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만 노인들이 ‘광풍’(狂風)을 잠재워야 한다
630만 노인들이 ‘광풍’(狂風)을 잠재워야 한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06.20 13:46
  • 호수 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현주 기자의 세상 읽기

하다못해 부부싸움도 한편의 얘기만 들으면 사실과 영 다른 판단을 내린다. 문창극 총리 후보의 온누리교회 강연 동영상 조회 수가 10만여회라고 한다. 온나라를 들끓게 한 문제의 동영상을 실제로 본이가 100만도 아니고 겨우 그 정도라니…. 그렇다면 이번 사태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한 이가 고작 그 뿐이란 말인가. 문 후보를 ‘친일 식민주의자’라고 비난하며 사퇴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새정치연합을 비롯 진보신문·종교단체들은 진실을 조금이라도 알고자 노력이나 한 것인가.
1시간여에 달하는 긴 강연을 들어본 결과는 의외였다. 처음 KBS가 보도했던 것과는 상반된 느낌을 받았다. 한 마디로 ‘맞는 얘긴데 왜들 그러나’였다. 강연의 제목부터 ‘나라를 위해 기도하자’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나라를 하나님의 나라로 쓰임 받게 하려고 선택했고, 이스라엘 민족에게 광야의 시련을 주었듯이 역사적으로 다양한 사건을 겪게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따라서 전체 강연 중 한 부분만 달랑 떼어내 국가관·역사관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는 건 섣부르고 잘못된 판단이다.
강연 내용 중 조선 말 선교사의 증언을 빌어 ‘우리 민족은 게으르다’고 한 표현, ‘6·25는 하나님의 뜻에 의한 전쟁이었다’ 같은 기독교근본주의적인 해석도 주제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는 강연 말미에 ‘북한의 어린이를 돕자’며 △부패와 분열이 없는 나라 △청렴한 정치 지도자의 출현 △한국 1000만 크리스천의 바른 역할 등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을 받은 이라면 그의 생각과 사상이 대통령제 하에서 총리의 책무를 수행하는데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문 후보 사태를 보면서 우려되는 건 최근 대한민국을 휘젓고 있는 ‘광풍’(狂風)이다. 광풍은 미친 듯이 사납게 불어치는 바람이다. 우리 사회가 이런 바람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광우병촛불시위와 역사교과서몰이 그리고 문 총리 후보 사태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검은 세력’이 객관적 사실과 진실을 외면한 채 선동과 집단 폭력에 의존해 정권을 위태롭게 하고 국론을 분열시킨다는 점이다. 광풍이 지나간 자리는 깊은 상처로 남는다. 국민들은 두 갈래, 세 갈래로 편이 갈리며, 나라의 품격은 손상되고 국가 발전은 후퇴한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 저녁마다 촛불 들고 광화문 네거리로 뛰쳐나와 과격한 구호를 외치며 법질서를 훼손하고 거기다 소모적인 이념 투쟁으로 나라를 어지럽힌 광우병촛불시위대가 주장한 것은 수입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는 것이다. 그 후 수입소고기시장은 개방됐고 사람들은 터무니없이 값비싼 한우보다 수입소고기를 더 많이 찾는다. 그들이 우려했던 일은 이 시간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6개월여 동안 나라를 시끄럽게 한 역사교과서 채택 과정은 또 어떤가. 과연 이 나라가 자유민주국가가 맞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새정치연합과 전교조 등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보수적인 역사교과서를 겨냥해 거짓정보를 퍼트려 여론을 조작했다. 그리고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학교에 몰려가 힘 과시를 하고 해당 학교의 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했다. 그 결과 새로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1794개 고교 중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부산의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것이다.
문 총리 후보 사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은 공정보도의 원칙을 무시하고 처음부터 저의(?)를 가지고 누가 보더라도 오해할 만한 부분만 편집해 방송에 내보내 여론을 호도했다.
중국·일본 등에 지배되는 동북아 힘겨루기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으려면 내부적으로 광풍이 불지 않도록 단속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은 좀 더 똑똑해지고 현명해져야 한다. 광풍에 휘둘리지 않고 나라 정책을 실현하는 뚝심 있는 국가 지도자도 나와야 한다. 이 일을 누가 하겠는가. 630만 노인이 해야 한다. ‘위대한 나라에선 젊은이가 망친 나라를 노인이 구한다’는 로마 정치인의 말은 우리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더 이상 이 나라를 망치려는 ‘검은 세력’을 두고만 볼 수는 없다. 오늘의 노인들이 과거 피와 땀으로 세운 이 나라를 주변국의 먹잇감으로 빼앗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