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까지 어떻게 사느냐… 끝까지 현역으로 남는 게 최선”
“100세까지 어떻게 사느냐… 끝까지 현역으로 남는 게 최선”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09.05 14:11
  • 호수 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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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설계 전문가’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

“재수 없으면 120세까지 산다는 말이 있어요. 그러나 5가지 리스크를 조심하면 노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노후설계 전문가’ 강창희(67)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의 말이다. 강 대표는 현대투자신탁운용 등 2곳의 투신사 대표와 미래에셋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40여년을 금융계에서 일했다. 그는 10여년 간 생애설계와 자산운용을 주제로 약 3000회의 강연을 해온 이 분야의 베테랑이기도 하다. 지난 9월 초 어느 날, 여의도 KTB빌딩 10층에서 강 대표를 만나 100세시대를 대비한 노후설계에 대해 들었다.

-100세시대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1945년 해방둥이(만 69세)들은 남자는 4명 중 1명, 여자는 3명 중 하나가 100세를 돌파한다고 해요. 현재 환갑을 넘은 분들은 100세를 염두에 두고 노후 설계를 해야 합니다. 60세에 정년하고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밥 먹고 씻고 자는 시간을 빼면 8만 시간이란 계산이 나와요. 이 시간은 젊었을 적 회사에서 일한 시간과 비슷해요. 이 많은 시간을 뭘 먹고 뭘 하고 사느냐가 가장 큰 화두입니다.”

-5가지 리스크는 무언가.
“100세까지 살 경우 필요한 돈이 10억이니 7억이니 하는 소리를 하지만 현실적으로 퇴직할 때 그만한 돈을 가지고 나오는 이가 얼마나 되겠어요. 돈이 많든 적든 5가지 리스크에 빠지지 않으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첫째는 장수리스크이다. 인류 역사상 100세시대를 처음 맞는 이유로 누구나 준비가 돼 있지 않다. 80세까지만 먹고살 계획을 세우고 나머지 20년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삶의 방식을 공부-취업-공부-재취업으로 바꾸어야 한다”며 “죽는 순간까지 현역으로 남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40~50대도 퇴출되는 현실에 비추어 가능이나 한 말인가.
“1975년 일본에 연수 받으러 갔을 때 거리에 노인이 많은 걸 보고 속으로 놀랐어요. 당시 일본의 노인인구가 8%였어요. 우리나라(11%) 지금 상황이 그렇습니다. 그때 전직 초등학교 교장, CEO들이 빌딩 경비·청소 같은 허드렛일을 하는 걸 봤어요. 눈높이를 낮추면 됩니다. 한 달에 50만원만 받아도 은행에 2억원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것과 같아요.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선진국은 취미활동도 하고 봉사도 하면서 조금의 돈벌이가 가능한 일이 많아요. 그런 일자리를 주는 NPO(Non-Profit Organization·민간비영리단체)가 200만개나 됩니다. 집이 없는 이들에게 무료로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같은 게 대표적이지요. 우리도 그런 단체가 많아야 합니다.”
두 번째 리스크는 ‘건강’이다. 건강관리를 아무리 잘한다 해도 DNA 문제로 암에 걸릴 수가 있다.
강 대표는 “생명보험 하나는 꼭 들어두고 다른 얘기를 해야 한다”며 “10여년 전 아내가 직장암에 걸려 고생했고 아내가 낫자 이어서 내가 콩팥에 암이 생겨 보험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털어놓았다.
세 번째는 자녀리스크이다. 일본의 ‘고령사회백서 2011년판’에 노후 주요 수입원으로서 자녀 도움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가 나와 있다. 한국·미국·일본·독일이 각각 30.1%, 0.7%, 1.9%, 0.4% 등이다. 이는 더 이상 자녀의 도움이 노후의 수입원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강 대표는 “이에 대한 대처는 3층 연금+즉시연금이다”고 말했다.
“금융 쪽에서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3층 연금’이라고 해요. 물론 우리나라 대부분 노인들은 이런 연금에도 해당사항이 적을 겁니다. 목돈을 넣고 예치기간 지난 후 매달 일정액을 받는 ‘즉시연금’도 방법이지요.”
네 번째는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 리스크이다. 우리나라 60대 이상 가정의 자산은 85%가 부동산이다. 미국·독일 등 선진국은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이 3대7이다. 이를 선진국처럼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동산 얘기만 나오면 감정적이 된다”며 “국내 합계 출산률 1.13명(2013년)시대에 외동아들과 외동딸이 결혼해 양가 부모로부터 집을 한 채씩 물려받아 장기적으로 주택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과 주식은 언제라도 반으로 떨어질 수 있어요. 1988년 대우증권 도쿄지점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한 일본친구가 ‘황궁이 있는 도쿄의 지오다쿠 지역을 팔면 캐나다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을 했어요. 그렇게 비쌌던 그 지역 땅값이 10분의 1, 5분의 1로 떨어졌습니다.”

