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박수와 율동으로‘9988행복’나눠요
웃음박수와 율동으로‘9988행복’나눠요
  • 김지나 기자
  • 승인 2014.07.04 11:18
  • 호수 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쾌하게 웃고 흔들다 보면 근심이 다 사라져”
▲ 어르신들이 음악에 맞춰 가위·바위·보 체조를 하고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뇌에 자극 주는 스트레칭… 치매 예방에도 효과
홀몸 어르신 많아 경로당서 저녁식사 준비도

 

와우! 이 경로당 <7> 충주시지회 신양 1구 경로당


화투나 치던 구식 경로당은 이제 가라. 경로당은 모두 같이 웃고 즐기며 건강까지 챙기는 ‘행복한 공간’이어야 한다. 충북 충주시 신양1구 경로당은 바로 이런 곳이다.
40여명의 어르신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거울 웃음 박수로 체조를 시작 한다. 강사가 두 손바닥을 펴며 “여기 누가 있지요?”라고 소리치자 어르신들은 “예쁜 나!”하고 화답한다. 이어서 강사가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하고 묻자 어르신들은 이구동성으로 “바로 나!”하며 ‘하하하하’하고 크게 웃는다.
다음으로는 얼굴스트레칭과 혓바닥 운동, 손등과 손바닥 등을 이용한 건강박수가 차례로 이어지고 드디어 음악에 맞춘 본격적인 체조가 시작된다. 음악은 당연히 ‘자옥아’ 등 신나는 트로트. 어르신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신나게 몸을 움직인다.
어르신들은 지금 ‘9988 행복나누미’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중이다. 매주 금요일 신양1구 경로당은 웃음치료사 장창선 강사의 진행으로 건강박수와 스트레칭, 음악에 맞춘 율동 등 다양한 건강 체조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렇게 한 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움직이는 건강 체조 프로그램은 10여 가지가 넘는 세부 동작들로 구성돼 있다. 이 동작들은 특히 손가락과 발가락을 이용한 동작과 얼굴과 허리‧등 근육 등 잘 쓰지 않는 부위의 스트레칭이 많다. 스트레칭을 할 때에는 어르신들의 대답을 유도하는 재밌는 질문과 박장대소가 항상 포함된다. 이는 단순 운동 뿐 아니라 치매를 예방하고 어르신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건강 박수와 스트레칭을 하며 “여기 누가 있지요?”하고 묻고 어르신들이 “예쁜 나!”라고 대답한 것은 어르신들의 자존감을 높이게 하는 작은 장치다.
또 음악에 맞춰 손가락을 접었다 펴는데, 오른손은 엄지손가락부터, 왼손은 새끼손가락부터 접었다 펴는 식이다. 이는 간단한 손가락 운동이지만 뇌에 자극을 주기 위한 동작이다. 박자는 지나가는데 마음대로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한 어르신이 “평소에는 잘 됐는데 지금 안 된다”며 쾌활하게 웃어버린다. 그러자 주위의 어르신들도 박장대소다.

▲ 줄을 이용한 건강체조.

이곳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김겸서(85‧여) 어르신은 “평소 움직이지 않다가 이곳에서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앞으로 계속 올 거야. 운동은 안 빠져”라며 환하게 웃는다.
충청북도에서 특화시켜 개발한 ‘9988 행복나누미’는 노인들의 건강 증진과 치매 예방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노노케어와 연계한 ‘9988 행복지키미’ 프로그램(실버 인턴으로 뽑힌 어르신들이 독거노인들을 관리하고 돌봄)과 함께 ‘9988 행복한 경로당’ 사업의 일환이다. 충주시는 지난 1월 대한노인회가 실시한 노노케어 시범사업 종합평가에서 경남 창원과 전남 순천시지회와 함께 우수지회로 선정된 바 있다.
‘9988 행복나누미’의 9988은 ‘99세까지 팔팔하고 건강하게 살자’는 의미다. 현재 청주, 제천, 진천 등 충청북도 12개 시‧군에서 운영 중이며 그중에서도 충주시는 523개 경로당 1만 9239명 어르신 중 1만 7619명의 어르신이 참여해 참여율(91.5%)이 가장 높다. 경로당 어르신들의 특성에 맞게 노래교실, 건강체조, 공예교실, 실버요가, 웃음치료 등의 세부 프로그램을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경로당마다 분위기가 달라 어느 곳에서는 조용히 공예 위주의 활동을 하고 어느 곳에서는 몸을 많이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식이다.
그중에서도 신양1구 경로당의 분위기는 활발한 편이다. 웃음이 많고 잘 움직일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관계도 우애가 깊어서 선택한 것이 건강체조와 미술치료다. 두 가지 프로그램을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한다. 물론 처음부터 진행이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다. 장창선 강사는 “처음에는 고개를 숙이고 손도 움직이지 않는 분들이 계셨다”며 “시작할 때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간 꾸준히 진행하면서 어르신들에 맞는 동작으로 구성해, 눈치 보지 않고 큰 소리로 웃는 것을 반복했다. 미술치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지금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날이면 어르신들이 먼저 와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장 강사는 “웃음과 체조, 자존감을 높이는 몇 마디가 그리 큰 효과가 있겠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변화가 바로 효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노윤희 경로당회장도 “지난해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진행했었는데, 올해는 한 번으로 줄어 아쉬워하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렇게 1년 동안 꾸준히 프로그램을 운영 하면서 경로당 경연대회도 연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관절염이 심한 한 어르신이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서도 무대에 올라 주저앉은 채로 율동을 하고 내려와 지켜보는 사람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대회가 끝나고 8개월 후에 돌아가신 이 어르신은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평생 처음으로 남들과 이런 걸 해봤다”며 눈물을 비쳤다고 한다.
홍병호 대한노인회 충주시지회장은 “100세를 바라보는 어르신들이 무엇보다 여생을 행복하고 즐겁게 사시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계속 알찬 프로그램을 운영해 구호에 그치는 행복이 아니라 치매‧중풍 없는, 진정으로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 시간이 빛의 속도처럼 느껴지는 신양1구 경로당. 40여명의 적지 않은 회원이 모여지내지만, 사실 이곳은 다섯 가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다. 경로당을 통해 친해지면서 다툼 한 번 없고 집에 무거운 것을 옮기거나 물건을 사러 가는 작은 일에도 서로 의지하며 지낸다. 동네 봉사활동이 있는 날에도 꼭 같이 모여서 다닌다. 혼자 저녁을 해먹어야 하는 적적함도 없다.
노윤희 경로당회장은 “혼자 식사를 하는 어르신들이 많아 경로당에서 저녁을 준비한다”며 “힘들긴 하지만 좋아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힘이 난다”고 전했다. 다 같이 모여 ‘노는’ 시간이 이렇게 짧게 느껴지는 것도 어르신들이 한마음이 되어 참여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경로당’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