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寶庫’ 이스탄불 정직하게 찍은 걸작선
‘문화의 寶庫’ 이스탄불 정직하게 찍은 걸작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2.27 13:24
  • 호수 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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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 귈레르 사진전
▲ “세상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한다.” 아라 귈레르는 이스탄불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이를 사진에 담았다.

터키의 국민 작가… 과장과 조작이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 포착
개인 박물관에 소장된 원본 작품 40여점 포함 110여점 선보여

기원전에는 비잔티움(Byzantium)으로 알려졌고 서기 330년 콘스탄티누스대제가 동로마제국의 수도로 삼으면서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이라 불렸던 도시가 있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터키의 이스탄불이다. 동서양이 번갈아 지배했던 복잡한 사연을 가진 도시를 평생 동안 관찰했던 한 남자의 따뜻한 ‘시선’이 국내를 찾았다.
서울 송파구 한미사진미술관에서는 터키 사진작가 아라 귈레르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그의 별명인 ‘이스탄불의 눈’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아라 귈레르의 개인 박물관인 ‘아라 뮤지엄’에서 소장하고 있는 원본 작품 40여점을 포함한 110여점의 사진이 공개된다. 국제 자유 보도사진 작가그룹인 매그넘 포토스에서 활동하며 독일의 유명 시사지 ‘슈테른’에 사진을 기고하기도 했던 그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이스탄불을 찍은 방대한 사진을 통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은 이스탄불을 담은 수십만 장의 사진 중에서 아라 귈레르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추려낸 것들이다.
19층과 20층에 위치한 전시장은 그의 작품들로 인해 이스탄불 한복판에 위치한 전망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1950~70년대 이스탄불의 생생한 모습을 포착한 아라 귈레르의 작품들은 전망대 창문 너머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스스로를 아티스트(예술가)가 아닌 포토저널리스트(사진기자)라 칭하는 아라 귈레르의 작품은 따뜻했던 시선으로 과장과 조작이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세상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한다. 사람이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사진은 항상 사람을 담고 있으며 아야소피아 성당을 촬영할 때조차도 나에게는 지나가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이런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작품들은 어부, 광부, 짐꾼 등 하루하루를 고된 노동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가난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 등 사람에 집중하고 있다.
아라 귈레르는 배경에 적합한 인물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술집이나 찻집에 모습을 찍을 때도 장소에 어울리는 사람이 들어설 때까지 몇 날 며칠을 잠복한 끝에 한 컷을 얻어 냈다. 또 그는 사진을 현상한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는 다시 그 장소로 가서 같은 일을 반복했다.
이렇게 포착한 그의 작품 속 술을 마시는 노동자의 모습에서는 노동의 고단함과 휴식이 주는 편안함이 교차하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또 찻집에서 근무 시작을 기다리는 철공소 직원의 모습에서도 역시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소리와 움직임이 없지만 그의 노력으로 만난 배경과 사람은 당시 모습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 아라 귈레르는 자연스런 모습을 찍기 위해 몇 달씩 배를 타기도 했다. Fishermen returning to port in Kumkapi,Istanbul, 1950 ⓒAra Guler

아라 귈레르의 이러한 고집은 어부의 모습을 담기 위해 몇 달간 실제 배에 올라탄 일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탄생한 항구로 돌아오는 어부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에서는 기쁨과 회한이 공존하는 어민들의 애환이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있다.
또한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와 목에 두르는 가리개)을 두른 여인이 떠나는 배의 조그만 원형 창으로 어깨를 겨우 내민 사내에게 꼭꼭 접은 편지를 조심스레 건네며 안녕을 고하는 작품에서는 사랑의 애절함을 느낄 수 있다. 항구 골목에서 일감을 기다리는 짐꾼 아홉 명의 표정과 눈빛에서는 오랜 기다림으로 인한 피로함과 초조함도 엿볼 수 있다.
앞서 밝혔듯이 40여점은 아라 뮤지엄에서 보관용으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떼어 온 것이다. 아라 귈레르가 1950~70년대에 작업해 직접 액자까지 씌운 작품들이다. 금색에 테를 두른 작품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곰팡이가 핀 것 까지 확인할 수 있다. 흑백사진에 세월의 흔적까지 더해져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전시를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관람객의 과감한 상상력이 보태져야 한다. 60여년 전의 찍은 작품들이기에 사진 속 아이들도 대부분 노인으로 성장했다. 결혼식을 올리는 남녀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보면서 ‘두 사람은 여전히 행복할까’라는 상상을 하며 이후의 모습을 떠올리다보면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늘어난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진행되고 관람료는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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