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마을, 잘되면 지자체에 효자… 상당수는 ‘계륵’
전원마을, 잘되면 지자체에 효자… 상당수는 ‘계륵’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5.01.23 14:24
  • 호수 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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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부지 분양 등 혜택
▲ 국가보조금으로 기반시설공사를 한 후에도 오랫동안 방치된 전원마을 현장.

개발 늦어 예산낭비… 투기·전매 등 문제도 발생
농축산부 “평균 기반시설비 낮추고 감독 강화”

베이비붐 세대를 비롯한 고령층의 귀농·귀촌이 사회적 현상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도시민 유입을 통해 낙후된 농어촌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 시행 중인 ‘전원마을 조성사업’(2011년 ‘신규마을 조성사업’으로 개편)이 올해로 12년째에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이 사업의 보조를 받아 조성된 전국 지자체 140여개 지구 에서 성공적인 귀농·귀촌 사례가 간간히 들려오고 있다.
전원마을 조성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축산부)가 추진한다. 이 사업 시행 지역 외 서울시 및 광역시 내 동지역에 주민등록 돼있는 세대주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입주자들은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전원주택단지를 분양받는 등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유창덕(66)씨의 사례가 그 혜택을 톡톡히 본 경우.
지난해 6월 경북 문경 ‘고요지구 전원마을’에 입주한 유 씨는 평당 40만원에 부지를 분양받았다. 또 각 세대에 할당되는 133㎡ 규모의 텃밭도 소유할 수 있었다. 그는 “문경읍과의 거리가 5분이라 편의시설을 이용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면서 “입주민 모두가 같은 처지라 쉽게 마음을 터놓고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2012년 입주 공고를 낸 고요지구 전원마을은 현재 모든 세대(28세대)의 분양을 완료한 상태다. 이 중 21세대의 주택은 건축이 완료됐으며, 4세대도 막바지 공사에 한창이다. 나머지 세대도 설비 및 설계 단계에 들어섰다. 짧은 기간 동안 비교적 좋은 성과를 올렸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덕분에 문경시는 인구 증가, 땅값 상승 등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성원 문경시 농촌개발과 농촌개발담당은 “사업 기본 방침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니 좋은 반향을 얻어 모든 분양이 완료됐음에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현재 전원마을 제2지구 조성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좋은 사업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업 시행 과정 중 발생된 예산 낭비와 각종 투기·전매 등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사업 방침에 따르면 시장·군수는 전원마을 입주예정자가 기반시설공사를 완료하면 1년 이내에 건축을 완료하도록 보조금을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부패행위 실태조사(9월~11월) 결과 정부예산이 투입된 총 105개 지구 가운데 64개 지구만이 기반시설공사를 완료했을 뿐<표 참고>이다. 기반시설공사를 완료해 보조금을 수령한 후 2년 이상 경과된 47개 지구 중 26개 지구의 주택건축율은 50%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이로 인해 373억원의 국가예산이 낭비됐다고 밝혔다.

또한 권익위는 실태조사를 통해 보조금을 지원받은 일부 사업지구에서 마을정비조합이 아닌 특정 토지주가 법적 권한 없이 전원마을 토지를 고가로 분양하거나, 입주예정자들이 토지를 분양받은 뒤 이를 제3자에게 전매해 공공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편취하는 등 행위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전라남북도, 경남 소재 6개 지구 입주예정자 49명은 전매행위를 통해 총 39억원, 전매차액 최고 5.2배의 이익을 챙겼다. 충북 소재 A지구는 사업시행자가 아닌 한 업체가 입주 포기자들의 택지 10여 필지를 상업적인 목적의 리조트 펜션 부지로 임의 분양했다.
게다가 이러한 과정 중 사업승인 및 보조금을 집행하는 담당공무원 중 일부가 입주예정자에 대한 확인을 정확하게 하지 않고, 사업요건이 결여된 지구에 대해 사업을 승인하는가 하면, 법령(지침)을 위반해 보조금을 집행하는 등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업부실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B지구의 경우 입주예정자 중 일부가 입주신청서 작성이나 입주신청금 납부가 없었음에도 관련서류를 허위로 꾸며 마을기반시설 사업비 15억원을 부당 지원 받았다.
또한 각 행정주체들은 전원마을 관리가 부실하게 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로운 사업지구를 선정해 예산낭비를 반복하고 있었다.
한 지자체의 경우 보조금 15억원을 투자해 2011년 6월 전원마을 기반시설공사를 완료했으나 현재까지 건축율 0%(34가구)로 방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신규로 전원마을 5개 지구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권익위는 본 실태조사 발표와 더불어 농축산부 등 사업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사업 본 취지에 맞춘 제도개선 및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한 바 있다.
농축산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이후 호당 평균 기반시설비를 33% 가량 낮추고, 주택건축비율이 60% 미만인 지역에 대해선 사업 신청조차 못 하도록 하는 등의 지침을 관련 지자체에 하달한 상태”라며 “이는 내년 지자체들의 사업 신청기간부터 적용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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