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8년 새 불꺼진 항구에서 기업 400여개 유치 도시로 탈바꿈
재임 8년 새 불꺼진 항구에서 기업 400여개 유치 도시로 탈바꿈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07.11 13:21
  • 호수 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고령 지방자치단체장 문동신 군산시장

대한노인회 군산시지회 전폭 지원… 새 노인회관 건립 검토
시비 3000만원 들여 30곳에 경로당 활성화 시범사업 추진


6·4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당선자 가운데 최고령은 김관용(71) 경북지사이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통 털어 최고령 당선자는 문동신(76) 군산시장이다. 3선 당선이기도 하다. 그의 시정 스타일은 상대의 나이를 가리지 않고 군산을 위하는 일이라면 몇 번씩 찾아가 설득하고 간곡하게 양해를 구해 뜻을 관철하는 ‘삼고초려’ 식이다. ‘낮춤과 지성(至誠)’의 시정운영은 좌우명 ‘인연지사’(因緣之事)에서 나온다. ‘모든 문제는 만나야 해결된다. 인연은 만나야 이루어진다’는 뜻이란다. 문 시장은 한라산 등반길에 우연히 들른 절에서 한 스님으로부터 이 글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6월 중순, 시장 당선 직후 내년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세종시의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를 잇달아 방문해 화제가 된 것도 같은 이치이다. 그의 ‘인연지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까지 가능하게 만들기도 했다.

-조달청이 1년 사이에 두 번이나 비축기지를 이전했다는데.
“군산시에 꼭 필요한 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OCI(구 동양제철화학)가 폴리실리콘 공장을 짓는데 필요한 4만평의 부지가 하필 조달청 비축기지가 들어선 곳이었어요. 조달청은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이유로 기지를 현재의 자리로 옮겨주었기 때문에 두 번째 옮겨달라는 일은 사실 무리였지요. 그렇지만 어떡하겠어요. 마침 조달청장이 나보다 1년 먼저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됐고 박사학위 취득을 화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얘기를 꺼냈지요. 군산 시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된 일인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한번만 더 양보해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지요.”

-3선 성공의 비결인 듯도 하다.
“시정은 공부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군 시설장교로 건설현장에서 보낸 10년을 포함해 43년, 인생의 절반 이상을 건설현장에서 보냈어요. 평사원에서부터 시작해 한 단계씩 거쳐 CEO의 자리에까지 오르기까지 쌓은 경영 노하우, 시장으로 보낸 8년간의 행정 경력 등을 시민들이 높게 평가해주신 덕분입니다.”

-6·4 지방선거 최고령 당선자인데.
“캐나다 토론토 외곽에 미시사가라는 자그만 도시가 있어요. 그곳 시장이 90대 여성입니다. 1978년부터 시장직을 맡은 이후 36년째 이 도시를 이끌어가고 있어요. 그런 걸 보더라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그보다는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추진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있을 텐데.
“다행히 부모님으로부터 건강한 몸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해요. 운동도 좋아하고요. 중학교 때 육상이 특기였고 마라톤 풀코스 완주 경험도 있어요. 46년간 꾸준히 테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군산이 얼마나 달라졌나.
“8년 전 군산은 불 꺼진 항구도시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지요.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인구가 매년 2000명씩 줄고 있었어요. 우선 사람이 떠나지 못하도록 기업을 유치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최선을 다했어요. 그 결과 422개 기업을 유치해 GRDP(지역 내 총생산) 사상 첫 1위로 전북 경제수도로 등극했고, 5년 연속 인구가 꾸준히 증가했어요.”

-기업 유치 중 잊지 못할 일은.
“현대중공업을 유치하려 본사를 60여 차례 방문했고, 중앙정부를 설득해 국내 항만 사상 처음으로 국가산업단지 내 항만 부지를 공장용지로 전환한 일입니다.”

-군산은 어떤 도시인가.
“개항 115년의 항구도시로 고군산군도의 천혜의 비경과 세계 최장의 새만금 방조제가 있는 국제 관광도시입니다. 산업단지(약 3306만㎡)와 항만, 공항, 고속도로, 철도 등 사통팔달의 기반시설을 갖춘 기업 물류중심 도시입니다.”

