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올림픽! 외계인 월드컵!
외계인 올림픽! 외계인 월드컵!
  • 이호선
  • 승인 2014.06.20 13:51
  • 호수 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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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 교수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에서 제우스신을 기리기 위해 올림피아에서 4년에 한 번씩 치르던 제전이었다. 참가선수들은 완벽한 나체로 경기를 했고 우승한 선수들은 상금대신 월계관을 받아 일생의 명예로 삼았다. 오랫동안 인류의 뇌에서 잊혔던 이 대회는, 근대에 와 쿠베르탱 남작의 제안으로 1896년 아테네에서 1회 대회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그리고 4년마다 이어지는 올림픽도 그 이력을 바꾸어왔다. 1900년에는 여자선수가 경기에 참가하고 급기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아랍국가에서 최초 올림픽 참가 여자선수가 나왔다. 한쪽 팔만으로 세계 탁구를 재패하겠다고 나선 선수도 있었다.
장애와 성별의 장벽을 넘어 도전하는 진정한 올림피언들이 속속 올림픽의 그림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올림픽, 가장 뜨거운 심장과 가장 강한 근육을 가진 자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이 세계의 축제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이다. 수 십 년 동안 올림픽을 보아왔어도 주름이 지고 머리가 희끗한 선수는 본 적이 없다.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 그 축제의 현장에서 노인들은 외계인일 뿐이다.
물론 그 와중에 노인선수가 있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승마부문에서 일본의 호케츠히로시가 15세 된 늙은 애마 위스퍼를 이끌고 나타난 적이 있었다. 물론 그가 처음은 아니다. 1920년 벨기에에서 열린 제7회 앤트워프올림픽에서 사격부문에 출전한 72세 오스카 스완이 있다. 그는 60세였던 1908년 런던올림픽에 첫 출전하여 중절모를 쓰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 2관왕이 되었다.
그의 메달이 빛난 지 100년이 다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올림픽 최고령 선수이자 최고령 메달리스트인 스완은, 이후 올림픽에 세 차례나 출전해 금 3개, 은 1개, 동메달 2개로 당시 올림픽 메달을 휩쓸었다. 그 뿐 아니다. 그는 이미 1912년 스톡홀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최고령 올림픽 우승자로도 유명했다.
오스카 스완이 올림픽을 휩쓸었던 1920년대 미국인 평균 수명이 63세(참고로 1920년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25세)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의 노익장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히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이 두 선수의 선전을 역대 올림픽에 참여한 젊은이들의 숫자에 비교한다면 60억 인구 중 UFO를 봤고 외계인을 봤다는 인류 숫자와 비교할 만 할 것이다.
우리 노인들을 위한 올림픽은 없는가? 100세시대에 새벽마다 뛰고 달리는 노인세대들을 위한 올림픽은 왜 없을까.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라는 쿠베르탱이 주창한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 있게(Citius, Altius, Fortius)’라는 말에서 보듯, 올림픽은 누가 더 빨리 달리는가, 누가 더 높이 날고, 더 멀리 뛰어 오르는가, 누가 더 세게 던지는가 등 체격조건이 우수하고 강하고 빠른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운동이다.
만일 그 주제어를 ‘천천히’ ‘안전하게’ ‘부드럽게’로 바꾸면 어떨까? 올림픽처럼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고, 그리 극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소박한 방침을 유지하고,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운동 전보다 누구의 몸의 상태가 더 좋아지고 힘이 보충되었나를 기준으로 승패를 가리면 어떨까? 지독한 경제논리에 갇힌 다수의 청춘 판매상들에게 먹힐 리 없을 것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100세시대라는데, 모두가 결국 늙는다는데, 곧 노인이 인류의 주인이 된다는데 한번 해보면 안 될까? 그 외계인 올림픽, 그 외계인 월드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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