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 근로자 인정… 고령자 일자리 축소 신호탄
가사도우미 근로자 인정… 고령자 일자리 축소 신호탄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5.01.23 11:18
  • 호수 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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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도우미가 정식직업으로 인정받고 4대 보험이 적용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1월 1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가사근로 공식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가사도우미도 근로기준법에 따른 노동권을 보장받게 된다. 아직까지는 가사도우미는 법적 근로자가 아니어서 정부의 공식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지만 전국적으로 약 12만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60대 어르신들도 많이 취업하고 있다.
현재 가사서비스업은 직업소개소가 수수료를 받고 가사도우미를 가정에 소개시켜 주면 가정에서 가사도우미에게 일을 맡기고 임금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가정이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하는 형태지만 가사도우미는 근로자가 아니다.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사실을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임금도 현금으로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사도우미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4대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종사자의 근로조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반면 고용주인 가정의 입장에서는 천차만별인 가서서비스의 질과 비용이 불만거리가 돼 왔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가사도우미 파견 용역업체를 육성한다고 밝혔다. 용역업체가 가사도우미를 근로자로 고용하고 가정에서 용역업체에 가사도우미를 요청하면 가정으로 파견을 보내는 형식이다. 이를 정부가 직접 인증하고, 정부인증을 받은 업체를 통해 가사도우미를 이용하는 가정은 세제혜택을 준다. 대신 직업소개소나 용역업체에 정부인증을 받도록 강요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기존 방식대로 가사도우미를 쓰는 사용자도 따로 세금을 내게 하거나 제재를 가하지는 않는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정부는 가사서비스 쿠폰을 발급한다. 소비자는 정부인증을 받은 용역업체에 가사도우미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고, 정부가 발급한 쿠폰을 사서 이를 용역업체에 지급하면 된다. 가사도우미의 임금은 용역업체가 준다.
정부는 직업소개소 등 기존 업체에 가사서비스 인증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정부인증을 신뢰하는 통념상 소비자는 인증업체를 통해 가사도우미를 쓸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수익이 줄어든 기존 업체들은 자연히 정부인증을 받으려 할 것이고, 인증업체가 점차 늘어나면 그간 감춰졌던 가사서비스 산업의 규모가 전면에 드러나게 된다.
경기침체와 실질소득 감소로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가사도우미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고령화에 따른 독거노인의 증가도 수요증가의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맞벌이로 가사와 육아부담이 큰 가정에 어르신들이 가사도우미로 취업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비영리단체는 물론이고 대기업들도 가사도우미 알선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다.
정부는 종사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사용자들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가사도우미를 근로자 영역으로 끌어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짜 속내는 현금거래로 가려진 실제 매출액을 알아내 과세액을 늘리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동시에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약속한 고용률 70%를 달성하는 효과도 올릴 수 있다. 가사도우미들은 경제활동인구 조사나 취업자, 고용률 통계에서도 본인이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답하지 않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용역업체에 고용되면 저절로 근로자로 잡히며 소득세를 내는 가사도우미도 생겨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고령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용역업체를 비롯한 고용주는 젊은 일꾼을 선호하는 게 보편적이다. 아파트 경비만 해도 몇 년 새 50대가 주를 이뤄 60~70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비직도 현재 용역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로 파견된다.
증세 없는 복지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우회 증세와 저질 일자리 양산이 서민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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