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은 경제에 밝은 장희빈 조언 듣고 화폐 유통시켜 성공한 CEO”
“숙종은 경제에 밝은 장희빈 조언 듣고 화폐 유통시켜 성공한 CEO”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10.24 14:04
  • 호수 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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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경제대왕 숙종’ 펴낸 정기인 한양대 명예교수

고엽제 후유증으로 건강 잃자 의학책 수백 권 읽어 건강 강연하기도
73세에 소설가로 데뷔… 氣를 접목시킨 골프 책도 베스트셀러에 올라

오지랖이 넓은 교수가 있다. 원로 경제학자 정기인(73) 한양대 명예교수를 말한다. 정 명예교수의 명함에는 통일미래연구원장, 한국CEO건강포럼 회장, 기(氣)건강, 기(氣)골프라고 씌어 있다. 교수직 외에 서너 가지 일을 동시에 해왔다는 뜻이다. 최근에 덤이 하나 붙었다. 소설가로 데뷔한 것이다. 그것도 상·하 두 권, 700여쪽에 달하는 역사소설 ‘경제대왕 숙종’(매경출판)을 펴냈다. 정 교수는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와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하고 한양대에서 25년여 국제통상론과 상사중재론(商事仲裁論) 등을 강의했다. 해병대 보병중위로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고엽제 후유증으로 건강을 잃고 죽음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10월 말, TV 언론사 등과 인터뷰로 정신없이 바쁜 정 교수를 충무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남들보다 많은 일들을 벌였다.
“사람의 일생은 정해져 있어요. 한 가지 일을 하는 사람보다 5가지 일을 하는 사람은 5가지 인생을 사는 것과 같아요.”

-소설은 어떻게 쓰게 됐나.
“헤밍웨이(미국 작가)처럼 소설가가 되고 싶어 영문학도가 됐지만 베트남 참전 등 뜻하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작가의 길에서 멀어졌어요. 가족 부양에서 벗어나 이제부터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해요.”

-사전 작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
“8년 동안 조선왕조실록·승정원 일기 등 수많은 사료를 뒤적이며 자료를 모았어요. 한문 선생을 모셔다가 공부하며 옛 문헌들을 읽었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한문을 배우지 않은 게 정말 후회되더라고요.”

-어떤 내용의 소설인가.
“경제역사대하소설입니다. 지금까지의 역사소설들은 주로 권력투쟁과 음모술수, 전쟁 등을 다뤘지 국가의 경제정책을 소재로 한 소설은 거의 없어요. 초기자본주의가 도입된 숙종시대의 거시경제자료들을 발굴해 창작한 겁니다.”

-왜 숙종인가.
“처음엔 누구나 아는 세종에 대한 소설을 쓰려고 여러 문헌을 찾아보았지만 결국 세종은 ‘문화대왕’이더라고요. 농업 분야 외에는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했어요. 전공이 경제학이기도 해서 숙종(1661~1720)으로 눈을 돌렸지요. 숙종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조국 근대화와 경제개발에 몰두해 경제대국으로 일궈낸 경제대왕이었어요.”

-첨 듣는 소리다.
“숙종하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장희빈에 휘둘려 정사를 망치는 플레이보이로 묘사되고 있지만 그건 후세의 정적들이 중상 모략한 겁니다. 실제 숙종은 화폐(상평통보)를 통용시켜 저축과 투자, 생산·고용·소비의 선순환을 일으킨 왕입니다. 숙종 때 전국에 장이 1000여개 생겨났고, 장 하나에 일자리 1500여개가 만들어졌어요. 당시 인구 680여만명 가운데 300여만명이 직업을 갖게 되면서 세금이 들어오고 나라가 부강해졌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들이 가능했는가.
“장희빈(본명 장옥정·1659~1701) 덕이에요. 장희빈의 경제 마인드가 숙종으로 하여금 경제 정책을 펴게 한 거죠. 장옥정은 칠패시장(현 남대문시장)에서 역관 출신의 인삼·비단·무기중개역을 하던 장현이란 사람의 가게에서 일하며 상업의 기본을 익혔고, 일본·중국의 새로운 문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장현은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간 봉림대군을 호위했던 인물이에요. 봉림대군이 나중에 효종이 되자 덩달아 권력 핵심에 접근해 영의정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람의 소개로 장옥정은 숙종의 비로 궁에 들어가게 됩니다. 장사 경험으로 화폐의 경제 기능을 알고 있었던 장옥정은 숙종에게 화폐 통용을 적극 권합니다.”

-그 전에는 왜 화폐 통용이 안됐는가.
“사대부 등 귀족들 때문이지요. 당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쌀이었어요. 사대부들은 백성들이 농사지어 갖다 바치는 쌀로 풍족하게 지냈어요. 쌀 대신 화폐가 통용되면 쌀은 상품으로 전락해버리고, 화폐를 소유한 상인들이 헤게모니를 잡게 되니까 송시열 같은 대학자를 비롯해 사대부들이 화폐 통용을 반대한 겁니다. 조선시대 사대부는 백성이나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나라를 망치게 했어요.”

-소설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현실에 안주해 멈추면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올바른 미래를 보고 계속 전진해야 합니다. 조선의 대신들은 수백년간 움직이지 않았어요. 청나라에 조공을 바치고 청나라의 안보 우산 아래서 자주국방할 필요도 없었지요. 오늘날도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 자주국방을 제대로 못하고 있잖아요. 청나라가 조선에서 손을 떼자 바로 일본에 먹힌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지금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주변국이 한국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도록 힘을 길러야 합니다.”

