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 앵글에 잡힌 1960~80년대 서울 풍경
토박이 앵글에 잡힌 1960~80년대 서울 풍경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3.06 13:36
  • 호수 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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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홍순태 서울사진아카이브 세 개의 방’
▲ 이번 전시는 서울의 옛 모습을 담아 어르신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전시를 관람하는 어르신의 모습.

88올림픽 공식 작가 홍순태가 찍어 기증한 사진 400여점
경제 개발 격동기에도 인간미 넘쳤던 서울 사람들 모습

지난 3월 3일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이영임(66), 정은숙(66), 최은실(65) 씨는 ‘기억의 방’에 전시된 사진을 보면서 한창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 씨가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 잠실이 이랬다”고 말하자 정 씨와 최 씨도 자신들이 살던 동네의 모습을 설명했다. 지금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옛 서울의 모습을 보면서 세 사람은 추억에 잠겼다.
1960~80년대 서울 곳곳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홍순태 서울사진아카이브, 세 개의 방’ 전이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5월 17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홍순태(82) 사진작가가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한 700여점 가운데 엄선된 400여점이 소개된다.
홍 작가는 1934년 서울 중구 중림동에서 태어난 서울 토박이로, 1967년 제5회 ‘동아사진콘테스트’에서 ‘부조화’로 입상한 것을 시작으로 다수의 사진전에서 수상하며 작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또 1983년 이산가족찾기운동과 86서울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의 공식 사진작가로 활약했다.
전시는 1960~80년대 명동‧잠실‧천호동 등의 장소를 담은 ‘서울을 걷다’,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한 ‘길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세 개의 방’ 등으로 구성된다.

▲ 1960년대 잠실의 모습.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1971년에 찍은 ‘복잡한 명동거리’를 볼 수 있다. 지금과는 달리 흥신소, 다방 등이 즐비했던 명동거리와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담은 사진이다. 40여 년 전 서울 사람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수많은 간판들 속에서 외따로이 자리 잡은 ‘성형외과’ 간판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서울을 걷다’에서는 한창 개발 중인 서울에서 소외된 판잣집, 빈민굴, 뒷골목과 함께 개발 이전 강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고층빌딩이 늘어선 지금의 서울과는 달리 판자집과 허물어지기 전 성곽도 만날 수 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서는 홍 작가의 앵글에 담긴 서울사람들의 표정을 살필 수 있다. 홍 작가는 서울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을 포착했다. 사진 속 사람들은 마치 이모나 삼촌처럼 익숙하게 느껴진다. 1971년 짧은 치마를 입고 종로 거리를 걷는 여인들의 모습은 지금의 20~30대 젊은이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버스를 놓칠까봐 서로의 손을 잡고 달리는 연인, 무거운 짐을 나란히 함께 들고 걸어가는 부부, 걷는 게 불편해 지팡이를 쥐고 있으면서도 반대편 손은 허리가 굽은 아내의 손을 꼭 쥐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 등은 소소한 감동을 준다.
“서울의 참 모습을 그냥 찍은 거야. 그래서 내 사진에는 웃음이 있고 생활이 있고 진실이 담겨 있어.”
전시장 한쪽 벽에 적혀 있는 홍 작가의 말처럼 그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에는 정감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세 개의 방’은 당시 주요 사건들을 포착한 ‘기록의 방’, 서울사람의 일상을 담은 ‘기억의 방’, 작가의 특별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시선의 방’으로 구성된다.
‘기록의 방’에서는 당시 발행된 신문기사를 만나볼 수 있다. 신문 사진 속 서울의 사진과 홍 작가의 앵글에 포착된 서울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홍 작가가 무엇을 찍으려 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다. 1969년 삼일고가도로가 개통됐을 때 당시 신문들은 고가도로의 웅장함을 표현하고 있지만 홍 작가는 고가도로 옆 철거민촌 아이들을 대조적으로 담아내 개발의 명암을 보여주고 있다.
‘기억의 방’에서는 지금은 사라진 옛날 풍경을 보여준다. 동대문 지게꾼을 비롯해 신설동에서 우(牛)마차를 끌고 지나가는 사람, 수돗물을 파는 곳 등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함을 자아내게 하는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 1960년대 뚝섬 강복판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들.

‘시선의 방’에서는 홍 작가가 무엇을 보려고 했는지 체험할 수 있는 ‘시선의 벽’을 세웠다. 벽에는 틈틈이 손바닥 만한 유리창이 나 있는데 유리창 너머로는 홍 작가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유리창은 작가의 앵글을 나타내는데 관람객은 이를 들여다보면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연계전시로 이산가족들의 애달픈 모습과 감격적인 만남의 순간을 포착한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전도 함께 열린다. 입장료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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