-집을 사지 말라는 말인가.
“가난했던 시절 집 없는 설움을 겪었던 우리들은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장만하겠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어요. 실제로 과거에는 집은 사두면 올랐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될까요. 주택 보급율은 이미 100%를 넘어섰어요. 건설업체 사장들 세 명과 식사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나온 말이 ‘아파트는 아니다, 임대주택 건설이 핵심 비즈니스다’였어요. 대형고층아파트는 노인에게 가난과 고독사를 상징합니다. 돈을 깔고 있고(대형) 높은데서 혼자 사니 외로움 밖에 없는 거지요. 갖고 있는 집을 주택연금으로 돌려놓는 게 좋아요.”

-전세 얻기 힘든데.
“일본에서 공부하던 시절 아파트를 월세로 빌려 살았어요. 집주인이 과자를 한봉지씩 사들고 와 무릎을 꿇고 집세를 받아가는 겁니다. 집을 빌리려는 사람의 권리가 점점 강해집니다. 우리나라만큼 집주인의 권리가 강한 나라도 없어요. 임대주택공급이 계속 늘어나면 집주인 또한 지금처럼 위세를 부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랬다간 세를 놓기가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저금리 인플레리스크이다. 요즘 금리가 2%대이지만 조만간 제로금리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인플레가 진행된다는 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연 3%의 인플레가 25년간 계속된다면 지금 100만원의 가치는 그때 가서 약 48만원 즉,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노후에 대비해 오랫동안 가입해온 연금·저축자금이 이런 식으로 줄어든다면 후반 인생은 그만큼 힘들어진다.
강 대표는 “펀드·변액보험·변액연금과 같은 투자 상품에 일정 부분의 자산을 운용하여 고수익을 내지 않으면 노후대비가 어렵다”며 “그런 이유로 투자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나와 일본 도시샤(同志社) 대학·대학원에서 증권시장론을 전공했다. 대우증권 상무, 현대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굿모닝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미래에셋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당신의 노후는 당신의 부모와 다르다’등 10여권이 있다.

-강연 때마다 하는 얘기는.
“위에 언급한 5가지 리스크를 말해줍니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절약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천에 옮기게 하는 게 내 강연의 핵심입니다. (강연을)10년 쯤 하니까 목사님 설교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200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설교 주제가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국 노후 설계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거지요.”

-노후설계에‘한방’은 없다는 말인가.
“그런 셈이지요. 그게 있다면 누구에게나 빈곤한 노후는 없을 테니까요.”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얼마 전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강연을 했어요. 한 사람이 ‘이런 교육을 10년 전 마누라하고 같이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낼 모레 퇴직인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노후는 부부가 같이 하는 건데 아내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이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게 보람이지요.”

-본인은 실제로 어떻게 노후대비를 하나.
“80세까지 집을 나서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건강을 유지하고 원만한 가정을 이루고 보람을 찾기 위해서지요. 그리고 재산의 절반이상은 부동산이 되지 않도록 합니다. 금융 재산이 100원이 있다고 쳐요. 40원은 투자 상품에 넣고, 60원은 원금 손해 안보는 데에 넣습니다.”

-원금 손해 안보는 데라면.
“CMA(단기금융상품)나 기간이 긴 국채 같은 거지요. 보험사·증권사에 물어보면 안내해 줍니다.”

-어떤 투자 상품을 사야 하는가.
“펀드라는 상품은 기본적으로 종목을 분산시켜주는 것인데 적립식펀드는 여기에 시간까지 분산시켜주니까 중장기적으로 운용하면 이보다 좋은 상품은 없다고 봐요. 단, 잘 운용하는 회사를 찾아야 합니다.”

-많은 노인이 주식을 한다.
“리스크가 높은 건 안 됩니다. 주머니를 세 개로 나누어야 해요. 하나는 생계형 주머니로 꼭 필요한 돈은 예금이나 원금 보장이 되는 것에 넣고요, 두 번째 자산형성주머니는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펀드에 넣어 깨져도 많이 안 깨지는 것에다 넣어야 합니다. 나머지 10%의 돈으로 오락용 주머니, 투기 주머니를 만들어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거지요. 이건 치매 방지에도 좋고 스릴을 느끼니까 재미도 있고 그렇지요.”
강창희 대표는 노후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역으로 남는 것’이라며 재차 일하는 노년을 강조했다. 강 대표는 “과거 부부가 같이 있는 시간은 1.4년이었지만 앞으로는 20년 이상 될 것이다”며 “은퇴 후 가장 좋은 남편은 요리 잘하는 남편이 아니라 ‘집에 없는 남편’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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