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노년 이혼’ 상담 10년새 8배로 늘었다
남성의 ‘노년 이혼’ 상담 10년새 8배로 늘었다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5.03.20 10:44
  • 호수 4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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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이혼사유는 장기별거, 재산분할 등이 많아

60대 이상 남녀의 이혼상담 건수가 10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 여성의 이혼상담 건수가 10년 전 205건에서 752건으로, 남성은 45건에서 373건으로 각각 늘었다.

가부장적 분위기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여성 증가
부부관계 개선 프로그램 개설 등 사회적 노력 필요

특이한 점은 남성 이혼상담 건수의 증가세다. 총 건수는 여성보다 두 배 가량 낮지만 증가세는 훨씬 높았다.
연령별로 비교해보면 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10년 전 대비 60대 여성의 이혼상담은 3.1배(179건→558건), 70대는 9.0배(20건→179건), 80대는 2.5배(6건→15건) 늘었으나, 남성의 경우 60대는 5.5배(37건→205건), 70대는 24.3배(6건→146건), 80대는 11.0배(2건→22건) 증가했다.
고령 남성의 이혼 사유로는 장기별거, 재산 분할문제 등을 꼽았다.
A씨(60대 남성)는 부인에게 따돌림을 당한지 오래다. 부인 혼자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가는 등 그를 배제하고 취미생활을 한다. 이에 불만을 품은 그는 부인에게 수차례나 함께 취미를 즐기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B어르신(80대 남성)의 사정은 더욱 힘들다. 지병이 있는 그를 두고 부인이 모든 재산을 갖고 가출했다. 그렇다고 자녀들과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위에선 그가 부인을 내쫓았다고 하지만 혼자 나간 것이다. 지금까지 모아 놓은 재산을 찾고 싶고, 이혼도 원한다.
한편 고령 여성들의 이혼상담 건수는 남성들의 상담 건수보다 두 배 가량 많다는 점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과거 외도나 폭력에도 억눌려 살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인 풍토가 요새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는 “예전엔 여성들이 이혼당하는 입장이었으나 요즘엔 남자가 이혼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면서 “고령 여성의 이혼상담 증가와 고령 남성의 이혼상담 증가 원인은 예전의 가부장적 분위기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여성들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말한다.
C씨(60대 여성)의 남편은 성실하며 생활비도 잘 주는 편이었다. 그러나 돈 버는 생색을 많이 냈다. 그간 이혼하고 싶은 마음을 자녀들 때문에 참아왔으나 남편으로부터 저축을 많이 못했다는 핀잔을 듣고 이혼 결심을 했다. 본인 명의로 된 재산도 기술도 없어 앞날이 걱정되지만 이혼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외도와 가정폭력 문제로 인한 이혼 상담도 있었다.
D어르신(70대 여성)은 얼마 전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됐다. 이에 대해 따지기라도 하면 욕을 하거나 손찌검을 한다. 경제권도 남편이 쥐고 있어 집안에선 전혀 힘이 없는 상태다. 자녀들도 이혼하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남편은 이혼에 대해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E어르신(80대 여성)의 경우도 비슷하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만나기도 했고, 얼마 전엔 80세가 넘은 그를 심하게 폭행에 온 몸에 멍이 들고 팔에 깁스까지 했다. 국가유공자인 남편이 매달 300만원에 가까운 연금을 받고 있으나 극히 적은 생활비로 쪼들리는 상황이다.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그럼 이런 문제들에 대한 예방책은 없는 것일까. 이호선 교수는 다양한 지자체 차원의 부부 관계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개설을 권한다.
그는 “현 60대 이상 세대는 남녀공학이 없던 세대의 사람들이다. 각자 자신들의 성적 논리만으로 살아온 세대로, 이성에 대한 이해과정이 부족한 것이 당연하다”면서 “때문에 이들을 위한 다양한 지자체 차원의 부부관계 개선 등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또 이들의 아래 세대를 겨냥한 부부생활 관련 교육도 시급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른바 ‘막장 드라마’라 불리는 극단적인 형태의 부부상이 아닌 건전한 부부생활을 대중매체가 자주 보도해 주는 것도 건강한 부부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적인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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