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안방극장에서 ‘노년의 사랑’은 단골 소재
이젠 안방극장에서 ‘노년의 사랑’은 단골 소재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5.03.20 13:52
  • 호수 4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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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가요 등에 나타난 ‘노년 사랑’
▲ 지난 3월 8일 종영된 MBC TV 드라마 ‘전설의 마녀’ 마지막회 중 박인환(왼쪽)·고두심 커플의 결혼장면.

영화 ‘죽어도 좋아’가 출발점… ‘그대를 사랑합니다’로 확산
좋은 사례 많이 조명해 노인들의 로맨스에 도움 줘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현재 경로당을 비롯한 어르신들의 공간에서 가장 사랑받는 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2012년 발표)의 후렴 부분이다. 나이가 많아도 사랑의 감정을 갖고 있음을 읊조린다.
이 노래가사처럼 현재 가요는 물론 드라마, 영화 등 국내 문화콘텐츠 전반에 걸쳐 노년들의 사랑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월 8일 종영한 MBC TV 드라마 ‘전설의 마녀’는 마지막 회 하이라이트를 배우자와의 사별로 홀로된 두 노년의 결혼식으로 장식했다.
이 드라마는 박이문(박인환 분)과 심복녀(고두심 분)의 애틋하고 구수한 러브스토리로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는데 성공했다. 박이문의 적극적인 애정공세는 달라진 노년 사랑에 대한 현 사회의 시각을 반영했다는 평을 받았다. 최근엔 KBS 1TV 일일극 ‘당신만이 내사랑’에서 송덕구(강남길 분)·오말수(김해숙 분) 커플이 알콩달콩한 60대 커플의 로맨스를 펼쳐 보이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끈 가상결혼 콘셉트의 예능도 등장했다. 이혼이나 사별로 홀로된 고령 남녀 연예인이나 명사들의 가상결혼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 ‘님과 함께’(JTBC)이다. 요즘엔 40·50대가 주로 출연하지만 초기엔 임현식·박원숙 커플이 원숙하면서도 설렘 가득한 서로의 마음을 나눴다.
이런 노년의 연애, 사랑을 먼저 국내 영상문화로 이끈 분야는 영화계다. 2002년 나온 영화 ‘죽어도 좋아’는 문화 콘텐츠 속 노인들의 사랑, 나아가 ‘성’(性)에 대한 관념을 흔들었다. 그간 노인들의 성에 관한 욕구 표현은 사회적 금기 사항이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 노인들도 사랑하고 싶음을, 성욕이 있음을 알린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후 2010년 같은 이름의 웹툰(인터넷 만화)을 기반으로 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개봉됐다. 만화가 처음 등장한 2007년에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이끈 바 있다. 인생 후반기의 사랑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성공적이었다. 김만석(이순재 분)·송씨(윤소정 분) 커플과 장군봉 부부(송재호·김수미 분)의 사랑 이야기는 기존 노인 영화에 나왔던 이야기 전개 방식을 따라가지 않았다.
극속 인물들은 남들의 시선을 개의치 않았다. 또 노년의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의 ‘딜레마’(두 가지 중 어떤 것을 선택해도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생각)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극중 김만석이 송씨 할머니에게 연정을 품는 과정에서 사별한 부인을 떠올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노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도 큰 공감을 이끌어 냈다. 영화계에서는 이를 두고 ‘죽어도 좋다’는 노년의 사랑을 세상에 내놨다면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현 사회에 있을 법한 노년 사랑의 현실적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런 문화 콘텐츠의 등장은 노년 사랑에 대한 세간의 시선변화 덕분이었다. 문화적 풍요를 겪은 베이비붐 세대의 후발주자가 그들만의 신 노년 연애 문화를 조성했고, 이것이 사회 전반에 펼쳐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KBS 문보현 국장은 한 인터뷰에서 “이제는 60·70세대의 사랑도 칙칙하지 않게 그릴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현재의 60·70대가 생물학적으로 과거에 비해 젊기 때문에 그들의 욕망과 사랑을 그리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혼정보업체를 찾는 중장년 회원도 증가했다. ‘듀오’의 50·60대 회원수는 2008년 218명(남성 147명, 여성 71명)에서 2013년 572명(남성 306명, 여성 266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곧 노년 세대로 유입될 베이비붐 세대가 주도했다.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10년 전만해도 노년 재혼을 원하는 이들을 부끄럽게 보는 시선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녀들에게 당당하게 ‘노년 재혼’을 천명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용기를 내시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발맞춰 전국의 몇몇 지자체도 노년의 사랑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경기도 연천군노인복지관은 지난해부터 홀로된 남녀 어르신을 대상으로 미팅 프로그램 ‘두번째 프러포즈’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시는 2013년 10월 25일 남녀 어르신 각각 30명씩 총 60여명을 대상으로 ‘합독’행사를 연 바 있다. 두 행사에 대한 어르신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는 “요새 영화, 드라마 등 문화 전반에 걸쳐 노년의 사랑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유는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그들만이 연애 문화가 상업성을 갖춘 매력적인 소재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무작정 이들의 문화를 가져가 소모만 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모습을 조명해 고민중인 다른 어르신들에게 건강한 정신적 환기구 역할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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