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년생활] ‘해피 실버’ 나이는 숫자에 불과
[활기찬 노년생활] ‘해피 실버’ 나이는 숫자에 불과
  • 박영선
  • 승인 2007.04.20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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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도 내레이터 모델 할 수 있어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 꽃피울날 온다
운동하고 돈도 벌고 마음까지 밝아져

 

음식점 개업을 알리는 플래카드, 색색의 풍선과 장식물로 두 눈을 뗄 수 없는 즐겁고 화려한 내레이터 모델 행사 현장!

 

‘랄라라~랄라~’ 춤 되고, 노래되고, 목소리 되는, 평균 나이 24세의 젊은 내레이터 모델들이 실력행사를 하며 쭉쭉빵빵 몸매를 뽐내고 있는 생동감 넘치는 현장에서 당당하게 도전장을 펼치고 있는 할머니가 있었다.

 

주인공은 70세의 채청자 할머니. 옷차림이나 발놀림, 손놀림 어느 하나 젊은 미녀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핑클’의 맏언니라고 할까,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나이가 알려지자 행인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며 다가와서 묻는다.

 

“진짜 연세가 70세예요?”

 

70세의 고령임에도 바다의 생선처럼 활기가 흘러넘치는 모습에 행인들은 오히려 젊은 모델들보다 더 큰 관심을 갖는다.

 

‘할머니는 체력이 안 될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깨고 과감하게 채 할머니를 내레이터 모델로 기용한 가게 주인은 몰려드는 행인들로 싱글벙글 웃음꽃이 피었다. 채 할머니 덕분에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며 매출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채 할머니의 내레이터 모델 경력은 2년. 그 전엔 자신이 이런 파격적인 변신을 할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남편이 죽고 나자 한동안 실의에 빠져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었어요. 밥도 먹기 싫고 기운도 없고 세상도 살기 싫고. 그러다가 자식들의 권유로 복지관에 나가게 됐는데, 거기서 춤을 배우면서 실버 내레이터 모델을 뽑는다기에 나서 봤지요.”

 

아직 기운이 팔팔한 채 할머니지만, 노령은 노령인지라 자신을 제외한 3명의 실버 내레이터 모델 할머니들과 한조가 되어 행사를 치른다.

 

즉 4인1조가 되어 다리가 아플 것 같으면 적당한 시간에 교대를 하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바통 터치를 한다. 이렇게 하면 몸에 큰 부담 없이 1주일에 서너 차례 행사를 치를 수 있다고.

 

채 할머니는 “운동도 하고 돈도 벌고 마음도 밝게 가질 수 있어 여간 좋은 것이 아니다”라며 “새로 맞은 인생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내과 의사 출신으로 ‘사랑하고 사랑받자’ ‘시작하자’ ‘견디자’ 등의 ‘신노인 운동’을 전개하며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펼친 바 있는 일본인 히노하라 시게아키씨는 사람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재능이 많이 숨어있다고 한다.

 

“비록 나이가 들었어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재능을 꽃피울 날이 찾아온다”며 “도전하는 습관을 익혀둔다면 새로운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많아진다. 평생에 하나가 아니라, 수없이 많은 멋진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날 행사 현장을 지켜본 40대 샐러리맨 정중화씨는 “채 할머니처럼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저토록 즐겁고 표정이 풍부할까?’ 싶은 노인을 만나면 다시 쳐다봐 진다”고 한다.

 

호기심과 흥미는 대체로 젊음의 상징인데 고령임에도 새로운 일에 흥미를 가지고 배우는 노년층을 만나면 ‘늙음’이란 나이로만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

 

그런 면에서 언제까지나 젊음을 간직하고 싶은 노년층이 있다면 ‘도전정신’을 잊지 말라는 히노하라 시게아키씨의 당부를 되새겨 볼만하다.

 

장옥경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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