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이지밸브 김예애 사장
벤처기업 이지밸브 김예애 사장
  • 박영선
  • 승인 2007.04.20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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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인생 2막 열어”

설거지때 물낭비 아까워 수도장치 개발
작은일이라도 스스로 찾으려 노력해야

 

서울 종로구 종로4가에 위치한 한 빌딩.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계단을 걸어서 6층에 오르니 ‘이지밸브’라는 조그만 회사 간판이 눈에 보인다.

 

젊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사장실에 들어가니 얼굴 가득 화사한 미소를 머금은 한 할머니가 기자를 맞았다. 바로 할머니 발명가로 유명한 ‘이지밸브’의 김예애(78·사진) 사장이다.

 

김예애 사장이 지난 2002년 설립 한 벤처기업 이지밸브는 발로 조작하는 수도 장치를 만드는 회사다. 그가 이 회사를 설립한 것은 발로 밟아 물 양을 조절하는 주방개수대용 수도 장치를 발명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 사장은 “수십년 동안 설거지를 하면서 물이 너무 많이 낭비되는 것이 아까워 ‘어떻게 하면 물을 아낄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그 방법으로 생각해 낸 것이 발로 페달을 밟아 필요할 때만 물이 나오도록 하는 수도 장치의 개발 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금형이나 기계 분야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게 없었기 때문.

 

김 사장은 대학 교수, 기계 전문가, 수도 기술자 등 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하고 정보를 얻었다. 이렇게 발로 뛰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결국 수도 장치 발명에 성공했고 특허까지 받았다.

 

김 사장은 “당시 주위에서는 ‘늙어서 주책이다’ ‘나이 들었으면 쉬지 무슨 그런 일을 하느냐’며 극구 말렸지만,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개발된 제품은 각종 박람회와 발명진흥회 등에서 호응을 받았지만, 제품의 실제 판매는 개발보다 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고 한다.

 

“영업을 하려고 거래처에 들어가면 ‘할머니가 무슨 개발을 하고 제품을 만드느냐’며 무시도 많이 받았고, 아예 만나주지도 않는 곳이 허다했다”는 것.

 

하지만 김 사장은 그럴수록 더욱 이를 악물고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제품의 성능을 알렸고, 지난해부터 조금씩 판로가 열리고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은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10여년간 교편을 잡았고, 그 후 잡지사와 신문사 등에서 근무했다. 1980년대에는 자수공장을 차려 30여년간 운영해 돈도 꽤 벌었다. 이렇게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그는 칠순이 되던 해 일에서 은퇴하기로 마음먹었었다.

 

‘이제 그만 편안히 쉬시라’라는 아들과 며느리의 권유도 있었지만, 김 사장 자신도 이제는 일에서 은퇴해 여유롭고 편안하게 노후를 즐겨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물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샘솟는 아이디어, 그리고 타고난 사업가 기질은 그를 3년여만에 다시 가정 밖으로 이끌어 냈다.

 

김 사장은 “60~70대는 인생의 노하우가 가장 완숙한 시기로 젊었을 때보다 더 많은 일들을 이뤄낼 수 있다”며 “사회에서 도와주지 않는다고 스스로 주저앉을 것이 아니라,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찾으려 노력하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말했다.

 

최근 세면대와 샤워기에 적합한 절수기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는 그는 “돈을 벌겠다는 것 보다는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절수 장치를 개발하고 싶은 생각이 더 많다”면서 “제품 개발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기업체 사장으로서 남은 생애를 사회에 기여하며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선 기자 dreamsu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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