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경험과 청년의 감각이 합쳐진 짚풀공예
어르신 경험과 청년의 감각이 합쳐진 짚풀공예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2.27 13:21
  • 호수 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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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미술관 ‘전통공예와 디자인의 만남’
▲ 어르신들이 강사로 나서 짚풀 다루는 법을 알려준다. 사진은 짚풀공예품을 만드는 어르신의 모습.

일반인도 직접 만든 공예품 설치할 수 있도록 전시공간 마련
어르신들이 새끼 꼬는 법 등 전수… 세대 간 아름다운 공감 이뤄져

지난 2월 23일 서울 종로구 탑골미술관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박춘선(75) 어르신의 지휘에 맞춰 20대 젊은 여성 5명이 바닥에 앉아 짚풀로 새끼를 꼬고 있었다. 박 어르신은 짚풀을 꼬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고 20대 여성들은 이야기를 경청했다. 시종일관 웃음꽃이 만발하며 세대 간에 아름다운 소통이 이뤄지고 있었다.
탑골미술관은 2월 13일부터 3월 13일까지 특별 전시인 ‘전통공예와 디자인의 만남’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 문을 연 탑골미술관은 노인들의 미술 접근성을 높이고 더불어 다양한 세대와 함께 교류하는 문화예술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종이놀이터’, ‘이상한 실험실’ 등 기존 미술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전시‧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도 어르신 세대가 가지고 있는 전통공예 기술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하고 젊은 세대가 이를 현대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하는 실험적인 체험프로그램이자 전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시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직업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만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참여해 짚풀공예품을 만들 수 있고 이를 전시장에 설치할 수 있다. 비어 있는 전시장을 일반인들의 작품들로 서서히 채워나가는 독특한 형태이다. 현재 똬리(짐을 머리에 일 때 머리에 받치는 고리 모양의 물건), 둥우리(닭이 알을 낳거나 깃들기 위해 둥글게 만든 집), 짚신 등 일반인들이 참여해 만든 짚풀공예품이 전시장 일부를 채운 상태. 또 전시장 한편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공예품이 30점 가량 보관돼 있다. 당일 공예품을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집에 가져가서 만들거나 전시장에 보관한 후 전시기간 내 다시 방문해 완성해도 된다.
탑골미술관 정소희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뿐만 아니라 젊은이 등 하루 평균 40여명이 방문해 짚풀공예품을 만들고 있다”면서 “일부 어르신들은 수준급의 실력을 뽐내는 등 높은 참여율을 보이는 편”이라고 했다.
또 전시에서는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짚풀을 이용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특징도 있다. 도시에서 자라 짚풀이 생소한 젊은이들에게 어르신들이 새끼 꼬는 법과 짚풀의 장단점을 알려주고 여기에 디자이너들이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해 새로운 짚풀공예품을 만드는 것이다.

▲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라도 참여해 전시작품을 만들 수 있다. 사진은 짚신 등 전시작품의 모습.

미술관의 요청으로 강사로 나선 박 어르신은 “30년 만에 짚풀을 만지는데도 아직도 당시 새끼를 꼬던 느낌이 생생하다”면서 “젊은이들에게 지식을 전해주면서 대화도 나눌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에게 짚풀에 대해 배운 젊은 디자이너들은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한 공예품을 만들어 보답했다. 어르신의 지혜와 젊은이들의 감각이 만나서 새로운 공예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날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패션&텍스타일’의 디자인디렉터 이영선(39) 작가가 짚풀에 오색실을 감아 만든 장식품을 어르신들에게 알려줬다. 병풍을 세우듯 일렬로 늘어놓은 짚풀에 삼베를 짜듯 실을 감아 만든 ‘옷을 입은 짚풀’을 만들며 어르신들은 시종 화기애애했다.
이 미술관에서 해설사로 활동하는 김성진(71) 어르신은 “짚풀은 환경호로몬이 나오지 않는 친환경제품이라서 가정에서 사용하는 도구를 만들면 건강에도 좋다”면서 “이번에 짚풀공예를 익혀서 미술관에 찾아오는 어린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미술관은 어르신과 젊은이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짚풀공예품의 상품화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탑골미술관장을 맡고 있는 희유 스님은 “이번 전시는 짚풀을 매개로 어르신들과 젊은 세대가 서로 교감 할 수 있는 전시”라며 “어르신과 젊은이들 이 짚풀을 매개로 많은 교감을 나눠 새로운 공예품이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 사용되는 짚풀은 여러 기관을 통해 무상으로 기증을 받아 짚풀 공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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