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우디 석유 권력 싸움… 국내 기름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아
미국-사우디 석유 권력 싸움… 국내 기름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아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12.19 13:09
  • 호수 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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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연일 하락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올해 최고점을 찍은 국제유가는 연일 하강 곡선을 그리더니 12월 11일 드디어 리터당 1400원대를 받는 주유소가 등장했다. 지난 2009년 2월 이후 무려 5년만이다.
1400원대 주유소는 빠르게 늘어 일주일만인 18일 현재 전국 28곳으로 늘었고 1500원대에 파는 주유소도 3800곳이나 된다. 이달 안에 1300원대 주유소가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리터에 2000원을 주고 주유하던 때가 불과 2년 전인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란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2012년 9월 23일 휘발유값은 리터당 2083원으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기름값이 싸지는 것은 국제유가가 싸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기름의 86%를 수입해 오는 중동 두바이유는 올해 1월 배럴당 104달러에서 18일 55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더구나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들이 석유생산량을 줄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제유가는 40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30달러선, 20달러선까지 하락하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기름값 인하는 석유수출국기구가 석유시장에서 기득권을 지키려고 미국을 겨냥해 놓은 맞불작전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가 향후 2~3년 안에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산유국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자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미국은 최근 바위에 함유된 기름을 뽑아내는 기술이 좋아지면서 셰일유 및 셰일가스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셰일 가스나 기름을 생산하는 데는 배럴당 50~80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 세계 최대 석유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산유국 중 가장 낮은 배럴당 10달러에 불과하다. 결국 원유가격 인하 정책에는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미국 셰일회사를 파산시켜 셰일붐을 막겠다는 산유국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석유 시장의 현황만 보면 기름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 상승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기대만큼 유가하락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 기름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지난주 휘발유 판매가 1685.7원 중 세금이 900원이다.
휘발유를 주유했을 때 지불하는 기름값에는 항상 고정액수를 받는 교통세와 교통세의 15~26%를 매기는 교육세, 주행세, 수입부과금, 관세, 또 세후 가격의 10%인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올해 1~8월 휘발유 1리터에 부과된 세금 총액은 969.27원으로 휘발유만의 평균가격인 899.87원보다 비싸다. 휘발유 평균가격 899원에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수입부과금, 관세, 부가세 등 세금을 합하면 당시 주유소 평균판매가격인 1869원이 나온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국제유가가 오를 땐 즉시 소비자가를 올리고 내릴 땐 찔끔찔끔 내린다. 국내 정유사와 주유소는 국제유가 인하가격을 바로 반영하지 않느냐는 소비자들의 항의에 원유를 수입해 팔 때까지 걸리는 기간과 환율, 세금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오를 땐 쭉쭉 따라 올리는 이유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한 적이 없다.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은 2011년 국제휘발유값이 오른 폭보다 정유사와 주유소 모두 가격을 더 많이 올렸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 단체의 매월 분석보고서에는 SK에너지가 4대 정유사 중 주간, 연간 가장 비싸게 파는 것으로 이름을 자주 올린다. 요컨대 정부는 국민에게서 슬그머니 거둬들일 수 있는 유류세를 내리지 않고 정유사와 주유소는 인상은 로켓처럼 곧바로 따라하면서 인하는 깃털(feather)처럼 천천히 하는 ‘로켓 앤 페더’ 패턴을 고치지 않아 국제유가 인하 효과가 적은 것이다.
이런 여러 요인들을 감안하면 두바이유가 배럴당 40달러가 돼도 국내 휘발유값은 싸져봐야 리터당 1300원대란 분석이 나온다.
석유시장감시단은 기름값을 아끼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했다. 첫째, 여름에는 낮보다 밤에 주유하는 것이 이익(온도에 따라 부피 차이가 나므로) 둘째, 리터로 주문해야 정량이 들어가며 셋째, 20리터는 정량검사 기준이라 더욱 정확하다. 또 대로변이나 교차로가 아닌 곳이 좀더 저렴하며 직영주유소보다 자영주유소가 가격이 좀더 싸다. 셀프주유소,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도 기름이 저렴하다. 자주 이름을 바꾸거나 수리중이라며 영업을 하지 않는 주유소는 가짜석유 적발로 영업정지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비자가 비싼 주유소를 이용하면 그 주유소는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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