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병 소년에 생긴 가슴 벅찬 일들
조로병 소년에 생긴 가슴 벅찬 일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3.20 13:45
  • 호수 4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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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

불치병 아들 위한 부모의 희생 감동적으로 그려

“다시 태어나 어른이 되면 아빠가 되고 싶어요. 아빠가 돼서 나 같은 자식을 낳아 아빠 마음이 어떤지 알고 싶어요.”
요새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스냅백’(챙을 구부리지 않고 ‘일(一)’자로 편 모자)을 쓴 배우의 ‘랩’에 객석은 울음바다가 됐다. 배우의 차림새와 내용만 잘라놓고 본다면 방황하는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80대의 몸으로 살아가는 17세 소년의 사연이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 있었다.
소설가 김애란의 베스트셀러 ‘두근두근 내 인생’이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빨래’로 호평을 받았던 추민주가 연출하는 연극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오는 5월 25일까지 공연된다.
원작은 조로증에 걸려 17세 때 80세 노인의 외모를 갖게 된 ‘아름’을 통해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기적처럼 빛나는 순간들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지난해 강동원, 송혜교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한때 ‘헛발 왕자’로 불리던 태권도 유망주 ‘대수’와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당찬 성격의 ‘미라’는 서로를 향한 뜨거운 사랑을 억누르지 못하고 17세의 나이에 불장난을 하고 만다. 철없는 십대 소년소녀의 단 한 번의 실수는 임신으로 이어졌다.
어렸지만 책임감은 강했던 두 사람은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고 ‘아름’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아름이는 남들보다 빨리 늙는 선천성 조로증을 앓게 된다.
철없는 부모지만 대수와 미라는 아름과 씩씩하고 밝게 살아간다. 아름이 17세가 되던 해 그들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고 하루하루 늙어가는 것이 전부였던 아름에게 두근거리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연극은 원작에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 변형했다. 정통 연극의 방식은 따르되 원작의 문장을 연극 언어로 새롭게 표현했다.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자식과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이야기는 억지 울음을 유발하는 신파조로 흘러갈 수 있지만 연극은 이를 영리하게 피해간다. 원작이 소녀 감성이 가득한 생기발랄한 문장으로 신파를 피했다면 연극은 ‘랩’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웃기는 자식이 되고 싶다’는 아름의 바람,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는 아빠 한대수의 고백 등 원작의 아름다운 문장에 경쾌한 리듬이 더해져 무대 위로 옮겨졌다.
대수와 미라는 이제 30대 초반의 청춘이다. 또래들이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만끽하며 여행과 문화생활에 몰두할 때 두 사람은 남들과는 다른 아이를 키우며 꽃다운 시기를 허비해야 했다. 이를 아는 아름은 외모만큼이나 의젓한 모습을 보여준다.
세 사람이 각박한 현실을 극복하는 방법은 ‘희생’이었다. 연극은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린 아름을 통해 ‘가족 해체’라는 불치병에 걸린 사회에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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