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 가구 250만, 영유아 업계 ‘큰 손’ 부상
조부모 가구 250만, 영유아 업계 ‘큰 손’ 부상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4.08.22 11:18
  • 호수 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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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매장서‘시니어 육아족’구매 러시
▲ 광주신세계백화점 유아용품 매장에서 한 여성 어르신이 유아의류를 보고 있다.

구매력 갖춘 베이비붐 세대, 손주 위해 지갑 열어
업계, 맞춤 상품 선봬… 포대기·면 기저귀 재등장


자녀 대신 손주손녀의 육아를 전담하거나 돕는 ‘시니어 육아족’이 영유아 관련 업계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맞벌이 주부인 딸 대신 2년째 손주를 돌보고 있는 김 모(여·61)씨. 육아 초기에는 오랜만의 육아에 애를 먹기도 했으나 이젠 능숙하게 손주의 뒤치다꺼리를 해낸다. 그간 몸이 적응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새 등장하고 있는 고령 육아족 맞춤 용품으로 고된 육아가 한결 수월해졌다.
이 제품들은 일반 제품군 평균가보다 다소 높은 가격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김 모씨는 “손주를 위한 투자이기에 전혀 아깝지 않다”고 귀띔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맞벌이 하는 510만 가구 중 절반에 가까운 250만 가구가 육아를 조부모에게 맡기고 있다. 육아를 담당하는 조부모 중 상당수가 50대 중·후반 이상의 베이비부머 세대에 속한다. 이들은 이미 자녀를 키운 경험과 더불어 시간적·경제적 안정까지 갖춘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녀를 위해 지갑을 여는데 별다른 거리낌이 없는 편이다.
올해 2월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베이비 페어’(임신·출산·유아교육 박람회)가 이런 현상에 대한 단면을 보여줬다. 이번 행사에는 전년에 비해 유난히 50대 이상 연령대의 방문이 잦았다. 박람회 주관 업체 ‘베이비 페어’에 따르면 행사 관람객 중 50대 이상이 전체 7.2%를 차지했다. 2011년 3.4%였던 50대 이상 관람객 비중이 3년 만에 2.1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물건을 구경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시연해보는 등 육아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렇듯 높은 구매력을 지닌 시니어 육아족. 이들은 업계 관계자들에게 ‘할빠’(할아버지+아빠) ‘할마’(할머니+엄마)라고 불리며 새 우량 고객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광주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영유아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60대 이상 고객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해 2~3%대 증가를 거듭하고 있다. 또 올해 1~4월 영유아 관련 상품 판매 분석결과 60대 이상의 고령고객 구매율이 전년대비 16% 급신장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의 50대 이상 육아용품 구매도 매년 5~10%씩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인 40~50%를 차지했다. 이 연령대의 매출 증가율은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이 가장 높은 30~40대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니어 육아족의 구매 러시는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온라인 매장까지 이어졌다. 이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IT기기 사용에 큰 거부감 없는 베이비붐 세대가 값싸고 좋은 제품을 찾아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은 올해 초부터 지난 5월 8일까지 50~60대 연령층의 이유식 상품 구매가 작년 동기보다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시니어 육아족은 수입제품 구매에도 적극성을 띤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병 이유식 판매가 25% 늘었으며, 젖먹이를 위한 초유와 유산균 제품의 구매도 135%나 신장됐다.
인터넷 서점가에도 시니어 육아족의 영향력이 뻗쳤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인터파크 도서’의 60대 이상 베스트셀러 부분 1위를 차지한 것은 ‘할머니의 꽤 괜찮은 육아’ ‘하빠의 육아일기’ 같은 시니어 육아 관련 서적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영유아 업계는 시니어 육아족의 기호를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대거 선뵀다.
우선 시니어 육아족의 신체적 불편을 감소시켜줄 상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눈금 대신 색깔로 적정 모유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젖병, 접고 펴는 동작이 간편한 원터치 유모차, 허리를 굽히는 번거로움 없이 아이를 씻길 수 있는 받침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들은 효율적이고 편리해 현재 시니어 육아족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더해 몇 년 전만해도 자취를 감춘 것 같았던 포대기, 면 기저귀 등이 재등장하기도 했다.
시니어 육아족을 위한 서비스도 강화되고 다양해졌다. 최근 육아용품 원스톱 쇼핑 시스템을 갖춘 매장을 비롯해 영유아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는 ‘키즈카페’ 등이 전국 백화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일부 백화점은 영유아 매장 직원을 대상으로 시니어 육아족 응대 관련 전문 교육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롯데백화점 서비스 아카데미 이동혁 대리는 “시니어 육아족 분들은 대부분 육아를 경험했던 분들로, 직원들에게 최대한 자신의 의견을 누르고 그분들의 육아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도움을 드리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꾸준히 증가했고, 앞으로 증가될 시니어 육아족을 위한 서비스는 앞으로 더욱 세분화되고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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