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통쾌한 해전 재현… 무더위 물렀거라!
‘명량’통쾌한 해전 재현… 무더위 물렀거라!
  • 김지나 기자
  • 승인 2014.08.01 13:56
  • 호수 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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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명량’‘해적’사극형 블록버스터 나란히 개봉
▲ ‘명량’은 이순신의 인간적 고뇌와 명량해전 전투신을 모두 살려냈다.
▲ 바다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조선시대, 국새를 삼킨 고래를 잡으러 간다는 내용의‘해적’.

정통 사극 느낌의‘명량’… 이순신 고뇌‧전투 신 모두 살려내
민초들의 힘 그린‘군도’… 말 타고 평원 달리는 장면 시원
가족 오락 영화‘해적’… 컴퓨터그래픽이 만든 고래 볼만


한동안 트랜스포머와 혹성탈출 등 외국 블록버스터 영화가 극장가를 채우더니 이번엔 한국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그것도 사극풍 블록버스터 3편이다.
‘군도 : 민란의 시대’ ‘명량’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으로 각각 하정우와 강동원, 최민식과 류승룡, 손예진과 김남길 등 연기력과 대중성을 인정받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개봉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세 편 모두 사극형 한국 블록버스터로 비슷한 듯 보이지만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다.
7월 30일 개봉한 ‘명량’은 묵직한 정통 사극 느낌이다.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최민식은 “그 분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장군의 진심과 내면에 다가가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말 할 만큼 배우들은 등장인물의 장엄함을 살리려 노력했다.
명량은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워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한산도‧명량‧노량해전) 중 하나인 명량해전을 다룬 영화다.
제작진은 “하나의 교과서적인 작품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말에 따라 세트와 소품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였다. 조선의 전투선을 재현하기 위해 전국의 판옥선(조선시대 대표적 전투선)을 직접 답사하고 일본의 안택선(일본 수군의 주력함)은 일본 해양박물관과 연계해 도면을 직접 그려서 검증을 받는 식으로 진행했다. 왜군 용병 구루지마 역의 류승룡이 입은 갑옷 한 벌은 2800만원, 이번 영화에 쓰인 가발 비용만 8000여만원이 들었다.
역사적 해전인 만큼 액션 장면도 놓칠 수 없다. 명량은 세 영화 중에서 허구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리얼리티를 가장 잘 살려낸 액션을 구사했다. 때문에 인물의 내면과 처절함을 더욱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정통 사극의 웅장함과 당시의 급박함, 급박한 상황에서도 한 나라의 장수로서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이순신의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영화 시작부터 중반부까지는 모두가 불가하다는 전투를 결심하기까지의 이순신의 인간적 고뇌를, 후반부에는 투박하고 정직한 전투 신을 그리고 있어 스토리의 빠른 전개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군도 :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는 탐관오리와 민중의 대립을 그렸다. 때는 조선후기 철종 13년. 어린 나이에 즉위한 왕 대신 대왕대비가 수렴정치를 하면서 정치 혼란기를 맞는다. 이 틈을 타 탐관오리들은 각종 세금으로 백성의 허리를 휘어지게 하고 이를 견디다 못한 민초들은 결기하며 일어난다. 이른바 진주민란이다.
이를 배경으로 하는 군도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조선 후기 대표적인 의적 ‘추설’의 이야기를 따왔지만 리얼리티보다는 사극 형식의 활극으로 보는 맛을 살렸다. 추설은 의적의 시조 홍길동의 후예를 자처하며 관에서 빼앗은 재물을 굶주린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전해진다.
영화는 빌려준 곡식의 몇 배를 취하는 부패한 대부호에 맞서 싸우는 백성의 모습을 담았다. 무엇보다 민초의 상징 ‘도치’ 하정우와 탐관오리의 표본 ‘조윤’ 강동원의 현란한 검술, 배우들의 박진감 넘치는 연기가 내내 눈을 사로잡는다. 권선징악의 단출한 메시지가 주는 지루함은 배우들의 매끄럽고 풍성한 활극 액션으로 반감된다.
이에 더해 서자 출생의 서러움을 가슴에 묻고 자란 ‘상처 입은 악역’ 캐릭터 조윤과 가족을 잃은 힘없는 백성이지만 뛰어난 검술을 연마해 복수하는 도치를 비롯해 땡추(이경영), 태기(조진웅), 마향(윤지혜) 등 매력 넘치는 조연 캐릭터들의 향연도 돋보인다.
말을 타고 평원을 달리는 등 마치 서부극을 떠올리게 하는 슬로우 모션 장면과 음악은 극적 분위기를 살리는 또 하나의 요소다.
중국 무협 영화나 영웅 이야기, 화려한 액션물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속 시원한 검술 액션을 감상할 수 있는 군도가 제격이다. 지난 7월 23일 개봉했다.
‘해적’은 앞선 두 영화에 비해 한층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가족 오락 영화다.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가 국새를 삼켜 해적과 산적, 개국세력이 고래(국새)를 찾아 나선다는 모험담이다.
대마도 앞바다에서 해적 5000명과 싸웠다는 해적단 우두머리 ‘여월’ 손예진은 우아한 액션 연기를, 이름만 들어도 울던 아기도 경기를 일으킨다는 송악산 산적 김남길은 ‘멍’한 코믹연기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가 앞세운 관람 포인트는 시종일관 유머코드다. 심각한 멀미로 해적단에서 산적단으로 이직한 ‘철봉’ 역을 맡은 유해진은 ‘속사포’ 입담을 자랑하며 이번에도 특유의 코믹 연기를 선보여 등장 때마다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유해진은 바다로 나가기 전, 동료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한다. “바다수영이라는 것은 말이야 민물 수영이랑은 확연히 틀려. ‘음~파, 음~파’ 이것만 기억하면 되는 겨. 등신마냥 ‘파~음’하면 뒤지는 겨.”
선정성이나 리얼리티와 거리가 멀지만 영상미를 살린 화려한 액션과 예고편에 등장하는 완성도 높은 고래의 CG(Computer Graphics, 컴퓨터 그래픽) 등 볼거리가 풍성해 ‘한국판 캐리비언의 해적’으로 불리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고릴라의 털을 정교하게 구현한 영화 ‘미스터 고’의 CG 팀이 참여해 고래와 여월과의 교감을 아름답게 그려내 특히 가족 단위의 관람객에게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바다와 고래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조선시대, 특히나 바다와는 거리가 멀었던 산적 패거리의 유쾌한 상상이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졌다. 퓨전 사극의 유쾌함을 원한다면 ‘해적’을 택하자. 8월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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