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빚어 만든 보헤미아 유리예술의 모든 것
빛을 빚어 만든 보헤미아 유리예술의 모든 것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2.27 13:19
  • 호수 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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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빛의 예술, 보헤미아 유리’ 전

귀걸이‧그릇‧술잔 등 체코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340점 전시
르네상스‧바로크시대‧19세기 거쳐 현대에 이르는 유리의 변천사 눈길

▲ 독수리와 선제후의 문장이 있는 술잔.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수많은 건축물과 이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으로 전 세계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도시이다.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품은 유리 예술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다.
‘빛의 예술, 보헤미아 유리’ 전이 오는 4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한국과 체코 간 외교관계 수립 25주년을 맞이해 국립중앙박물관과 체코국립박물관‧프라하장식미술관이 공동 개최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체코가 자랑하는 보헤미아 유리를 중심으로 체코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340여 점의 전시품을 선보인다.
프라하의 유명세와는 달리 체코 보헤미아 지역이 유럽의 유리 문화를 주도했던 유리 생산지라는 사실은 생소한 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보헤미아에서 생산된 다양한 유리 공예품들이 소개돼 보헤미아 유리가 끊임없는 노력과 기술 개발로 유럽 최고에 이르는 과정을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크게 르네상스 시대‧바로크와 로코코 시대‧19세기‧20세기 작품 등으로 구성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르네상스 시대 보헤미아 유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보헤미아의 유리장인들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양식을 개발하면서 르네상스 시기 유럽의 유리는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당시 체코 귀족들이 저택을 새로 건축하면서 장식품과 생활용품 등의 유리 수요가 증가한 것과 맞물려 유리 제조 기술도 발전했다. 이 시기에는 여러 가지 색채의 에나멜 그림으로 장식한 유리가 인기를 얻었다.
대표적인 작품은 ‘독수리와 선제후의 문장이 있는 술잔’과 ‘배 모양 잔’이다. 독수리와 선제후의 문장이 있는 술잔은 머리가 두 개 달린 독수리와 함께 붉은 바탕에 흰 사자가 있는 보헤미아의 문장을 그려 넣은 것이 인상적이다. 배 모양 잔은 배(船)의 모양을 본떠 얇고 정교하게 만들어 네 개의 꽃잎 모양을 표현하고 있다.
전시장을 찾은 오윤택(68‧서울 용산구) 씨는 “크리스털 유리로 만든 작품들이 보석처럼 반짝여서 특히 아름답다”고 말했다. 관람객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크리스털 유리 작품은 바로크시대에 발달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보석 세공 기법을 응용해 만들어졌는데 초상·문장·사냥 등 인기 있는 그림을 유리의 표면에 섬세하게 조각했다. 붉은색 유리 섬유를 이용해 유리를 장식하거나 유리벽을 이중으로 만들어 안쪽에 금박·은박 그림을 넣는 것도 유행했다. 1700년대 중반부터는 프랑스 궁정 미술의 영향을 받은 로코코 양식이 유행했는데 작은 유리그릇에 풍속화를 그려넣거나 도자기를 모방한 우윳빛 유리에 에나멜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대중화됐다.
이 시기 주요 작품 중에는 ‘장식용 향신료 그릇’과 ‘꽃무늬 잔’이 특히 눈길을 끈다. 장식용 향신료 그릇은 꽃다발을 연상케 하는 식탁 장식용 그릇인데 루비색 유리 섬유를 곳곳에 넣어 촛불을 비추면 한층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오스카상 트로피를 연상시키는 꽃무늬 잔은 꽃을 표현한 독특한 무늬와 사냥하는 장면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1800년대에 접어들면서 보헤미아 유리는 유럽의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았는데 특히 합리적 질서에 바탕을 둔 고전주의 양식과 독특한 장식과 새로운 형태를 추구한 제국 양식이 발전했다. 또 착색제와 광택제 등을 이용해 다양한 색과 효과를 내는 기법도 개발됐다. 1800년대 주요 작품으로는 ‘받침이 있는 병 세트’와 ‘중국풍 장식이 있는 향수병과 통’을 눈여겨 볼만하다. 받침이 있는 병 세트는 1819년 이르지 부쿠오이 백작이 개발한 옥적석(玉滴石) 유리로 만들어졌는데 화장수를 담는 용도로 사용됐고 ‘피사의 사탑’과 닮았다. 역시 옥적석 유리로 만들어진 중국풍 장식이 있는 향수병과 통은 중국 칠기 작품에서 영향을 받아 마치 검은색 도자기를 연상시킨다.
1900년대로 접어들면서 유리는 예술 작품의 수단이 됐다. 1920년대 초반 프라하 응용미술학교에 유리예술학과가 생기면서 전문적인 유리교육이 시작됐고 이는 유리산업 발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술가들이 유리를 미술의 재료로 사용하면서 높은 예술성과 철학적 의미를 담은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 오브제, 바츨라프 치글레르.

현대 유리미술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바츨라프 치글레르의 ‘오브제’와 야로슬리프 브리흐타의 ‘체코슬로바키아와 스웨덴의 축구’가 인상 깊다. 바츨라프 치글레르는 빛을 활용한 광학 유리 조형물로 1960년대 후반부터 명성을 얻었다. 기하학적 형태와 빛을 이용해 주변을 재구성하는 작품을 주로 만들었는데 그의 작품 오브제도 사람의 ‘눈’을 연상시킨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빨려들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체코슬로바키아와 스웨덴의 축구는 유리를 이용해 두 나라간 축구하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있어 큰 재미를 준다.
또한 전시장 한편에는 유리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상영하고 있는데 이를 먼저 보고 전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관람료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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