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아파트 붕괴… 이념 달라도 인재 원인은 동일
평양 아파트 붕괴… 이념 달라도 인재 원인은 동일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05.23 11:20
  • 호수 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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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의 뉴스브리핑

북한 김정은의 속도전이 평양 아파트 붕괴 원인으로 드러나 비리와 편법은 남북의 이념 차이도 뛰어넘어 유일한 동질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계속된 남한의 안전사고 행렬의 원인인 지도층의 무능과 업무태만이 북한 대형 참사의 원인과 같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1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오후 평양 평천구역 안산1동에 있는 23층 아파트가 붕괴됐다고 보도했다.
이 아파트는 완공 전이지만 이미 92세대가 입주한 상태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은 정확한 인명 피해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한 가구가 4~5명임을 감안할 때 적어도 100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수언론매체 뉴데일리는 탈북자 인터넷신문 뉴포커스의 대북 소식통에게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 사고 원인과 사망자 수를 구체화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약 4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92세대 구성원 5명을 잡아 계산하면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생존자가 거의 없는 이유는 건물이 높은 층부터 수직방향으로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위성사진 전문가인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붕괴된 아파트와 30m가량 떨어진 양 옆의 두 건물에 심각한 손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좌우방향이 아닌 수직이나 뒤쪽으로 넘어갔을 것이라고 20일 추정했다. 게다가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귀가한 뒤인 오후 5시경에 사고가 터져 학생들의 희생이 많았다.
평양 아파트 붕괴는 전형적인 부실공사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주민들이 쓰고 살게 될 살림집 시공을 되는대로 하고 그에 대한 감독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났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 소식통은 “아파트를 지을 때 시멘트나 철근 등을 팔아먹기 때문에 대부분 부실공사”라며 “이번 아파트도 초기부터 부실공사였다”고 증언했다.
북한이 이번 사고에 대해 신속히 잘못을 인정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당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이 사실을 공개하는 한편 아파트 시공 관련 책임자들은 유가족과 평천구역 주민들을 만나 위로의 뜻을 전하고 사과했다.
평천구역은 중상류층이 사는 지역으로 평양에서는 구도심에 해당한다. 붕괴 아파트는 건설여단과 군부에서 맡아서 하던 공사로 국가안전보위부, 김일성종합대학 교수 등 대부분 북한 정권의 핵심세력이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이 신속히 사과에 나선 배경에는 민심의 동요와 김정은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크게 의식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도 이번 사태를 의식해서인지 “건축물의 안전성을 확고히 보장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23층 아파트 붕괴 원인이 부실시공이라고 시인하고도 속도전 독려는 여전해 또 다른 붕괴사고가 예견된다. 사고발생 8일만인 21일 평양 대동강 구역 인근의 46층 아파트 건설현장을 찾은 김정은은 해당 공사를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까지 완공하라고 독촉하며 속도전을 격려했다.
멜빈 연구원은 북한 아파트 줄붕괴사고를 과학적으로 예상했다. 그에 따르면 붕괴 아파트가 위치한 평천구역 안산1동과 인근지역인 안산2동, 북성1동, 북성2동에 최근 몇 년간 새로 지어진 17개 건물이 날림으로 지어져 위험할 수 있다. 이같은 우려는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에서 부실시공이 이미 오래 전에 확인됐기 때문이다. 평양 대동강구역과 만경대구역에 지어진 고층 아파트들을 가까이 찍은 영상을 보면 건물 자체가 휘어있는데다 창문틀도 제대로 안 돼 있고 창문 위치가 층마다 다르다고 멜빈은 분석했다.
평양 평천구역과 형제산구역, 낙랑구역, 만경대구역 등지에 100개 이상의 건물이 건축중이거나 신축됐다. 최소 100개 건물이 붕괴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자재·건설장비 부족과 관리자의 전문성 결여, 무리한 건설계획에 따른 성급한 시공, 그리고 철근과 시멘트를 팔아먹는 부정부패가 겹쳐 시공된 23층 아파트는 400여명 사망자를 낸 붕괴사고로 부실시공의 결과를 증명했다. 자재와 장비가 부족하다는 점만 빼면 북한 아파트 붕괴사고는 남한의 쉴새없이 터지는 인재사고의 원인을 여과없이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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