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병원서 수퍼박테리아… 항생제 오남용 경보
노인요양시설·병원서 수퍼박테리아… 항생제 오남용 경보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07.11 11:38
  • 호수 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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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의 뉴스브리핑

노인요양시설에 옴 진드기가 창궐하더니 이번엔 약이 듣지 않는 수퍼박테리아(내성균)가 발견됐다.
삼성서울병원 강철인 교수는 2011~2012년 병원을 찾은 폐렴환자 510명을 조사했더니 5명에게서 ‘광범위 항생제 내성 폐렴구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폐렴구균이 항생제 내성을 보이는 일은 흔하지만 이번 발견은 기존의 발견과 다른 두 가지 특징 때문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먼저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보인 균이 발견된 경우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수퍼박테리아가 발견된 환자 5명은 폐렴구균 치료에 쓰이는 8종 항생제 중 테트라시클린 등 6종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반코마이신 등 두 가지 약에만 미미하게 반응했다. 폐렴구균이 거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보였다는 의미다.
또 한 가지는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에서 수퍼박테리아가 발견된 것 역시 세계 처음이라는 점이다.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은 노인들이 집단 거주하는 곳이어서 더 큰 피해를 예고한다. 면역력이 저하된 노인들은 각종 질병에 쉽게 노출되지만 특히 전염성이 강한 폐렴에는 더 취약하다. 더구나 어떤 약에도 치료되지 않는 내성을 가진 폐렴구균에 감염된다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5명 중 1명의 환자는 입원 7일만에 패혈증(혈액에 균이 침투해 염증이 생기는 질병)으로 숨졌다.
수퍼박테리아는 주로 큰 병원 중환자실에서 발견된다. 이에 따라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로 옮기면서 균도 함께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중환자실에서 요양병원과 시설로 옮겨온 중증환자로부터 입소자 전원에게 균이 감염되는 것을 막는 일이 당국의 중차대한 과제로 떠올랐다. 노인감염관리 가이드라인 마련과 인력 확충이 급선무다. 감염 위험이 큰 기도삽관(기도로 관을 넣어 호흡을 도와줌) 환자는 격리시켜 집중관리해야 하고 감염내과 전문의를 초빙해서라도 순회시켜야 한다. 여기에는 보건당국의 규제가 필요하다. 그간 노인요양시설 및 병원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사고들은 시설장의 자율에 맡겨서는 노인 건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음을 여실히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번 수퍼박테리아 발견도 그 증거의 하나다.
수퍼박테리아 보균자 5명은 각각 노인요양시설(3명)과 요양병원(2명)에서 장기간 항생제 치료를 받아 왔다.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약이 듣지 않는 수퍼박테리아는 항생제를 남용해서 생긴다. 항생제를 오남용한 결과 환자 몸 속 병원균 일부가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생기는 것이다. 그만큼 노인환자에게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많이 썼다는 얘기가 된다.
항생제 오남용은 시설 내 감염내과 전문의 부재로 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시설운영진의 책임의식 부재가 더 큰 원인이다. 지난 5월 21명의 사망자를 낸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고를 보더라도 이런 사실은 극명히 드러난다. 소방대원들이 신속히 출동해 불과 몇 분만에 불을 껐는데도 중풍과 치매 등으로 거동할 수 없었던 노인들은 병상에 누운 채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유명을 달리했다. 화재를 감지한 즉시 자동으로 물을 뿌리는 스프링클러조차 설치하지 않아 사고를 키운 대표적인 인재로 기록됐다.
2011년에는 대표적인 후진국 질병인 옴과 결핵 감염자가 노인요양시설에서 발견됐다. 감염자 격리와 위생관리만 잘 해 주면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질환인데도 시설 수십 곳에서 감염자가 확산됐다는 것은 입소 노인에 대한 기본적인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노인 집단 거주시설과 관련한 잇단 사건사고들은 입소 노인 한 명당 적지 않은 지원금을 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설운영진 자신의 실속을 차리는 도구로만 이용한 결과로 보여진다.
우리나라는 국가의 공권력을 줄이고 민간의 시장자율성을 키우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정부기구의 축소와 통폐합, 공기업의 민영화, 공무원 인원 감축, 규제완화 등을 실시해 정부의 민간통제를 줄여나가고 있지만 국민성과 시민의식이 이를 수용할 수준에 다다랐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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