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에 진입한 베이비부머, ‘실버부머’로 불려
결정 못 내리고 갈등하는 ‘햄릿증후근’ 증가 예상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최 모(여·63)씨는 맞벌이를 하는 아들 부부의 두 자녀를 대신 돌봐주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힘들거나 피곤한 것보다 즐거움이 크다. 그 이유는 손주들을 유치원에 보낸 후 백화점 문화센터에 들러 시 창작 수업과 꽃꽂이 강좌를 듣기 때문이다. 또 최 씨는 매주 1회 이상은 백화점에 들러 옷과 화장품 등을 구매해 아낌없이 자신을 꾸민다.
1955년부터 1963년 인구 절정기에 태어나 산업화와 동시에 진행된 본격적인 소비사회의 출현과 성숙을 체험한 베이비붐 세대들을 주축으로 50대 이상의 멋쟁이 할머니들이 늘면서, 이들이 중요한 문화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최 씨 같은 ‘신세대 할머니’들을 도회적이고 세련된 할머니라는 뜻의 ‘어번 그래니’(Urban Granny)로 부르고 있다. 이들은 자식 또는 며느리와 거리를 두며 독립을 추구한다.
최근 2015년의 경향을 분석하는 책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이들 책들은 공통적으로 노인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2015년 사회, 경제, 문화계를 이끌어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전망하고 있다.
먼저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를 필두로 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15’ (미래의창)를 출간했다. 분석센터는 ‘2015년 대한민국 10대 소비트렌드’를 꼽으며 그 중 하나로 어번 그래니를 제시했다.
또한 분석센터는 어번 그래니 이외에도 ‘햄릿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이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 햄릿증후군은 세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서 나온 말로 우유부단하게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는 ‘결정장애’를 앓는 것을 말한다. 과잉의 시대, 소비자들은 선택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한다. 분석센터는 머뭇거리는 소비자는 계속 증가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개인컨설팅, 큐레이션 서비스산업이 형성될 것이라 예측했다.
‘라이프 트렌드 2015 : 가면을 쓴 사람들’(부키, 김용섭 저)에서도 달라진 노인들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스코틀랜드 독립을 무산시킨 어르신들의 활약, 20대를 추월한 60대 고용률, 200만명을 넘어선 고령 운전자 등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다음 노인’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활동적이며 사회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 외에도 책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시작된 텀블러 사용을 넘어서 이어진 ‘마이보틀’ 열풍, 쇼핑업계의 화두인 ‘쇼루밍족’(상품 선택은 매장에서 하고 실제 구매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하는 쇼핑족), 셀카열풍과 ‘셀카봉’ 등 최근 한국사회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그 현상의 의미를 짚었다.
‘핫트렌드 2015’(흐름출판, 한국트렌드연구소 핫트렌드 연구위원회 저)에서도 실버세대에 진입하는 베이비부머를 집중 조명했다. 책에서는 이들을 ‘실버부머’라 지칭하며 이들이 은퇴 직전까지 축적한 재산과 경험을 통해 사회와 문화 전반에 걸쳐 실버세대의 지위를 높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 밖에 책은 ‘N분의 1잡(job)-개인이 가진 재능‧경험‧노하우‧시간을 필요에 따라 쪼개 국내외 시장에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는 일이나 노동형태’, ‘라이프 코더-의식주에서부터 교육‧직업‧사회‧문화 등 삶과 일상을 디지털로 재창조 하는 이들’, ‘워킹 쇼핑-골목이나 거리를 다니면서 모바일을 통해 인근 매장이나 상권에 대한 정보를 즉석에서 다운로드받아 구매를 결정하는 형태의 쇼핑’, ‘미스터 네스터(Mr.Nester)-때로는 아내를 위해, 때로는 아이들을 위해, 때로는 자신의 가치 있는 삶을 위해 가정을 가꾸어가는 남성들’ 등 아직은 낯설지만 실버세대가 문화의 중심지로 이동하고 있는 경향을 제시한다.
본문에서 소개한 책 이외에도 ‘2015 한국을 뒤흔들 12가지 트렌드’(알키, KOTRA 저), ‘대전망 2015’(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머니 저), ‘빅 픽처 2015’(생각정원, 하버드 프로젝트 저) 등도 2015년의 경향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담고 있으니 참고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