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집만한 개화기 카메라에 깜짝 놀라
사람 몸집만한 개화기 카메라에 깜짝 놀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3.20 13:48
  • 호수 4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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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생활미술관 ‘수집이 창조가 될 때’ 전
▲ 19세기에 제작된 앤틱 카메라는 관람객에게 큰 인기다. 사진은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한 어르신의 모습.

‘조선 개화기 사진관’ 재현… 오디오, 주방기기 등 360여점 전시
취미생활인 수집이 미술 창작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있어

“100년 전에 쓰던 카메라는 크기가 엄청 컸네”
주호재(73) 어르신은 1890년에 제작된 ‘앤토니 명함판 사진 카메라’와 ‘센츄리 스튜디오 카메라’를 번갈아 들여다보며 감탄사를 뱉었다. 주 어르신은 성인 손바닥보다 작은 현재 신형 카메라와는 달리 사람 크기만한 카메라가 신기했는지 ‘19세기말 조선 개화기 초기 사진관’을 재현한 전시장을 한참동안 떠나지 못했다.
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영향을 준 수집품과 이를 통해 탄생한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수집이 창조가 될 때’ 전이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에서 오는 5월 25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주용, 김희수, 허명욱 작가가 장시간에 걸쳐 모은 수집품 360여점을 선보인다. 이주용은 앤틱 카메라와 옛 사진을, 김희수는 1950~60년대에 출시된 골동 오디오를, 허명욱은 다양한 시기에 제작된 오래된 가구와 식기 등을 각각 전시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이주용의 수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이주용은 1992년부터 사진을 홀로그램으로 표현한 작업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주용은 ‘기억과 기록’의 시각으로 1800~1900년대 제작된 카메라와 이 카메라를 이용해 찍은 사진들을 수집했다.
이주용은 수집품으로 ‘19세기말 조선 개화기 초기 사진관’을 재현하고 있다. 앤틱 카메라 외에도 당시에 사용된 조명 및 의자 등을 보고 있으면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 이주용은 자신의 수집품처럼 초기 사진술을 재현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이를 수집품과 비교해 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이주용은 수집품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로 첨단 기술이 집약된 홀로그램 작품을 선보인다. 초록색 레이저를 활용해 만든 ‘크리에이티브 홈 리빙’은 왼쪽에서 보면 무성한 나무가 오른쪽에서 보면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가 보인다.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관람객은 이를 통해 수집품이 창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엿볼 수 있다.

▲ 조각가 김희수는 1950~60년대 풍미한 오디오를 수집했다.

2층 전시장에 올라가면 조각가 김희수가 수집한 골동 오디오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조지 넬슨, 디터 람스, 한스 구겔로트 등 1950~60년대를 풍미했던 산업 디자이너들이 만든 오디오를 선보인다. 다른 두 작가와 달리 김희수는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지 않고 수집품만 내놓았다. 수집품이 자신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관람객의 상상에 맡겨 놓았다.
디자인의 관점에서 그가 수집한 작품들은 반백년이 지난 것들이 대부분임에도 현재 만들어진 제품에 뒤처지지 않는다. 특히 1966년에 휴 스펜서가 디자인한 ‘클레어턴 G2’는 양쪽의 개구리 눈을 연상시키는 공(球) 모양의 스피커가 달려있는 게 인상적이다.
‘MP3’의 발전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악을 듣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레코드판, CD, 테이프를 이용하는 오디오는 보기 드문 소품이 됐다. 이런 현실에서 황금기에 제작된 아름다운 오디오들은 향수에 젖게 한다.
금속공예를 공부하고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허명욱은 칠이 벗겨지고 홈이 파인 탁자와 수납장을 비롯해 낡은 주방기구 등을 수집했다.
그는 ‘시간이 만들어 내는 색’에 주목했다. 흠집도 없고 광택이 나는 새 제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탁해지고 벗겨지면서 빛을 잃는다. 허명욱은 수집품을 통해 비를 맞아 녹이 슬고 사람의 손길에 갈라지고 빛을 잃은 시간의 흔적을 관찰했다.
그는 이주용과 마찬가지로 수집품 사이에 자신이 제작한 낡은 느낌이 드는 주방기구 소품을 함께 전시했다. 별도의 설명이 따로 없기에 수집품과 창작품을 구별하기 힘들다. 이를 통해 허명욱은 관람객에게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질문을 던진다.
관람료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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