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뚜껑 열어보니 서민증세… 들끓는 민심에 놀란 정부
연말정산 뚜껑 열어보니 서민증세… 들끓는 민심에 놀란 정부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5.01.30 11:06
  • 호수 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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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파동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학계에선 정부와 여당이 국민을 기만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일간 지지율은 1월 2일 46%에서 27일 현재 29.7%까지 급락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과 정부가 소급입법까지 추진하면서 보완대책을 내놓았지만 박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를 거듭했다.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연말정산 파동은 정부의 증세 숨기기와 부자 감싸기 정책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세금을 더 토해내거나 덜 돌려받는 데 대한 불만을 넘어,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진 것이다. 지난 2013년 이뤄진 세제개혁이 사실은 증세였고, 더욱이 부자는 줄여주고 서민에게선 더 걷어 들이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들통난데 따른 후폭풍이다.
정부는 지난 세제개혁을 통해 소득세 상의 공제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꿨다. 그러면서 세제개혁은 증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연말정산 뚜껑을 열어보니 세제개혁으로 인한 소득세 세수가 1조원 가깝게 늘어나는 증세효과가 발생했다. 조세 전문가에 따르면 세제개혁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조세 수입에는 변화가 없다는 큰 틀 안에서 추진하는 것이 상식이다. 증세 혹은 감세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선 소득계층간 조세부담만 이동시키는 게 본래 세제개혁의 원칙이라는 것이다.
저소득층의 조세부담이 고소득층으로 옮겨가는 세액공제 본래의 의미도 퇴색됐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면 고소득층의 조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진다. 세법 개정으로 5500만원 이하 소득층과 5500만원 이상~7000만원 이하 소득층을 중심으로 환급액이 정부 예상보다 축소되거나 부담이 늘었다. 정부는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세금이 늘지 않는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실제 적용해 보니 공제항목이나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해당 구간에서도 세금이 늘어난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별다른 공제가 없는 미혼 직장인, 6세 이하 자녀가 2명 이상인 직장인, 지난해 자녀를 출산한 직장인 등 예년에는 환급액이 적지 않았던 이들의 공제가 크게 줄었다.
정부와 여당은 21일 당정협의 뒤 오는 4월 국회에서 세법을 재개정해 문제조항들의 과다 세금을 되돌려준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말정산이 완료 되는대로 3월말까지 그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소득구간간 세부담 증감 및 형평 등을 고려해 세부담을 적정화시키겠다고 밝혔다. 보완대책에는 △자녀세액공제 상향 △자녀 출생·입양 세액공제 신설 △독신근로자의 표준세액공제 상향 △연금보험료 세액공제 확대 △연말정산 추가납부세액의 분할납부 허용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정국은 연말정산 파동으로 여전히 들끓는다. 포장과 내용이 다른 정부의 거짓말에 눌러왔던 배신감이 연말정산에 와서 폭발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부자감세와 서민증세를 통해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부 정책에 대한 저항감이 도사리고 있다.
이번 연말정산 파동을 부른 2013년 세법개정시 정부는 매출 3000억원 이하 기업을 상속받을 때 상속세 공제액을 500억원까지 대폭 늘려줬다. 몇몇 재벌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이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지난해 법인세수는 1조5000억원 감소했고 소득세수는 4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주고 모자란 세수를 근로자들의 월급에서 더 걷어갔다는 의미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28일 법인세 증세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켜 전반적인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법인세 감세 정책은 이명박 정부시절부터 단행돼 왔다. 그러나 당초 목적인 경기 부양은커녕 경기침체는 가속화되고 있다. 새해에는 담뱃값 인상에 이어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이 기다리고 있다. 상하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은 지난 연말 이미 예고됐다. 기름값이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과는 상반된 정책이다.
정부는 이제 증세 없는 복지 공약(空約)을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증세를 논의할 때 많이 가진 사람한테서 더 걷어 들이는 조세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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