래됐지만 한 동안 시행 사실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 자살이나 우울증도 정보 부족과 관련이 있다. 이런 분들에게 노인 전문 신문은 양식과 같다. 신문이 경로당에 있으면 오다가다 자주 읽어볼 것이 아닌가.”

-행복은 무엇이라고 보나.
“자기의 욕망만 바라보고 타인과 비교하면서 살거나 행복의 조건을 못찾는 사람은 불행해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열심히 산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게 소원이다.”
강 회장은 슬하에 3남1녀를 두고 있다. 자녀들 모두 안정되게 자리잡고 있어 남 부러울 게 없다는 그는 자식들에게 조금도 부담을 주려 하지 않는다.
건강관리도 철저해 몸에 나쁜 것은 안 한다는 생활수칙을 갖고 있다. 담배도 몸에 안 좋아 40대에 끊었고 술도 조금씩만 마신다. 식사시간이나 취침시간도 정확히 지킨다. 저녁 8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4시면 일어난다. 5시부터 걷기 운동을 1시간 정도 하고 맨손체조와 팔굽혀펴기 등을 한다. 1년 사시사철 비가 와도 거의 똑같다.
김명수 순천시지회 노인대학장은 “강 회장은 건강을 지키는 것부터 오전 7시30분에 사무실에 출근해 일하는 것까지 여러 면에서 본을 보인다”며 “노인회 지도자로서 신뢰와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분”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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