-일제의 수탈현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데.
“1926년 전국 쌀 수탈량 544만석 중 137만석 이상이 내항에서 수탈당하는 고통으로 옥구농민항쟁, 소작쟁의운동 등 크고 작은 항쟁이 해마다 일어나기도 했어요. 군산의 문화유산 중에는 자랑스러운 것도 있고 고통스런 것도 있어요. 조선은행, 신흥동 일본식가옥, 동국사, 이영춘가옥 등 가치 있는 문화재 12개와 170채의 근대 건축물이 남아 있어요. 2009년부터 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군산 노인들의 삶은 어떤가.
“우리 시의 어르신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못 산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먹고사는 문제를 떠나서 질 높은 노후를 보내도록 문화, 건강, 일자리 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군산시의 인구는 27만8000여명이고 그 중 노인은 13.9%인 약 3만8000명이다. 군산시의 올해 총예산액 8700억원 중 27.7%인 2900억원이 사회복지예산이며, 그 중 29.5%인 700억원이 노인복지예산으로 확보돼 있다고 한다. 이는 전년 대비 48%가 증액된 금액이다. 군산시는 이를 바탕으로 노인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경로당 활용 독거노인 공동그룹 홈 운영, 노인운전자용 차량스티커 부착, 노인실종방지 사랑의 반지 공급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황긍택 군산시지회장과 문동신 시장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로 만남의 기회도 자주 갖는다.
황 지회장은 “문 시장과 나는 학교는 다르지만 중고등학교를 같은 시기에 다녔다”며 “문 시장은 아버지를 고등학교 때 여의고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며 어머니를 지극히 모시는 효자였다”고 전했다.
황 지회장은 “문 시장은 노인 민원이라면 우선적으로 들어줄 정도로 노인회를 많이 도와 준다”며 “올해 시비 3000만원을 들여 경로당 30곳을 대상으로 경로당활성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선거공약 가운데 경로당 활성화가 들어 있다. 어떤 내용인가.
“군산의 경로당은 478개소로 접근성이 좋아 많은 어르신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어요. 경로당 순회 한방진료, 건강백세운동교실 운영, 노인학대 예방상담 및 교육, 운동처방관리자 파견사업 등 지역자원과 연계하여 어르신들의 욕구에 적합한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어요.”

-대한노인회 군산시지회도 적극 돕는다고.
“지회 사무실의 주변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보수공사도 하고 그럽니다. 지난 5월에 사업비 4000만원을 들여 사무실 내부 리모델링과 지붕공사, 전기설비, 도장 등을 해드렸어요. 장기적으로는 노인회관 건립을 적극 검토 중입니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재원 마련이 관건이지요.”

문동신 시장은 군산고를 나와 사병으로 입대했다가 간부시험을 보아 장교로 전역했다. 그는 30대 중반에 뒤늦게 대학을 졸업했고, 2000년에 들어와서 비로소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퇴역 후 정부투자기관(지하수개발공사)에 평사원으로 들어가 기획실장·기획본부장·부사장을 거쳐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농어촌진흥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김대중 정부 때 농업기반공사 사장(2001~2002)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군산시장을 맡아오고 있다. 새만금의 역사와 함께 해온 산증인으로 ‘새만금 박사’란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석탑산업훈장(2000) 한국전문경영인대상 공공부문(2002) 올해의 지방자치 CEO(2013)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말단 사원에서 CEO가 됐는데 잊지 못할 일이라면.
“124개의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 그리고 농어촌진흥공사 등 세 기관을 농업기반공사로 통합하고 노동조합도 통합시켰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런 경영합리화를 통해 700억 적자에서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 기관통합의 성공사례로 꼽히기도 했어요.”

-‘새만금 박사’란 별명은 왜 붙었나.
“새만금 공사는 1991년 11월에 착공했어요. 당시 사업시행자였던 농어촌공사에서 기획이사로 근무하면서 최초 설계자로 관여하게 됐지요. 농어촌진흥공사·농업기반공사 사장을 연임하면서 새만금 사업에 열정을 바쳐 주도적으로 추진했어요.”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극심했던 걸로 안다.
“환경단체들은 개발 이야기만 나오면 일단 반대를 하는 경향이 있어요. 당시 농어촌개발공사에는 이름 있는 해외 석·박사들이 75명이나 포진해 있었어요. 환경단체들이 새만금은 철새도래지이며 갯벌의 가치가 높아 훼손시키면 안 된다고 이의를 제기하면 이들이 빠르게 대안을 제시했고, 농지가격과 갯벌의 가치 비교를 문제 삼으면 그에 따른 대처방안도 신속하게 내놓아 환경단체와의 논리경쟁에서 항상 앞서갔어요.”

-새만금의 효용성은 무언가.
“새만금 착공 당시 우리나라 개인소득이 1만 달러가 채 안 됐어요. 그래서 쌀 생산을 위해 1억2000만평의 땅을 개발하려고 했던 겁니다. 이제 쌀이 남아도는 세상이 돼 그보다는 복합지구로 개발하게 됐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그린, 자연 친화가 화두가 되면서 개발의 용도가 바뀌었어요. 국민소득과 문화수준에 따라 토지의 수요는 달라집니다. 때문에 앞으로 우리나라 소득 수준이 4만 달러, 5만 달러의 시대가 되면 또 어떤 필요에 의해 쓰이게 될 지는 누구도 짐작할 수가 없어요. 2020년을 목표로 하는 새만금 사업은 전북도가 구상하는 기업도시 5~6개를 동시에 유치하는 21세기 최첨단 꿈의 공간으로 변모될 겁니다.”

문동신 시장은 2남3녀를 두었다. 모두 만학도인 아버지를 닮아 자기 분야에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문 시장은 일요일 부인과 함께 은파호수공원이나 월명공원, 근대역사박물관 등을 찾곤 한다. 그 시간에도 문 시장은 시민들의 불편사항이나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를 살피는지라 아내를 미처 챙기지 못한다. 문 시장은 “노후를 즐기며 편히 쉬어야할 나이에 남편을 따라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시민들과 함께 해주는 아내에게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