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대법원 판례가 주는 의미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대법원 판례가 주는 의미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07.18 11:13
  • 호수 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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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의 뉴스브리핑

이혼시 미래에 받을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최근 급증하는 황혼이혼 증가세가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7월 16일 교사 부인이 연구원인 남편을 상대로 청구한 이혼·재산 분할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 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그간 법원은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의 액수가 확정되지 않았으면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해 왔다. 그러나 대법관 만장일치로 기존 판례를 깨고 퇴직급여도 나눠야 한다는 새 판례를 만들었다.
A씨는 1997년 남편 B씨와 결혼한 뒤 14년 동안 남편의 폭행과 외도에 시달리다 2010년 이혼소송을 냈다. 남편은 아내에게 앞으로 받을 퇴직금을 나누자고 요구했으나 원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퇴직금과 퇴직연금도 임금의 후불적 성격이 포함돼 있어 부부가 서로 협력해 이룬 재산으로 봐야 한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에 따라 이혼소송의 사실심(1심·2심재판) 변론이 종결되는 시점까지 발생하는 퇴직금을 계산하고 주택이나 차량 등과 함께 분할해야 할 재산에 포함시킨 뒤 남편과 부인의 재산형성 기여도에 따라 나누게 됐다. 다만 소송이 끝난 다음에 발생한 퇴직금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미 재산분할이 끝난 부부도 소송을 낼 수 없다. 현재 이혼소송중인 부부와 앞으로 이혼을 할 부부들에게만 해당된다.
이번 판결로 이혼시 나눠갖게 될 재산분할 대상의 폭이 커짐에 따라 이혼을 망설이던 사람들이 주저없이 이혼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전업주부 비율이 높은 50~60대 여성 장·노년층의 황혼이혼 청구가 기존 증가세에 더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결혼생활 20년 이상 된 부부들이 헤어지는 황혼이혼은 지금까지 가장 높은 이혼율을 기록해 왔던 신혼이혼을 지난해 추월했다. 황혼이혼은 1990년 5.2%에서 2013년 28.1%로 5배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자녀와 주위 시선 등의 이유로 참고 살았던 아내가 노년에 들어서야 이혼을 요구하는 이유를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늘어난 기대수명에서 찾는다. 이혼 이후 경제력을 고려한 것도 큰 요인으로 보인다.
이혼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재산분할시 무조건 50%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결혼생활 20년은 지나야 40~50%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별다른 직장경력 없이 전업주부로 살아오다 이혼하는 경우 분할 재산에 전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는 은퇴시기에 몰린 베이비부머(1945~65년생)의 이혼이 급증하자 황혼이혼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배경에서도 짐작된다.
재산분할은 주택과 자동차, 주식이나 예금과 같이 부부가 함께 만든 재산을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나눠 갖는 것이다. 결혼생활이 20년이 안 되면 받을 수 있는 비율이 적게 확정되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배우자의 재산도 나눌 수 없다. 국민연금은 혼인기간 중 5년만 연금을 불입하면 이혼 후 수령연령이 되어 분할 신청이 가능하다. 이혼 한 지 수십년이 지나도 60대가 돼야 청구 자격이 생긴다. 이 시기 역시 황혼이혼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퇴직금 분할도 요구할 수 있다. 결국 은퇴 시점에 맞춘 황혼이혼이 아내의 입장에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된다.
그러나 재산분할 대상의 기준을 현재 재산에서 미래 재산까지 확대한 이번 판례는 50대 중반~60대에 행해지는 황혼이혼 청구시기를 앞당길 전망이다. 대법원 판결은 퇴직금에 한정돼 있지만 이번 판례는 부부가 함께 일군 어떤 형태의 재산도 미래의 가치를 현재 재산에 포함시킬 정당성을 확보한 선례로 남기 때문이다. 총액을 알 수 없어 일시금 분할이 어려운 퇴직 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에서 비껴가지 못한다.
최근 전업주부의 가사노동과 양육활동의 평가폭을 넓게 인정한 판결이 계속되는 추세도 여성 노년층의 이혼결정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시절 치열한 경쟁 속에서 버티다가 은퇴 전후에 가정 해체 위기를 맞는 남성은 황혼이혼의 피해자로 보여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황혼이혼이 오랜 기간 남편의 구타와 외도, 인격비하를 참고 살아온 아내 측 요구로 이뤄진다는 여러 통계 결과를 감안하면, 황혼이혼은 남편상의 재정립을 바라는 시대적 요구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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