-통일미래연구원은 무얼하는 곳인가?
“통일 이후를 대비하지 않은 채 통일 되면 우리나라는 알거지가 됩니다. 통일 이후에 벌어질 경제·산업·교육 등 각 분야를 연구할 필요가 있어서 사단법인을 만들었어요. 통일에 관심 있는 학자, 정치인 10여명이 통일을 대비해 연구를 하고 있어요.”

-한국CEO건강포럼은?
“평소 대기업 총수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어요. 대부분이 사업에 전념하느라 건강이 별로 좋지 않더라고요. 건강을 잃으면 사업도 망칩니다. 한달에 한 번 모여서 건강을 주제로 강연도 하고 토론도 벌이곤 합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1960년대 말 유학 가려면 군대를 다녀와야 했어요. 유학 선배들이 병역 기피로 귀국을 하지 않자 박정희 대통령이 내린 특단의 조치였지요. 그 무렵 정부에서 파병을 밝히지 않은 채 해병대 모병을 해 지원했어요. 저 같은 케이스가 많아 우리 기수에 유난히 서울대·연세대 등 학력 좋은 이들이 많았어요. 베트남전에 참전(1966~1968) 했다가 고엽제를 많이 들이마셔 귀국 후에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어요.”

-증세가 어땠는가.
“소화가 안 되고 잇몸이 짓무르고 눈도 아프고 코에서 누런 물이 흘러내렸어요. 체중이 막 줄어 피골이 상접했지요. 농약을 마셨을 경우 위세척하면 다 살아요. 그렇지만 고엽제, 제초제 먹으면 천하없어도 다 죽어요. 수은·납 등 다이옥신은 몸속에 들어가면 나오지를 않아요.”

-국가에서 치료해주지 않았나.
“당시엔 고엽제 때문이라는 것도 몰랐었지요. 우리나라 최고 대학병원, 최고의사를 다 찾아다니며 내 돈으로 고쳤어요. 제가 건강 강연도 합니다. 나부터 살기 위해 민간요법 등 의학책 수백권을 읽은 결과에요.”

-어떻게 회복했나.
“주위에서 단전호흡을 권해 40여년 했더니 많이 호전됐어요. 단식도 수차례 했고요. 요즘 하는 단식, 그거 다 가짜에요. 30분마다 생수마시며 5일짜리, 일주일짜리, 10일짜리 등을 했어요. 단식 제대로 하면 몸의 노폐물이 다 빠져나가요. 내 경우 고엽제로 시커멓던 피부도 도로 깨끗해지더라고요. 말 그대로 환골탈태이지요.”

-기(氣)골프는 무슨 말인가.
“골프를 하면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어요. 주위에 골프를 10년, 20년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이가 많아요. 그건 스윙할 때 기를 써야 하는데 용을 써서 그래요. 온몸에 힘을 완전히 빼고 단전에 힘을 모아 치면 공이 총알처럼 멀리 나갑니다. 그런 내용을 책으로 썼더니 책이 1만5000부나 나갔어요. 골프하는 사람들 책 죽어도 안 읽어요. 주위에서 그 부수라면 일반 책 1백만권 팔린 것과 같다는 말까지 해요.”

-100세시대를 건강하게 살기 위한 비결이라면.
“소설에 소개된 ‘장희빈 건강법’이라는 게 있어요. 숙종이 14세에 왕이 돼 스무 살까지 맨날 아팠어요. 비실대는 왕을 바꾸려고 역모도 자주 일어났지요. 그러다 장희빈을 만나면서 숙종이 건강을 되찾고 60세 사망하기까지 정력적으로 일을 많이 합니다.”

-‘장희빈 건강법’이라고.
“세 가지에요. 장희빈은 시장에서 일본·중국 상인으로부터 주워들은 얘기가 많아 방중술을 익히 알고 있었어요. 첫 번째는 ‘다접불사(多接不射·여러 번 교접하되 사정하지 말라)’. 이걸 숙종에게 적용하자 허리가 꼿꼿해지고 눈에서 광채가 나더랍니다. 두 번째는 치아관리입니다.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 발달로 수명이 길어졌다고 하지요. 사실은 임플란트 덕분입니다. 이만 튼튼하면 누구나 100세를 넘겨요.”

-이가 거의 없는 이가 20개 남아있는 이보다 치매 걸릴 확률이 2배 높다(일본 후생노동성 연구팀 조사)고도 한다.
“맞는 소리에요. 호랑이 수명이 11년이라고 하는데 그게 이빨이 빠져서 그런 겁니다. 장희빈은 치아를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과 함께 죽염차를 숙종에게 먹였어요. 심장을 염통이라고도 하지요. 소금 염자입니다. 짜야 해요. 장희빈은 나트륨을 제거한 죽염을 숙종에게 섭취하게 한 겁니다. 마지막으로 대장입니다. 사람들이 폐가 안좋아 건강을 잃었다는 말들을 하지만 사실은 대장 때문입니다. 변비에 걸리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가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항상 ‘변비 있어요’ 라고 묻지요. 변비는 만사 끝입니다.”

정기인 명예교수는 (사)한국중재학회 회장, 한국무역학회 고문, UN무역법위원회 정부대표단, 국무총리실 공공기술연구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전공서 외에 ‘뻔뻔해야 성공한다’ ‘절대행복’ ‘기(氣)죽은 모범생보다 기(氣)산 꼴찌가 성공한다’ 등 다소 엉뚱한 제목의 책도 펴냈다. 장 교수는 ‘뻔뻔해야…’란 책을 통해 “1000여명의 CEO를 조사한 결과 실력이나 학력 외에 공통적으로 철면피·안면몰수·막무가내 등의 뻔뻔함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 명예교수는 “소설 ‘경제대왕 숙종’에서 장희빈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덕에 요즘 인동 장씨 후손들로부터 ‘고맙다’는 내용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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